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한동훈 지도부 인선을 두고 탕평보다는 우군 선택에 주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22대 총선을 진두지휘한 홍영림 여의도연구원장 재신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한 대표 인선 작업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된다. '변화'를 기치로 여연 개혁을 강조한 한 대표가 여연 원장을 그대로 재신임하는 게 옳느냐는 지적에서다.
5일 한 대표가 지도부 내 요직 인선 작업 마무리에 들어가면서, 당 체질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지명직 최고위원으로는 원외 친한계 김종혁 전 조직부총장을, 수석대변인으로는 초선의 곽규택(부산 서구동구)· 한지아(비례대표) 의원을 선임했다. 전략부총장으로는 한동훈 캠프 상황실장 출신인 신지호 전 의원이, 조직부총장에는 정성국 의원(부산진구갑)이 낙점됐다. 사실상 한 대표가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를 대거 기용하면서, 당 장악력을 공고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번 인선에서 여연 원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홍 원장의 유임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 교체 후 반발 심리를 고려해 당내 여론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친한계 국민의힘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여연 원장의 경우 기본적으로 계약 기간이 있고, 또 여연 개혁 문제 등 여러 고려할 사항들이 많이 있어서 검토 중에 있다"고 전했다.
쇄신을 기치로 정책위의장 교체를 강행했던 한 대표로서도 홍 원장 재신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한동훈 지도부는 지난 9일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된 정 전 의장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잠시 내홍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한 대표는 정 전 의장에게 "우리 당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싶다"라며 "그렇다면 새로운 인물과 함께 시작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당내 비토에도 정책위의장 교체를 밀어 붙인 한 대표가 자가당착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여연은 지난 수년간 당내 계륵으로 전락했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인사 돌려막기, 전문 인력 부족 등 당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 했다는 평가다. '당의 싱크탱크 고장으로 인해 22대 총선에서 참패했다'는 악평도 나왔다. 총선이 끝난 지난 4월 26일 여연 노동조합은 성명서에서 "홍 원장은 1월 초 취임 후 직원 상견례를 제외하고 그동안 단 한 차례도 직원 전체 회의를 한 적이 없다"며 "다른 임명직 당직자가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했음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홍 원장이 여연 정상화를 위한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대표 역시 본인의 당대표 공약 중 하나로 여연 개혁을 꼽았다. 지난달 29일 한 대표는 "첫 번째는 민심 파악으로 여의도 연구원의 빅데이터와 여론조사 기능을 발달시키겠다. 두 번째 민생 정책 파트는 외부 논객 아웃소싱을 강화하고 전문가를 채용할 것"이라며 "청년 정치 교육과 지원 등을 별도 기능으로 강화하겠다"며 여연 개혁 청사진을 밝혔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홍 원장 연임시 한 대표가 강조해 온 흐름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재선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여연은 22대 총선에서 지역별 공약도 제대로 내지 않았고, 판세 분석도 제대로 한 게 없다"라며 "중요한 선거에서 제대로 못해줬다는 그런 비판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가 당 변화를 주문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 전 의장 교체도 강행했는데, 진짜 교체가 필요한 여연 원장을 그대로 두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22대 총선 당시 홍 원장의 당헌당규 위반 여부를 들어 적임자가 아니라는 비토 목소리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헌당규상 선거 여론조사는 사무총장만 하기로 돼있는데, 백서특위에 당헌당규를 위반한 게 나온다"라며 "원장께서 직접 조사해서 한 대표에게 직보한 걸 당규 위반이라고 본인도 인정을 했고, 여연도 당무 감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감찰을 받을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한 대표가 홍 원장을 재신임할 경우에 변화를 위해 정 전 의장을 교체했다는 건 국민 우롱이고, 정 전 의장을 끌어내리기 위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