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예전엔 싸워도 풀었는데"…증오만 남은 여야


윤 대통령, '민생·안보' 여름휴가…김 여사 독자 행보
北 선수단 '삼성폰' 수령 혼선…대북제재 위반 논란

김상훈(오른쪽)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7일 국회에서 만나 악수하는 모습. 두 사람은 22대 국회 들어 이날 처음으로 회동했다. 다만 여야정 협의체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8~9일 이틀간 계룡대에서 육군과 공군 장병들을 격려하며 닷새 간의 여름휴가를 마무리했다. 업무에 복귀한 윤 대통령은 광복절 메시지와 민생 현안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여야는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여당은 8월 임시국회에서 민생 법안을 처리하자고 요구하고 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민생 관련 입법에 대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세 번째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하면서 특검 공방도 재점화했다. '협치'는 요원해 보인다. 여야는 국회가 개원한 지 두 달 넘게 지났는데도 민생 법안은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금융투자소득세 존폐를 두고서도 논쟁을 벌이고 있다. 뿔난 개인투자자들은 민주당에 불만을 쏟고 있다. 한편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4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받았다고 했다가 번복해 논란이 일었다.

여야는 국회가 개원한 지 두 달 넘게 지났는데도 민생 법안은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더팩트 DB

◆여야정 협의체 무산..."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무기력한 여야

-여야가 구하라법, 간호법 등 비쟁점 민생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며.

맞아. 법안이 통과된다면 22대 국회 출범 후 여야의 첫 합의 법안이 되는 거야. 석 달 만이니, 늦어도 너무 늦긴 했지. '범여권 주도 법안 상정-필리버스터-24시간 이후 종결권을 통한 야당의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야당 단독 처리-대통령 거부권'과 같은 악순환이 반복됐잖아. 특히 범야권이 채상병·김건희 특검법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겨누고 있는 상황이라 여야 입장차를 좁히기 어려운 상황이야. 그래도 민생 법안은 챙겨야 하니깐, 비쟁점 법안만이라도 처리하자는 목소리가 모인 거지.

-여야정 협의체에 관해서는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던데.

여야 불통에 따른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도 속도가 나는 듯했는데 역시였어. 국민의힘은 조건 없이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한 반면, 민주당은 영수회담이 우선이라는 입장이야.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전날(8일) 재발의한 채상병특검법에 김건희 여사까지 넣어 놓고, 영수회담을 하자는 건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라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더라. 곽규택 수석대변인 역시 논평에서 "민생 회복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고 비판했어.

여야는 8월 임시국회에서 간호법, 구하라법 등 민생법안 처리에 합의했다. 여·야 의원들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방송4법과 해병대원 특검법 안건 상정에 대한 구호를 외치며 대치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계속되는 정쟁에 여야가 단체 무기력증에 빠진듯하네.

탄핵에 특검, 22대 국회가 들어선 후에 서로 상대를 몰아내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이 사석에서 "예전엔 상임위에서 싸워도 저녁 자리에서 풀면 그만이었는데, 요즘은 민주당 의원들 전화도 받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 법안 처리를 하려면 여야가 모여서 대화도 하고, 견해도 들어봐야 하는데 그조차도 싫다는 거지. 계속되는 정쟁에 서로가 서로를 진심으로 증오하고 있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지.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사석에서 "22대 국회 출범 직후에는 민주당 모습에 화가 났는데 이제는 무기력하다"라고 하더라. 한 민주당 보좌진도 "우리가 법안을 발의해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면 다 물거품이 된다"고 한탄하더라. 일을 해야 하는데, 서로 미워하느라 일이 뒷전이 돼버린 상황이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북한 선수단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수령했다고 밝혔다가 사실이 아니라고 정정했다. 외교부는 IOC의 입장 번복 전까지 북한이 해당 스마트폰을 받았다는 전제로 입장을 내놨다. 사진은 2024 파리 올림픽 메달 시상식에서 북한 선수들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으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뉴시스

◆"받았다"→"아니다"...IOC 입장 번복에 '난감한' 외교부?

-2024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의 '삼성 스마트폰 수령'이 논란이 됐지?

