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법사위서 설전 벌이던 여야 사이…박은정 의원 '웃참' 영상 화제
-박은정 혁신당 의원의 '웃참(웃음 참기) 영상'이 있다는데?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회청원 2차 청문회가 있었잖아.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의혹과 관련한 질의가 오갔어.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 대화 속 가까스로 웃음을 참는 박 의원의 모습이 포착됐지. 전주 금요일 늦은 밤에 벌어진 일이라 박 의원의 모습을 담은 짧은 동영상은 주말이 지나고 이번 주에야 화제가 됐어.
-어떤 상황이었냐면, 박 의원이 질의할 차례였어. 앞서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한 도이치모터스 전 회계담당자인 염신일 씨를 추궁하다 질의 시간이 종료됐어. 송 의원은 증인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고 생각한 모양이야. 송 의원은 박 의원 질의 시간에 염 씨에게 발언 기회를 줘야 한다고 항의했지. 송 의원은 같은 증인으로 출석한 최재영 목사에게도 3분의 발언 시간을 줬거든.
-이때부터야. 정 위원장은 "본인의 모습을 봐도 좀 부끄럽지 않나"라고 송 의원에게 물었고, 송 의원은 "제가 부끄럽게 생각되나"라고 억울한 듯 되물었어. 정 위원장은 짧게 "예"라고 답했어. 너무 단호한 답변에 웃음이 지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 순간 박 의원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어. 그러나 이내 입술을 깨물고 숨을 내쉬며 어떻게든 안 웃으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지. 법사위에서 늘 거세게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내는 박 의원의 평소와 사뭇 달랐어.
-왜 그렇게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했는지 궁금하잖아. 박 의원은 지난 1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 위원장과 송 의원 대화와 상황이 통상적이진 않아 웃기긴 했다"면서도 "그렇다고 웃는 모습을 보이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어. 김 여사 관련 의혹에 관한 청문회인 데다 국민권익위원회, 최 목사, 국가보훈부 서기관 등 증인 앞에서 웃는 것은 부적절했다는 이유를 들었어.
-영상을 본 이들에겐 박 의원 '웃참'이 호감으로 다가온 모양이야. "박 의원이 웃음을 참느라 애쓴다", "웃참하는 박 의원님 귀엽다" 등 응원하는 누리꾼의 댓글이 많더라고. 국회가 우스운 정치가 아니라 국민들을 웃게 하는 정치를 해야 할 텐데.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이 지닌 책무를 더 무겁게 인식했으면 좋겠네.
◆바람 잘 날 없는 법사위, 이번엔 "누가 빌런인가" 공방
-법사위에서 벌어진 일의 이야기를 이어가보자고.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들 모두 예민하고 발언 수위도 점점 높아지는 모습이야. 지난달 31일에는 "누가 빌런이냐"를 놓고 잠시 말싸움이 있었잖아.
-맞아. 민생회복지원금법과 노란봉투법을 야당 주도로 의결할 때였어. 토론이 길어지자 정청래 위원장은 장경태 민주당 의원의 제안에 따라 법안을 표결에 부쳤어.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방적인 토론 종결에 거세게 항의했지.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이 정 위원장에게 "언론에서 (정 법사위원장에 대해) '빌런'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비판하자, 정 위원장은 "많은 국민은 빌런을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고 받아쳤어.
-뿐만 아니었어. 이날 법사위에서는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권이 무기한 정지되는 일까지 빚어졌지. 곽 의원이 정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는 과정에 "지가 뭔데"라고 발언했고, 정 법사위원장의 사과 요구를 거절하면서야.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진 끝에 법사위는 40여 분간 정회했고 곽 의원은 이후 회의에 불참했어.
-장 의원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 사이에서도 고성이 오갔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와 관련해 장 의원이 박 장관의 답변을 비판하자, 박 장관은 "아무리 의원이라도 장관에게 그렇게 말할 수 없다"고 항의했어. 장 의원이 "부끄러운 줄 알라"고 하자 박 장관도 "본인이 부끄러운 줄 알라"고 맞섰지.
