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재명 보러 새벽부터"…폭염보다 뜨겁던 민주당 PK 경선


27일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
이른 시간부터 지지자들로 현장 북새통
후보 응원 위해 수도권서 새벽부터 찾아오기도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울산을 시작으로 부산과 경남 창원에서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순회 합동연설회를 차례대로 열었다. 울산 합동연설회 참석을 위해 문수경기장을 찾은 이재명 당대표 후보와 김민석 최고위원 후보. /울산=김세정 기자

[더팩트ㅣ울산·부산=김세정 기자] 27일 울산과 부산의 기온은 30도를 웃돌았다. 정수리가 뜨거워질 정도로 강렬한 햇볕이 쏟아졌지만 이곳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들은 지친 기색 없이 응원의 열기를 뿜어냈다. 각자 응원하는 당대표·최고위원 후보의 선전을 기원하면서 그들의 이름을 목이 터지라 외쳤다. 이마와 콧등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더라도 신경전보단 웃음소리와 환호가 가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울산을 시작으로 부산과 경남 창원에서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순회 합동연설회를 차례대로 열었다. 당 선관위는 전날부터 이틀간 권리당원을 상대로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고, 이날은 후보들의 연설회에 이어 각 지역별 투표 결과 발표가 진행됐다.

이날 이른 시간부터 울산 남구 문수경기장 앞은 파란색 물결이 들어찼다. 울산에 사는 이들은 물론 지지하는 후보들을 응원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권리당원들로 경기장 앞은 북새통을 이뤘다. 파란 티셔츠나 모자 차림으로 색을 맞췄고, 지지 후보를 응원하는 손팻말을 저마다 들고 있었다.

이른 시간부터 문수경기장 앞은 파란색 물결이 들어찼다. 파란 티셔츠나 모자 차림으로 색을 맞췄고, 지지 후보를 응원하는 손팻말을 저마다 들고 있었다. /울산=김세정 기자

전날 울산에 미리 도착했다는 김병주 최고위원 후보는 무더운 날씨에도 응원해 주는 지지자들이 고마운지 연신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한준호 후보도 셔츠 소매를 걷고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며 지지를 호소했다. 현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유튜버들의 인터뷰 요청도 흔쾌히 응하며 후보들은 소통에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김민석 후보와 함께 경기장에 도착한 이재명 당대표 후보는 손을 흔들며 당차게 입장했다. 이재명 후보의 등장에 경기장 일대는 함성으로 가득 채워졌다.

울산 북구에 거주하는 50대 권리당원 이금정 씨는 이재명 후보를 보기 위해 더운 날씨에도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경기지사 시절 이 후보가 계곡 정비를 했던 것을 언급하면서 "그때 (이 후보가)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일극체제'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이 씨는 "일부 언론이나 시기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용어일 뿐이다. 지금은 똘똘 뭉쳐야 한다. 그런 이야기에 좌지우지될 필요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전날 울산에 미리 도착했다는 김병주 최고위원 후보는 무더운 날씨에도 응원해 주는 지지자들이 고마운지 연신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울산=김세정 기자

김두관 후보의 지지자들도 눈에 띄었다. 60대 김행주 씨는 "(김두관 후보를 좋아한 지) 20년이 됐다. 정직하고 깨끗하다. 이 후보는 한동훈하고 붙으면 사법리스크 때문에 골치 아프지 않나. 김두관 후보를 뽑으면 그런 걱정은 없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경남 통영에서 왔다는 40대 대의원 A씨는 이언주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언주 후보가 동진정책이나 외연 확장의 적임자라고 본다. 부울경 지역에 경기가 침체되고 지역 쇠퇴가 심한데 이언주 후보가 경제 쪽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라며 "대선에서 우리가 다시 이기기 위해선 부울경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이언주 후보가 나서야 된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가 도착하자 지지자들은 김 후보의 이름을 연신 외쳤다. 60대 김행주 씨는 (김두관 후보를 좋아한 지) 20년이 됐다. 정직하고 깨끗하다라고 말했다. /울산=김세정 기자

40대 여성 B씨는 정봉주 후보의 열렬한 팬이다. 울산 시민인 B씨는 "나꼼수 때부터 팬이다. 옛날에 출퇴근길이 2시간이 걸렸는데 나꼼수를 매일 들었고, 일하다가도 중간중간에 들을 정도로 정 후보를 굉장히 좋아했다. 감옥 갔을 때 참 슬펐는데 계속 컷오프돼서 너무 아쉬웠다"며 "오늘 정 후보와 사진 한컷을 찍는 걸 목표로 아침 일찍부터 왔다"라고 웃었다.

명재성(60) 경기도의원은 한준호 후보 지원사격을 위해 전날부터 울산을 찾았다. 명 의원은 "언론이 기울어진 운동장 아닌가. 언론이 바로 서야만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어서 언론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그 선봉장이 바로 한준호"라고 말했다. 전현희 후보를 응원하는 이민옥(53) 서울시의원은 "윤석열 정권과 싸워 이긴 투사 아닌가. 한참 전부터 (전 후보를) 좋아했지만 가슴에 확 들어온 건 권익위원장 시절에 외롭게 버티는 모습을 보면서였다"라고 언급했다. 명 도의원과 이 시의원 모두 최고위원 나머지 한 명은 누구를 택할 것이냐는 질문엔 "택하기 어렵다"며 미소를 보였다.

문수경기장으로 들어서는 민형배 후보. 이재명 당대표 후보 지지자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울산=김세정 기자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도 뜨겁긴 마찬가지였다. 현수막과 손팻말, 응원봉을 들고 지지 후보들을 크게 응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박현익(54) 씨는 김민석 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새벽 4시에 집을 나섰다고 한다. 그는 "수석 최고위원은 아무래도 안정적인 4선 김민석 후보가 제일이지 않을까. SNS상에서도 수석은 김민석이라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울산 경선에서 1위를 한 것을 보니)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60대 여성 C씨는 부산에 있는 친구들을 방문했다가 이재명 후보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그는 "검찰과 언론이 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희망이 없어 보이는데 이재명 후보는 국민 뜻을 따라 앞장서는 분 아닌가. 그래서 이렇게 (이 후보에게) 열광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인천 계양구에 사는 조양희(70) 씨도 "새벽 4시에 집에서 나왔다"라고 했다. 이재명 일극체제라는 비판에 대해 이 씨는 "당원들이 결정하는 것인데 비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원들 중심으로 당이 운영되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부산 벡스코에서 합동연설회 전 지지자들과 인사하는 강선우 최고위원 후보. /부산=김세정 기자

이날 부산 연설회장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김두관 후보의 발언에 소란이 일기도 했다. 당대표 연설에 나선 김두관 후보가 "소수의 강경 개딸들이 우리 당을 점령했다"라고 말하자 현장에선 야유가 터져 나왔다. 격양된 일부 지지자들은 김 후보를 향해 "탈당하라"라고 소리치기도 했고, 이재명 후보를 향해 "나는 개딸입니다"라고 되려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김 후보의 연설 이후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60대 권리당원 D씨는 "(김 후보를) 평소 좋게 생각했는데 실망했다. 당원들을 비하한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경선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울산에서 90.56%, 부산 92.08%, 경남 87.22%를 기록했다. 김두관 후보는 울산 8.08%, 부산 7.04%, 경남 11.67%였다. 김지수 후보는 울산 1.36%, 부산 0.89%, 경남 1.11%였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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