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제79주년 광복절이 이념 논쟁의 중심에 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뉴라이트' 인사로 지목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임명한 이후 광복절과 맞물려 갈등의 불씨가 확산하고 있다. 심지어 야당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을 '밀정'에 비유하며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국론 분열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이념 논쟁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친일 행보 논란은 반복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북 강경 메시지를 쏟아냈다. "북한은 최악의 가난과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공작을 일삼아 왔다" 등이다. 대신 한미일 3국 협력을 강조했다. 특히 일본에 대해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고 했다. 2022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을 '이웃'이라고 표현한 것에서 한 발 더 나갔다.
일본의 식민 지배의 부당성이나 일본군 '위안부·강제징용' 등 한일 간 역사 문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민감한 양국 간 현안은 피하고 일본으로부터 나라와 주권을 되찾은 날 일본과 협력을 강조한 메시지는 부적절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야당은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조금의 반성도 없는데 윤 대통령은 일본과 무슨 미래를 논하라는 말인가"라며 날을 세웠다. 심지어 여당 일각에서도 "6·25전쟁 기념사 같았다"는 평이 나왔다.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현장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일본 측을 상대로 사도광산의 강제노역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반영토록 협상을 추진했던 정부는 지난달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에 찬성했다. 이후 전시 공간엔 '강제동원', '강제노동 피해' 표현이 담기지 않아 논란이 됐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정부의 친일매국 작태"라는 식의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반일 선동, 정치 공세"라며 선을 긋고 있다.
지난 4월 일본은 '2024 외교청서'에서 우리나라 고유 영토인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했다.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소송에 대한 일본기업 배상 명령 판결에 대해서도 '불수용' 뜻을 재확인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강제동원 피해 문제에 대해 진정한 사과와 배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억지 주장을 부렸다. 그러면서도 한국과의 관계를 '파트너'로 규정했다. 외교부는 일본 측에 항의 의사를 밝혔으나, 야당은 "굴종 외교"라고 반발했다.
윤석열 정부의 강제징용 제3자 배상안도 떠들썩했다. 지난해 3월 정부가 발표한 강제동원 제3자 해법은 일본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만들어 재단의 재원으로 일본기업으로부터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고, 향후 일본기업이 참여한다는 해법이다. 피해자들은 강하게 반발했지만, 윤 대통령은 당시에도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는 일본 전번기업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사법부 판단이 잇따라 나왔다. 2018년 대법원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인본제철을 상대로 강제노역 피해자들에게 배상금(1억~1억5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과 비슷한 취지다. 정부는 법원에 돈을 맡겨놓는 '제3자 변제 공탁' 방식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상금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법원에서 퇴짜를 맞았다. 피해자와 유족이 제3자 변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우리 국민은 크게 우려하고 불만을 터트렸던 반면 오히려 정부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이유를 내세우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야당은 비판해왔다. 여당은 건건이 야당이 반일감정을 부추긴다는 식으로 맞서왔다. 다만 윤석열 정부는 유독 일본과 밀착하는 모양새다. 정작 일본 정부는 일제 침략과 식민지배의 과거사를 부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