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내달 14일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탄핵소추안과 관련해 청문회를 열기로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차장검사가 김건희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대기업 협찬 의혹 등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했다고 주장해왔다. 김 차장검사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대북송금 의혹, 법인카드 등에 관한 사건 수사를 지휘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보복성 탄핵'이라며 의결 과정에서 크게 반발했고, 여야 간 큰 고성이 오갔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김 차장검사 탄핵소추안을 상정하고 탄핵소추사건 조사 계획서 채택의 건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조사계획서 채택의 건에 대한 거수 표결에 불참했다. 법사위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중대한 헌법 위반을 근거로 탄핵한다고 하면서, 청구한 증거 및 참고 자료가 4개의 언론 보도"라며 "다수당이 힘이 세다고 해도, 언론 보도만 가지고 탄핵하겠답시고 법사위에서 조사하려고 한다"라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22대 국회 이후 탄핵이 일종의 정쟁 도구로 전락해 있지만, 이렇게 허접한 증거 자료로 탄핵한다는 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검사들이 정치질을 하고 있으니깐, 여당 의원들이 겁 먹고 검사들 변호를 하고 있지 않느냐"라며 "잘못한 검사가 있으면 여당이 먼저 나서서 강력하게 규탄하고 먼저 탄핵하자고 나섰어야지, 왜 이렇게 검찰을 옹호하느냐"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여당 의원들이 검사 탄핵에 경기를 일으키는 데에는 권력의 본질이 검찰에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고 있는 것"이라며 "검찰권이 폭주하고 있으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나서서 징계를 해야하는데, 여당 의원들은 김 차장검사의 변호인 같은 얘기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당이 검사 로펌이냐"라고 했다.
의결 과정에서 여야 간 고성도 터져나왔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안건을 상정하자 여당 의원들은 위원장석에 나와 일제히 항의했다. 정 위원장이 퇴거명령을 내리자,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무슨 퇴거명령이냐. 지가 뭔데"라고 반발했다. 야당에서는 "인성이 문제다"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한편 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도 강행 처리했다. 민생회복지원금 특별법은 전 국민에게 25만∼35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국민의힘은 헌법에 반하는 '처분적 법률'이라며 반대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와 관련해 "예산 편성권은 정부에 있는 것으로, 심의나 결산은 국회의 통제를 받도록 한다. 국회에서 상호견제 개념을 다 무시하는 건 위헌적인 처분적 법률에 해당한다"라며 "이런 식으로 법을 만들 거면 '방통위원장은 민주당이 임명한다'식의 극단적인 법안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를 향한 민주당의 질타도 이어졌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민생회복지원금 필요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향해 "소상공인과 국민들의 실질 소득이 굉장히 많이 감소한 상태인데, 이 어려운 현실을 타개할 주요 정책이 무엇이느냐"라고 물었다. 이 장관은 "취약계층에 대해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강화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이후에 계속된 김 의원의 정책 질문에 이 장관이 구체적으로 답하지 못 하자, 김 의원은 "소상공인들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법인데 정부의 주요 대책을 지금 모르고 있다"며 "대책이 없거나 대책이 있어도 알지 못 하는 게 지금 이 정부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