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는 韓-李, '채상병·금투세' 정책 신경전 불가피


25일 양당 대표 첫 회담 성사, 정책 경쟁 본격화
정치적 입지 달라..."기본적으로 협상 불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25일 첫 회담을 갖기로 했다. 두 사람은 채상병 특검법과 금투세 폐지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한 비대위원장이 이 대표를 예방했을 당시.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25일 만난다. 차기 유력 대권 후보로 꼽히는 두 사람이 '일하는 정당'을 강조하면서 정책 경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민생회복지원금 지급법(전국민 25만 원 지원법), 채상병 특검법 등 여야 간 입장차가 큰 의제들이 산적한 만큼 협상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당 대표 간 정책을 둘러싼 입장 차로 신경전이 계속되는 데다, 처해진 정치적 상황이 달라 갈등이 더 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이를 제안한 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이해식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19일 "한 대표께서 용산 대통령실과 상대적으로 독립된 수평적 당정관계를 끌고 가고 있는지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이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생의 어려움, 교착된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용단을 내렸다"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의제에 대해선 실무진 간 협의를 거치기로 했다. 양당 대표 모두 입법 성과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의제 조율에 난항을 겪더라도 회담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 비서실장은 ‘후속 협의 과정에서 회담이 취소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은 정국의 주요 쟁점인 채상병 특검법를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한 대표를 향해 "가장 큰 쟁점인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민주당 발의 특검안이 최선이라 생각하지만 한 대표께서도 제3자 특검 추천안을 제안한 바 있으니 특검 도입을 전제로 실체 규명을 위한 더 좋은 안이 있는지 열린 논의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제3자 특검 추천안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한 대표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관훈토론회에서 "민주당은 한 대표가 언급한 제3자 추천안도 수용할 수 있다"며 "마냥 기다릴 수는 없으니 23일 안에 결단을 내려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는 18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가장 큰 쟁점인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에 한 대표는 같은날 '제보 공작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자는 조건으로 맞불을 놨다. 한 대표는 "최근 드러난 소위 제보 공작 의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등의 당 내외 의견을 반영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 내에서 한 대표의 제3자 추천 특검안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인 만큼,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 국민의힘 재선의원은 <더팩트>에 "한 대표가 중도층을 잡기 위한 차별화 전략으로 채상병 특검안을 제시했는데, 민주당이 호시탐탐 틈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게임을 하든 이기는 게임을 해야 하는데, 채상병 특검안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전국민 25만 원 지원법 역시 여야 간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의제 중 하나다. 이 대표의 22대 총선 공약으로,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역사랑상품권을 소득 수준에 따라 25만 원~35만 원 사이에서 지급하는 게 주요 골자다. 이 대표는 "어려운 민생문제 중에서도 장기화하는 내수 부진을 타개할 방안에 대해 의논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민경제를 지원하고 경제회복에 도움 될 방안이 있다면 얼마든지 협의하고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한동훈 대표가 19일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오찬회의에서 고문들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25만 원 지원법을 두고 '13조 원 현금살포법'이라며 거센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대표는 ‘격차해소특별위원회(특위)’ 신설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대표는 19일 "격차 해소 정책은 일률적인 현금 살포와 다르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뿐 아니라 어려운 현실 속 사람들에 대한 지원, 구조적 이유로 생긴 다양한 격차를 줄이는 노력 역시 똑같이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완화도 뜨거운 감자로 꼽힌다. 한 대표는 금투세 폐지를 압박하고 있는 반면, 이 대표는 금투세 완화와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차별화된 정책 노선으로 중도층 확보에 나섰다. 이 대표는 "최고세율은 유지하되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 금액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수도권 등 대도시 집값을 고려해 집 한 채 가진 분들의 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며 상속세 완화를 골자로 한 개편안을 제시했다. 한 대표 역시 18일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민생을 위한 대승적 협력의 정치를 이 대표과 함께하고 싶다"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시급한 민생 현안들에 대해 조만간 뵙고 많은 말씀 나누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양당 대표 간 정책을 둘러싼 입장 차도 큰 데다, 두 사람이 처해진 정치적 상황이 달라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대표에게는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설을 불식시키고, 보수 핵심 지지층을 공고히할 과제가 남았다. 반면 이 대표에게는 192석의 여소야대 지형에서 윤석열 정부에 앞장서 대항하고, 그의 사법리스크 해결이 급선무로 꼽힌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한 대표는 핵심 지지층을 먼저 잡아야 하고, 이 대표로서는 윤석열 정권 퇴진 전면에 서서 사법리스크를 해소하는 문제가 제일 시급하다"라며 "국민들 앞에서 좀 더 유연한 정치를 보여 주고 보폭을 넓게 한다는 의미에서 회담을 가질 순 있겠지만, 양당 대표가 입장 차가 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협상하거나, 같이 갈 수 있는 스탠스가 아니다"라고 봤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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