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23일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취임한 지 한 달을 맞았다. '국민 눈높이' 민생 정책을 내세우며 큰 기대감을 받은 게 무색하게 아쉬운 당내 장악력과 당정 갈등으로 한 대표의 리더십 한계가 드러나는 한 달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대표는 취임 이후 줄곧 '민생 정치'를 강조해 왔다. 여름철 저소득층 전기료 감면,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자금 지원, 난임 지원 사각지대 해소 등이 그 예이다. 이 같은 행보는 민생과 밀접한 이슈들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정치인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정쟁이 아닌 민생에 집중하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 대표가 이슈를 띄운 후 당론 추진 또는 정부 대책 발표로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한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며 더불어민주당에 명확한 입장을 내라는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적어도 내년 1월 1일 금투세가 시행되는 일이 없다는 것에 합의하고, 그 결정을 공표하는 게 국민들과 투자자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최소한 유예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표의 행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혼자 판단하고 결정해서 통보하는 독단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당내 장악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 지지율도 정체돼 있는 상태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5%(7월23~25일 조사)에서 32%(8월20~22일 전국 성인 1000명 대상 조사, 통신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방식, 응답률은 11.7%, 표본오차는 ±3.1%p, 신뢰수준은 95%.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로 3%포인트 줄어드는 등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당 대표로서 뭘 했을까' 의문이 드는 한 달"이라며 "여권 내 화합을 도모한 것도 아니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판단과 결정을 한 것도 아닌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아직 대통령실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 갈피를 잡지 못한 한 대표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복권과 관련해 반대 의견을 낸 것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자신만의 목소리 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의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무혐의 종결,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 등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결국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한 대표의 결정이 그의 리더십을 증명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한 대표가 주장하는 제3자 추천 방식에 대한 친윤계의 반대 여론이 여전하기 때문에 내부 설득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 소장은 "'국민 앞에 약속했으니 그냥 추진하겠다'는 식의 판단은 아마추어적"이라며 "대통령실, 친윤석열계 의원 등과 논의하고 설득해 처리해야 한다. 무작정 추진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당 대표로서의 자리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채상병 특검을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한 대표의 정치력을 테스트하는 전부가 될 것"이라며 "취임 한 달 동안 크게 돋보이지 않았지만 야당 그리고 용산과의 국면에서 한동훈이 정치인으로서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시험대에 섰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의 평가와 달리 한 대표는 스스로에게 후한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청년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 수료식에서 취임 한 달 소회와 관련해 "최대한 정치 공방을 자제했다. 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지지자들이 보기에 제가 잘 싸운다는 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며 "저는 잘 안 참는다. 그런데 지난 한 달간 많이 참았다"고 했다.
이어 "여러 가지 생각을 했기 때문인데, 그렇게 그때그때 어떤 정치 공방에 불씨를 계속 살려가서 그 온도를 높여 가는 것보다 금투세 폐지 논의 같은 민생을 여야정치에 전장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 정치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당내 장악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당이 움직이는 체제가 더불어민주당처럼 한 명이 얘기하는 대로 무조건 따라야 되는 그게 익숙하실지 몰라도 그게 정상적인 건 아니다" 라며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을 투명하게 좁혀가는 과정이 진짜 정치고, 그 과정을 겪어가고 있다. 저는 이견을 존중할 것이고 제 답이 맞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상대의 말이 옳다면 얼마든지 설득 당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