[車, 멈추고 싶은 멈춰야 하는⑤]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전수조사'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면허 반납 현황
지난해까지 42만여명...반납률 8.9%
혜택은 대동소이, 대중교통 시설에 영향

'시청역 참사' 등을 계기로 차량 급발진 문제와 고령 운전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급발진 의심 사고의 입증 책임을 소비자가 지고 있고, 고령 운전자에 대한 사회적 시각은 악화일로다. 급발진 의심 사고 원인을 온전히 운전자의 실수로 돌리기에는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또 상대적 사고율이 높다는 통계만으로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 요구도 설득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노인들의 이동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은 물론 지자체별 혜택 차이 등 실효적 측면은 깊이 고민할 지점이다. <더팩트>는 총 6회에 걸쳐 국내외 급발진 사례와 판례,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제조물 책임법과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에 대한 한계를 짚어보고 방향을 제시해 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신진환·김정수 기자] 시청역 역주행 사고 발생 이후 고령 운전자에 대한 운전면허증 반납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시청역 사고 원인이 운전자의 운전조작 미수라는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관련 논쟁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더팩트>가 17개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 반납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 건수는 대중교통 이용률이 높은 지역 순으로 이뤄졌다. '유인책'으로 제공되는 교통카드, 지역화폐 등은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는 큰 차이가 없어 면허증 반납을 대체할 만한 교통수단이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서 지난해까지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한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수는 모두 42만5202명으로 추산된다. 고령자 수는 매해 변동되지만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운전면허 보유자가 474만7426명이라는 점을 미뤄보면 반납률은 약 8.9%다. 운전면허증 반납을 가장 먼저 시행한 곳은 부산으로 대부분 2019~2020년 사이 시행됐다.

운전면허 반납 기준 연령은 지역별로 만 65세 이상에서 70세 이상으로 다양하다. 모든 광역지자체는 조례를 통해 관련 법령을 제정하는데 지역 상황에 따라 연령 기준을 다르게 설정한다. 대전의 경우 지난 3월 18일 기존 65세 이상 나이 기준을 70세 이상으로 상향했다.

지난 1일 기준 올해 전국에 배정된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관련 예산은 91억4112만원으로 국비와 도비, 시군구비로 나뉘어 편성된다. 운전면허증 반납 사업은 당초 경찰청을 중심으로 시행됐지만 이후 광역지자체 등과 예산을 나눠 진행 중이다. 충남의 경우 2022년부터 경찰청 사업에서 도 중심 사업으로 넘어왔다고 한다.

보통은 경찰청 예산과 광역지자체 예산이 3대 7로 배정된다. 총예산이 10만원이라면 3만원은 경찰청에서, 7만원은 광역지자체가 부담하는 식이다. 다만 지역 사정에 따라 시군비 등이 추가로 투입될 수 있다. 경남의 경우 올해 예산은 국비 9600만원, 도비 7100만원, 시군비 4억8800만원으로 구성됐다. 전남 역시 국비 6500만원, 도비 1억5000만원, 시군비 4억6000만원으로 꾸려졌다. 이에 따라 같은 경남, 전남이라고 하더라도 시군별로 혜택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은 10만원 교통카드를 혜택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구별 사정에 따라 편차가 발생한다. 서울시 교통안전과 관계자는 "동작구와 강남구는 올해부터 실제 운전 경력 자동차 보험 가입 이력이 있는 분들에게 별도로 지원하고 있다"며 "서울시의 10만원 지원 대신 동작구는 구비로 최대 34만원, 강남구는 구비로 20만원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역시 시별로 각기 다른 혜택을 지급하고 있다. 안산시는 기존 지역화폐 외에 온누리 상품권을 추가로 지급하고, 양주시는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일 경우 지역화폐 10만원을 추가로 제공한다. 파주시는 65세 이상 운전자가 폐차하거나 명의를 이전했다는 서류를 제출하면 최대 20만원을 주고, 75세 이상 운전자에게는 차등 지급을 통해 최대 30만원을 지원한다.

충북 옥천군과 영동군은 지역상품권 30만원을 지급한다. 다만 영동군의 경우 실제 운전자만 30만원에 해당하고 이른바 '장롱면허' 보유자는 10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청주시는 교통카드 또는 지역화폐, 제천시는 지역상품권을 제공하지만 음성군의 경우에는 현금으로 10만원을 이체해준다.

17개 전국 광역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곳은 전남이다. 전남은 2022년 기본 혜택금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했다. 현재 12개 시군이 20만원을 지급하고 8개 시군이 최대 30만원을 지원하며 진도군과 구례군은 모두 50만원을 제공한다. 전남은 혜택 연령 기준을 70세 이상으로 규정했지만 광양군, 장흥군, 함평군 등 3개 군에서는 65세를 기준으로 한다.

고령 운전자가 면허증을 반납할 때 쥘 수 있는 혜택은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국적으로 큰 격차를 보이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혜택보다 고령 운전자가 면허증을 반납하더라도 생활에 지장이 없는 환경이 제공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교통과 관계자는 "지역 고령자들에게는 이동권과 생계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교통카드나 현금 등 단기적 지원은 한계가 있다"며 "운전을 포기하더라도 생활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면허증을 반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반납자 수는 대중교통이 활성화돼 있는 도심이나 광역시를 중심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며 "지역에서는 버스 한 대를 타려고 하더라도 읍내에 나가야 하니 차라리 면허증을 갖고 있는 게 낫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은 대중교통 이용 정도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 경기, 인천에서 면허증을 반납한 고령자는 모두 21만7044명(51.04%)으로 수도권이 절반 이상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2023년 대중교통 현황조사 종합결과 보고서'를 살펴보면 대중교통 이용 인원 역시 △서울 38.3% △경기 25.8% △인천 6.7% 등으로 수도권이 70% 이상을 차지했다. 교통 인프라가 잘 구축된 지역일수록 면허증 반납이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광역지자체 중에서 대중교통 이용 인원이 높은 곳은 △부산 9.18% △대구 4.17% △경남 2.61% 순이었다. 공교롭게도 전국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순위 역시 수도권 다음으로 부산, 대구, 경남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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