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수많은 의혹으로 논란을 낳은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을 강행했다. 이어 고용노동부 장관에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을 후보자로 지명했다. 야권은 곧장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 이 위원장과 김태규 방통위 상임위원 임명안을 재가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회에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당일 기한으로 요청했고, 기간이 지난 이날 오전 곧바로 임명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앞서 사퇴한 이상인 전 방통위 부위원장의 후임자로 판사 출신인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도 상임위원으로 임명했다. 윤 대통령이 인사를 단행하면서 방통위는 '2인 의결 체제'를 다시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야권이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그대로 실현된 것으로 정치권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의 2인 체제가 갖춰짐에 따라 이 위원장은 곧바로 전체회의를 열고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한국방송(KBS)의 새 이사진 선임을 의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문진 이사 9명의 임기는 8월 12일, 한국방송 이사 11명의 임기는 8월 31일까지다.
더불어민주당은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5명으로 구성돼야 하는 방통위가 2명만으로 의결하는 게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 위원장이 2인 체제에서 의결에 나설 경우 즉각 탄핵소추를 진행할 방침이지만 탄핵 대상이 되더라도 방문진·한국방송 새 이사진 선임 절차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우려가 현실로 벌어지자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 위원장 임명 직후 "이진숙 씨는 공직을 수행할 자질과 능력, 도덕성을 전혀 갖추지 못한 '빵점'(0점) 인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수사받고 처벌받아야 할 사람을 방통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이진숙 씨가 최소한의 명예라도 지키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국민과 언론인 후배에게 부끄러운 일을 그만 보이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선 "방송 장악으로 독재의 길을 가겠다는 망상을 접으라"며 "국가 기관의 위법적 운영에 따른 최종적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고 이는 중대한 헌법 위반이 될 수 있음을 깨닫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또 같은 날 고용노동부 장관에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을 후보자로 지명했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20~30대를 노동현장에서 근로자 권익 향상을 위해 치열하게 활동했다"며 "고용노동계 현안이 산적한 시점에 노동현장과 입법 행정부를 두루 경험한 후보자야말로 노동개혁을 완수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김 후보자는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15·16·17대 국회의원을 거쳐 두 차례 경기도지사를 지냈고 지난 2022년 9월에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위원장(장관급)에 임명됐다.
김 후보자는 지명 후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께서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셨다"며 "제가 부족한 만큼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와 경총을 비롯한 사용자 단체, 국회와 노동 관련 학계·언론계의 말씀을 늘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경사노위 위원장에 임명했을 당시 부적격 판정을 하며 사퇴를 촉구한 바 있어 인사청문회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을 주일본대사로, 심승섭 전 해군참모총장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하는 등 재외공관장 2명에 대한 인사도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