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25일 회담을 앞두고 의제 조율을 위한 줄다리기에 나섰다. 민주당은 한 대표의 조건대로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에 '제보 공작' 의혹을 포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을 공언한 한 대표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당론으로 내세웠던 '공수처 수사 후 특검' 공식에 따라, 한 대표의 특검안에 대한 비토 목소리는 여전하다. 회담을 앞두고 민주당의 계속되는 공세에 한 대표가 정치적 딜레마에 빠졌다는 평도 나온다.
20일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과 같은 여야 쟁점 법안보다는 민생 법안을 주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탄핵·청문회 등 정쟁 정치 중단 선언 △서민 이자 경감책 등 민생지원 방안 △정치개혁 협의체 상설화 등 세 가지 의제를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9일 "(채상병 특검법 관련)그런 대화를 나누는 걸 두려워하거나 피하는 건 절대 아니다"라며 "한 대표의 특검안에 대해 당 내부에서도 많은 의원들의 동의가 있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한 대표가 제안한 대로 ‘제보 공작 의혹’을 채상병 특검법 수사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같은날 "더 이상 채상병 사건 수사를 늦출 수 없기 때문에 제보 공작 의혹을 포함하자는 한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라며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킬 의지가 있다면 한 대표는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신속히 발의하라"고 한 대표를 압박했다.
이 같은 민주당의 전향적 태도 이면에는 국민의힘의 당론인 '공수처 수사 후 특검'에 따른 내분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한 대표의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안을 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국민의힘 내에서 한 대표의 채상병 특검안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큰 만큼, 이를 기회로 한 대표의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내에서는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한 대표 특검안에 대한 비토가 계속되고 있다. 대권 유력 주자인 한 대표가 중도층 포섭을 위해 내세운 안이 결국 윤석열 정부와 당을 난처하게 만들었다는 것. 한 친윤계 국민의힘 재선의원은 <더팩트>에 "당내에서 제3자 특검법과 관련해 반대 목소리가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다"라며 "한 대표가 중도층을 잡겠다는 건데 제3자 특검법으로 그게 잡히겠느냐"라고 했다.
현재 한 대표는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민주당의 태도를 관망하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한 손으로는 훨씬 위헌성이 강한 흉기 같은 법안을 내놓고, 한 손으로는 제가 낸 대법원장 (추천) 특검을 받는다고 했다"며 "진의가 뭔지 여러 생각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이 26일로 시한을 둔 것에 대해서도 "뜬금없이 시한을 거는 것은 본인들 입장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한 대표 채상병 특검안이 탄력을 받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채상병 특검안을 두고 여야 간 입장 차가 큰 데다, 한 대표로서도 당내 의원들을 설득할 명분이 부족해서다. 한 친한계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핵심은 제3자를 누구로 정할 것이느냐의 문제"라며 "민주당이 원하는 제3자이면, 당내 의원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걸 정해야 한 대표께서도 원내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있어 명확하게 입장을 가지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제3자를 '우리 마음대로 할게'라고 한다면, 이게 무슨 협상이 되겠느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