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다? '12살 국회의원'들이 내놓은 법안들


제20회 대한민국어린이국회 열려
어린이의원들 "국회는 법 만들어 세상 바꾸는 곳"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회 대한민국 어린이 국회에서 어린이 의원이 정부 측에 질의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여야가 방송4법을 두고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대치를 이어가던 26일, 만 12세의 국회의원들이 국회 본회의를 열고 입법부 본연의 역할을 되짚었다.

26일 국회 본회의장 맞은편 예결위회의장에서 제20회 '대한민국어린이국회'가 열렸다. 어린이국회는 만12세 아동에게 교실 밖 민주주의 체험과 국회의 역할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해 의회정치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2005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이번 어린이국회에는 전국 254개 지역구에서 온 60명의 어린이의원이 참여했다.

경기 오산 원당초등학교의 김윤주 어린이의원은 어린이국회가 산회한 뒤 <더팩트>와 만나 "TV에서만 보던 국회의원을 실제로 만나서 신기하다"며 "법률안을 직접 만들어보고 국회를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지도교사인 최윤정 교사는 "아이들에게 너희가 의견을 제시해서 우리나라가 바뀔 수 있다는 걸 알려줄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아직 6학년인 아이들이 점심시간을 쪼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모아 법률안을 만들어 냈고 이를 똑부러지게 잘 발표해 너무 뿌듯하다"고 밝혔다.

'교육환경보호구역내 합성니코틴 규제 및 담배판매 금지에 관한 법률안'으로 대상을 수상한 이채영 어린이의원(경북 포항제철지곡초등학교)은 <더팩트>와 만나 "학교 주변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은데 처벌이나 단속이 안 됐다"며 법안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사회과목 교사인 윤영석 지도교사는 "교과서에 입법부와 관련된 내용, 삼권분립에 대한 내용이 있지만 교과서로만 가르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며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게 매우 많다"고 전했다. 그는 "어린이국회 참가 신청 후 10여 명의 아이들과 두달 간 여러 법률안을 만들어보고 토의와 표결을 통해 어떤 법률안을 제출할지 결정했다"며 "어린이국회를 통해 아이들이 입법부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활발히 참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어린이국회를 개회하며 "서로 설득하고 양보하면서 우리 사회가 동의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입법의 과정"이라며 "그것이 국회에서 하는 일이고 정치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날 어린이의원들의 등장에 여야 의원들은 잠시 날 선 대치를 멈추기도 했다. 어린이국회가 산회한 뒤 어린이의원들이 본회의장 견학을 위해 방청석에 들어서자 사회를 보던 이학영 국회부의장은 "어린 친구들이 오셨는데 필리버스터는 처음 듣는 말일 것"이라며 "어떤 법안을 통과시키기 전에 그걸 반대하는 정당에서 무제한 토론을 해서 절차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언 중이던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에서 이런 극한 상황으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드려 안타깝다"며 "이런 모습들도 다 국회의 모습이기 때문에 잘 봐주시고 또 국회의원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무엇을 위해서 싸우는지 깊이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회 대한민국 어린이 국회에서 어린이 의원들이 안건을 살펴보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날 대상은 경북 포항제철지곡초등학교 이채영 어린이의원(교육환경보호구역내 합성니코틴규제 및 담배판매 금지에 관한 법률안)가 수상했으며 금상은 경남 내곡초등학교 윤효주 어린이의원(대형워터파크및 스포츠센터 가족샤워장 설치 의무화에 관한 법률안)가 수상했다.

국회의장 우수상에는 △경기 위례숲초등학교 강민용 어린이의원(생존수영 교육 현실화 방안에 관한 법률안) △경기 안산 해솔초등학교 이효원 어린이의원(어린이이용시설 문 손끼임 방지를 위한 고무패킹 설치 의무화에 관한 법률안)△경기 조종초등학교 유준 어린이의원(청소년 사이버도박에 대한 예방 법률안) △전남 화순 오성초등학교 이지아 어린이의원(학교환경교육 실천 강화를 위한 학교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제 실시에 관한 법률안) △서울 신림초등학교 박지율 어린이의원(학습권 보호를 위한 학교시설 공사 안전에 관한 법률안) 등 5건이 선정됐다.

이어 주호영 국회부의장상에는 △경기 향산초등학교 △경기 빛가온초등학교 △전남 해보초등학교 △전남 목포 대성초등학교 △충북 엄정초등학교가, 이학영 국회부의장상에는 △서울 홍파초등학교 △경남 관동초등학교 △제주 하귀초등학교 △서울 동구로초등학교 △제주 가마초등학교가 수상했다.

김민기 국회사무총장상에는 △경남 진영금병초등학교 및 박현성 지도교사 △서울 경의초등학교 및 류상우 지도교사 △충북 원봉초등학교 및 김민성 지도교사 △경기 오산 원당초등학교 및 최윤정 지도교사 △충남 탑동초등학교 및 김옥규 지도교사가 각각 수상했다.

'대한민국어린이국회'는 어린이가 공동체의 관심사에 대해 문제인식을 갖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 입법활동 체험의 장으로 지난 2005년부터 매년 시행하고 있다. 이번 어린이국회에서는 전국 117개 초등학교 862명이 참여했으며 각 학교의 어린이국회연구회가 4월부터 총103건의 법률안과 61건의 질문서를 제출했다.

이번 어린이국회는 의정연수원이 주최했으며 전국 117개 초등학교의 862명이 참여했다. 각 학교의 어린이국회연구회가 4월부터 총 103건의 법률안과 질문서를 제출한 뒤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법률안 및 질문서 심사위원회가 우수법률안 17개와 우수질문서 5건을 선정했다. 이날 어린이국회에서는 3개의 상임위원회를 구성해 17개의 법률안을 어린이의원들이 직접 심의·토론했다. 어린이의원들이 직접 표결해 선정한 7건을 본회의에 부의했고 어린이의원들의 투표로 수상작이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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