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방송4법 중 하나인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가운데 국민의힘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방송4법을 '방송장악4법'으로 규정하고 "공영방송이 좌편향됐다"고 주장했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4시간 후 강제종결이 가능함에 따라 4개 법안이 처리되는 데 4박5일 이상 걸릴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방통위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방송4법을 두고 여야의 극한 대립이 반복된다"며 시민사회와 언론 종사자 등이 참여하는 범국민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국민의힘의 거부로 불발되자 이날 직권상정했다.
방통위법은 상임위원 5인으로 구성된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최종 폐기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과 함께 방통위법을 당론 추진키로 했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의 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추천권을 시민·직능단체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은 "친야권 성향의 인사를 공영방송 이사진에 배치하려는 법안"이라고 보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첫 주자로 나서 "야당이 좌편향된 공영방송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한 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은 오늘은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권한대행)이 탄핵대상이 아닌데도 탄핵을 시도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언론장악 시도에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언론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방송4법 입법 시도를 중단해달라"고 했다.
최 의원은 대통령 추천 방통위 2인 체제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야당 몫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아 생긴 문제"라며 "방통위법 개정안을 밀어붙이지 않고도 해소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의 관심은 공영방송의 이사 추천권"이라며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에 집착하는 이유는 공영방송이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누가 사장이 되느냐, 보도국장이 되느냐에 따라 선거가 좌우될 정도로 심각하게 편향적"이라며 "민주당은 이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공영방송 영구장악을 위한 입법폭주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법안 하나하나에 무제한토론을 진행하여 그 부당성을 국민들께 알리겠다"고 했다. 그는 방송4법의 본회의 상정에 대해서도 "우 의장이 중재하는 척하더니 결국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자당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에게 "편파적이고 일방적인 의사진행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사회를 거부해달라"고 요청했다.
주 부의장도 "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마구잡이로 법안을 강행처리하는 방식의 국회운영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며 사회를 거부했다. 그는 "방송4법은 상임위에서 충분한 토론과 논의를 거치지 않았고 우 의장은 일방적으로 본회의 일정을 정해 여당에 통보했다"며 "우 의장은 앞으로 4년 동안 국회를 이렇게 폭력적 다수결 표결로 운영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향해서도 "필리버스터를 24시간마다 일방적 표결로 끝내는 것은 필리버스터 정신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방송4법이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공정성을 확립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하며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민께 소중한 공영방송을 돌려드리고 언론 독립을 지키는 방송4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공영방송은 국민 모두의 것"이라며 "'땡윤뉴스'와 '윤비어천가'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권력의 애완견으로 변질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고 했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 후 24시간이 지나면 재적의원 5분의 3(180석) 이상 동의로 강제로 종결할 수 있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시작 직후인 5시39분경 종결동의서를 제출했다. 국민의힘이 방송4법 모두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기로 함에 따라 방송4법은 4박5일에 걸쳐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국회 재의결이 반복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