-다들 날이 서 있어서일까. 유치한 기싸움으로 씁쓸한 웃음이 나올 때도 많아. 앞서 곽 의원은 정 법사위원장의 진행에 항의하면서 말없이 정 법사위원장을 몇분간 빤히 쳐다봤지. 정 법사위원장은 "앞으로 5분 이상 째려보면 의사진행 방해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한 적 있어.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도 종종 웃음을 자아내곤 해. 앞서 송 의원은 정 법사위원장에게 "존경하고픈 위원장님"이라고 비꼬듯 말했었어. 정 법사위원장은 "그런 말로 희화화하지 말라"고 불쾌해했지. 송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의 불법성을 집요하게 지적하기도 했어. 정 법사위원장이 "불법 청문회면 나가라"고 하니 송 의원은 진짜 나갔다 들어오더라고. 의원들은 물론이고 증인들은 웃음을 참는 표정이었어.
-상임위가 다 큰 어른들의 감정싸움의 장으로 희화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정 법사위원장이 한번은 "웃음이 나오게 하지는 말자"고 했었지. 국민이 하고 싶은 말 아닐까.
◆금기어 '개딸' 언급한 김두관
-민주당 전당대회가 반환점을 돌았어. 최고위원 주자 간 경쟁이 관심을 끄는 모양이야.
-맞아. 이재명 당대표 후보의 독주로 흥행에 적신호가 켜진다 싶었는데 최고위원 경선에서 관심몰이를 하고 있어. 후보들 모두 친명 색채를 내세우게 되니까 후보 개인의 능력이나 선호도에 따라 순위가 갈리는 것 같아. 국민의힘과 달리 전당대회가 별 탈 없이 진행된다고 싶었는데 난데없이 '개딸' 문제가 다시 떠올랐네.
-개딸은 이재명 후보의 강성 지지자들을 뜻하는 '개혁의 딸'의 줄임말인데 지난 대선 직후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최근엔 좀 잠잠해졌거든. 그런데 이 후보와 함께 당대표 경선을 뛰고 있는 김두관 후보가 '개딸'을 언급했어. 지난달 27일 부산 합동연설회 도중 김 후보는 "이렇게 해서 차기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며 "개딸들이 우리 민주당을 점령했다"라고 말했어.
-강성 팬덤 문제로 언론의 질타를 많이 받아와서 그런 것도 있고, 또 이재명 후보의 영향력이 세진 탓도 있어서 당내에선 비명계라도 '개딸'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거든. 실체는 있어도 언급하긴 어려운 금기어, 이른바 '볼드모트'(이름을 말해선 안 되는 존재) 같은 것이지. 그런데 김 후보가 그것도 전당대회 연설장에서 개딸을 언급해서 난리가 났어. 행사장에 모인 민주당 지지자들은 김 후보를 향해 비난과 야유를 퍼부었어.
-김 후보는 PK 경선 후 기자들과 만나 "강경 소수의 개딸들이 우리 민주당을 점령했다. 그 발언에 대해선 평소 생각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극렬 강경 소수 개딸이 어떻게 하는지는 충분히 알고 계시지 않나"라고 뜻을 굽히지 않았지. 지난달 30일 열린 토론회에서도 김 후보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같은 팬덤은 환영하는데 이 후보를 지지하는 개혁의 딸은 당내 정치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 같아서 염려가 많다"라고 개딸을 또다시 비판했지.
-이같은 김 후보의 입장에 대해 이 후보는 "우리 민주당의 다양성 또는 크기를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든지 의견이 다를 수 있다"라고 말했는데 오히려 최고위원 주자들이 나서서 김두관 후보를 반박하고 있어. 김민석 최고위원 후보는 부산 연설회에서 "저는 분명하게 한가지는 말씀드리고 싶다. 적어도 저들의 프레임에 휘둘리지는 말자. 이재명 대표 정말 치열하게 노력했다. 알고 비판해달라"고 김두관 후보를 비판했지.
-누적 득표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도 지난달 28일 충남 연설회에서 김 후보를 겨냥해 "분열적 발언을 했다"고 직격했지. 이에 김 후보는 오후에 이어진 충북 연설에서 "그 정도 반대 목소리도 수용 못 하면 민주당이 아니지 않나. 탄핵이 우선이니 당내 다른 목소리는 필요 없다는 건 전체주의 사고"라고 정 후보와 신경전을 벌였지. 호남, 수도권 등의 경선이 곧 시작돼. 지금까지 열렸던 지역보다 이곳의 당원 수가 훨씬 많아. 지지세도 강한 편이고. 앞으로 열릴 연설회에서 김 후보가 또 야유를 듣지 않을지, 개딸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지 궁금하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