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신임 정책위의장에 4선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을 내정했다. 전날(1일)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이 전격 사퇴한지 하루 만에 발표된 인선으로, 한동훈 지도부 체제가 탄력을 받는 양상이다.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친한(친한동훈)계 원외인사인 김종혁 전 조직부총장을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가 친한계 5인-친윤(친윤석열)계 4인으로 구성되면서 ‘한동훈호(號)'가 안정적인 순항에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열린 국회 기자회견에서 "여야 대치 구도 가운데 정책위의장 중책을 맡아서 어깨가 무겁다"라며 "그간 정 전 의장이 원활한 당정관계의 초석을 닦느라고 수고 많이 했고, 바톤을 이어 받아서 우리가 당면한 민생 현안 처리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책위의장은 대표와 원내대표, 사무총장과 함께 ‘당 4역’으로 꼽힌다.
김 의원은 내정 배경을 두고 "(한 대표가) 비교적 정책 친화적인 의원으로 판단한 것 같다"라며 "여야 협상 창구 역할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당면한 여러 쟁점 법안 처리와 야당과의 대화에서 성과를 올려주길 바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당이 협의할 수 있는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해 민생을 첫째로 고려해, 국민이 불편한 부분을 찾아서 해결할 수 있는 행보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 내정으로 한 대표가 최고위 9인 중 5인을 친한계 인물로 채우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의원은 지도부 구성에 대해 "계파 프레임을 싫어한다"라며 "우리는 집권여당이라 한 목소리로 같이 가는 최고위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다만 김 의원은 한 대표의 공약이었던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서는 '공수처 수사가 먼저'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후 한 대표와 의견 차로 갈등을 빚을 수 있는 대목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대통령의 거부권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수사가 완결된 후 미진할 때 시행하는 게 기본 전제"라며 "당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행정고시(33회) 출신인 김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당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당내 '정책통'으로 꼽힌다. 계파색이 옅은 합리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김 의원의 인선으로 3선 TK(대구경북) 추경호 원내대표와 4선의 TK 정책위의장이 지명됐다.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선수가 역전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관례적으로 그런 게(원내대표 보단 낮은 선수가 의장을 맡는 것) 있다고 하지만 각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가능하면 원내대표와 원팀이 돼서 조력자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김 의원은 당헌・당규에 따라 의원총회 추인을 거쳐 임명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