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장악 청문회' 개최...野 "방송장악 쿠데타" 與 "방통위 무력화"


野, 7월31일 의결 과정 집중 질의..."1~2시간만에 83명 졸속 심의"
김태규 답변 태도도 논란...野 "건방 떨지 말라" 설전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14일 불법적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2차 청문회를 열었다. 이날 청문회에는 1차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겸 부위원장이 출석한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불법적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1차 청문회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의 불법성을 따지기 위한 2차 청문회에서 여야는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야당은 '졸속 심의' 의혹을 집중 추궁하며 이사 선임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방송장악' 주장에 반박하며 야당이 정치공세를 한다고 맞받았다.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겸 부위원장의 태도도 논란이 되며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적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를 열었다. 야당은 지난 7월31일 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을 문제 삼았다. 이정헌 민주당 의원은 "김홍일·이상인 방통위가 검증 절차에 구멍을 내고 이진숙·김태규가 그 구멍으로 자격 미달자를 통과시켰다. 아무런 면접, 검증, 토론, 심의가 없었다. 1~2시간 만에 83명의 명단이 추려지고 13명의 이사가 결정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7월 31일 첫 출근 10시간 만에 KBS와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를 졸속으로 갈아치운 행적을 파헤쳐 책임을 묻는 자리"라며 "7월 31일 방통위 회의 속기록과 회의록 관련 자료 일체를 신속하게 국회에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방통위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이 임명된 당일 회의를 열고 군사작전 하듯 1시간 반 만에 83명의 이사 후보를 심의하고 13명의 선임을 의결했다"며 "후보자 한 명당 심의 시간이 1분도 안 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분명한 방송장악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김 직무대행은 '방송장악'이라는 주장에 적극 반박했다. 김 직무대행은 '방송장악 쿠데타'라는 표현에 "정상적인 기구 구성을 위한 노력"이라고 반박했다. "임기가 끝나 새 기관을 구성하는 것을 두고 불법 방송장악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역으로 노영방송 수호를 위한 정권장악이라는 표현이 더 맞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도 힘을 보탰다. 김 직무대행은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당의 방통위원 추천 거부와 거듭된 탄핵 소추는 방통위를 무력화해 방문진의 현 이사진을 유지시키려는 의도"라는 말에 "그런 오해를 사기 충분하다"고 호응했다.

신 의원은 "'불법적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라는 이름은 이미 이사 선임이 불법이라고 전제하는 것"이라며 "방송장악이라는 건 누구의 프레임이냐"고 지적했다. 박근혜정부 시절 MBC 사장을 지낸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도 "(야당에서) 불법적인 방송장악이라고 하는데 현 정부는 그럴 능력이 없다"고 했다.

김 직무대행은 회의록을 제출하라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도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인사와 관련한 심의·의결은 비공개로 진행된 내용이라 제가 답변할 권한이 없다"고 했다. 세부 의결과정에 대한 질문에도 "비공개 회의 중에 있었떤 내용은 위원회가 답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위원회가 무력화된 상황에서 구성원에 지나지 않는 위원인 저는 대답할 권한이 없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 공무원이 사망한 것과 관련한 질의도 나왔다. 김 직무대행은 권익위 조사 당시 부위원장으로 재직하며 사건 종결을 강하게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이 이점을 지적하며 "사과할 의향이 있냐"고 묻자 "법과 원칙대로 일을 처리했다"며 "오늘 청문회 주제는 그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질문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김 직무대행의 답변 태도도 논란이 됐다. 김 직무대행은 야당 의원의 질의에 끼어드는가 하면 웃거나 한숨을 쉬었다. 황 의원이 "7월 31일 회의록이 존재하긴 하냐"고 묻는 말에는 "굉장히 공격적이고 불편한 언어를 쓴다"고 맞받았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이 과거 임원 선임에 1~3주가량 걸렸다는 점을 들며 '졸속 심의'를 지적하자 김 직무대행은 "제가 잘 듣고 있으니까 언성을 안 높여도 된다"고 비꼬았다.

최 과방위원장은 "지금 여러 메시지를 받고 있다. 김 직무대행의 답변 태도가 다른 국무위원들과 너무 다르다. 진지하게 답변에 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 직무대행은 "얼굴 비비는 것까지 뭐라고 하느냐"며 항변했다.

한편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이날 오후 진행될 청문회에 증인 자격으로 참석한다. 이 방통위원장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야당 의원들은 방문진 이사 선임이 이뤄진 회의에 대해 집중 질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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