-응.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7일 북한 국가올림픽위원회(NOC)가 자국 선수단을 위해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가져갔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답변을 받아 보도했어. IOC는 올림픽 공식 후원사 삼성전자의 특별 제작 스마트폰을 선수들에게 제공하는데 북한도 이에 포함됐다는 뜻이었지. 이후 대북제재 논란이 제기됐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2397호 7항은 모든 산업용 기계류의 대북 직간접 공급, 판매, 이전을 금지하는데 여기에 스마트폰도 해당하거든.

-이튿날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도 관련 질의가 쏟아졌어. 전날 RFA 보도 이후 외교부 당국자 발(發)로 대북제재 소지가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기 때문이지.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8일 "이번 사안이 결의 위반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해당 금수품이 북한으로 반입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어. 또 "우리 정부는 안보리 결의가 철저히 이행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공조하에 필요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어.

북한은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올림픽조직위원회가 삼성전자의 특별 제작 스마트폰을 귀국 전 반납 조건으로 제공하겠다고 하자 수령 자체를 거절하기도 했다. 사진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공동 입장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이 대변인의 답변을 살펴보면 북한 선수단이 삼성 스마트폰을 수령한 게 맞고,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안보리 결의에 저촉되지 않도록 추가적인 조처를 하고 있다는 의미였지. 북한의 삼성 스마트폰 수령에 대한 사실 관계가 파악되지 않는 이상 나올 수 없는 답변이었어.

-그런데 IOC가 입장을 번복했다고?

-맞아. IOC는 지난 8일 북한 선수들이 삼성 스마트폰을 받지 않았다고 입장을 바꿨어. 시간상으로 따져보면 외교부 정례브리핑 이후야. 외교부는 IOC의 수정된 입장 전까지만 하더라도 '북한 선수단이 삼성 스마트폰을 받았다'는 전제로 답변을 내놨지. 결국 외교부가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한 게 맞느냐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여.

-외교부 말고도 통일부도 관련된 비판에서 자유롭진 못할 것 같아. RFA 보도 이후 통일부 당국자 발로도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거든. 하지만 통일부에서는 IOC의 수정된 입장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어.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지난 9일 정례브리핑에서 'IOC가 북한 선수단이 삼성 스마트폰을 받지 않았다고 했는데, 북한에 들어간 삼성 스마트폰이 정말 아예 없다는 것이냐'는 질의에 "질의하신 사항과 관련해 통일부 차원에서 별도로 확인해 드릴 내용은 없다"며 "IOC에서 이미 설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만 답했지.

윤석열 대통령이 여름휴가 마지막 날인 9일 충남 계룡대 전투통제실을 방문, 장병을 격려하는 모습. 윤 대통령 왼쪽 뒤는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뉴시스

◆민생·안보 방점 찍은 尹…단독 행보 나선 김건희 여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닷새 간의 여름휴가를 마쳤어. 윤 대통령은 집권 3년차 여름휴가를 어떻게 보냈어?

-윤 대통령은 휴가 첫날인 지난 5일 경남 통영중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물가도 살폈어. 이 시장에서 50년 동안 자리를 지키며 반건조 생선을 판매해 온 한 어르신과 좌판에 앉아 반건조 생선 종류와 조리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 내수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생 행보 일환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야. 또한 윤 대통령은 6일부터 이틀간 진해 해군기지에 머물며 장병들을 격려했어.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3군이 모인 계룡대에 머물며 육군과 공군 장병들을 격려하고 안보태세를 점검했어. 이번 여름휴가는 민생과 안보에 방점이 찍혔다고 볼 수 있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7일 부산 감천문화마을을 찾아 방문객과 대화하는 모습. /뉴시스

-오히려 김건희 여사가 윤 대통령의 여름휴가 중 부산을 들려 더 눈길을 끌었다고?

-정치권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6일 비공개로 부산 깡통시장과 초량동 명란브랜드연구소 등을 방문했어. 이 역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고 해. 이튿날인 7일에도 부산 흰여울문화마을과 감천문화마을 등을 방문해 시민들과 만났어. 윤 대통령이 없이 단독 일정을 소화한 것인데, 기자들에게도 공지되지 않은 비공개 일정이었어.

-여름휴가 동안 온전히 쉬진 못한 것 같네. 이런 일정은 사실상 업무의 연장선으로 봐도 과언이 아닐듯 하기 때문이야. 윤 대통령은 여름휴가 동안 하반기 국정운영 구상을 가다듬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보자고.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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