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되돌아온 채상병 특검법이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결에 부쳐졌으나 최종 부결됐다. 이에 따라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21대 국회에 이어 다시 폐기된다.
채상병 특검법은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 방식으로 재표결이 이뤄졌으나 재석 299명에 가결 194표, 부결 104표, 무효 1표로 최종 부결됐다. 국회법에 따라 재의결 시 가결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108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8개의 이탈표가 나와야 했다. 본회의 전 의원총회에서 부결을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힘에서 3~4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법안은 국회법에 따라 자동 폐기된다. 국회법 제92조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르면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 다시 발의될 수 없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재의결에 실패해 폐기된 바 있다.
재표결에 앞서 정부 측 심우정 법무부 차관은 "(21대 국회였던) 지난 5월 국회 재의결에서 부결된 바 있는 법안을 불과 한 달여만에 의결했다"며 "정부가 위헌사유로 본 문제점이 수정·보완되지 않았고 오히려 특검 임명 규정, 기소된 사건의 공소 취소 규정 등 위헌성이 가중된 규정이 추가됐다"고 부결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20일의 숙려기간을 준수하지 않은 점 △야당에만 특검 추천권을 부여한 점 △특검의 보충성·예외성 위배 △재판 중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 권한 부여 △실시간 브리핑으로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 점 △불명확하고 자의적인 규정으로 정치적 공세 악용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사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으로서 이와 같이 위헌성 가중된 법에 대해 재의결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상 의무"라며 "위헌적 요소의 법률에 재의요구하지 않는 것은 헌법상 의무에 반한다"고 했다.
토론에 나선 여당 의원들은 정부 측 주장을 되풀이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 사건의 쟁점은 군의 수사권 남용"이라며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대령)은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무시한 채 8명을 입건해 경찰에 기록을 넘겼다. 박 전 단장의 아집이자 항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김규현 변호사와의 통화 내용이 공개된 데 대해서도 "청담동 술자리 가짜뉴스와 똑같다"고 힐난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도 "헌법과 법률에 맞게 이뤄져야 할 특검법을 오로지 정쟁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단독으로 발의하고 통과시켰다"며 "민생은 외면한 채 오로지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방탄만을 위한 특검과 탄핵"이라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반박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우리는 살아있는 자로서의 책임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가결을 호소했다.
그는 "이 특검법은 순직해병 사망 원인과 수사 외압 과정 등 범야권과 국민의 뜻을 모아 진실을 밝히기 위한 법안이자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지 않고 거짓을 반복한다면 어떻게든 반드시 합당한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과 관련된 수사는 대통령의 영향을 받는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여당으로부터 자유로이 독립돼야 한다' 검사 윤석열이 활약했던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특검 백서에 쓰인 문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균택 민주당 의원도 "야당에만 특검후보 추천권을 주는 것이 문제라 하는데 그동안 대통령 관련 사건은 야당에 추천권을 부여해 왔다"고 정부·여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이 전 대표의 핸드폰 기기 변경 내역을 들어 "지난 4개월 동안 구형과 신형으로 번갈아 가며 7번 교체한 사실이 확인됐으나 증거인멸을 막기 위한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변호사들이 공수처 검사가 돼 수사에 개입한 사실도 밝혀졌다"며 "특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박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측근과 특정집단의 이익을 챙기는 정부를 넘어 서민을 생각하고 국익을 생각하는 정부로 거듭나도록 여당 의원들도 회초리를 들어 달라"며 "국민에 대한 도리와 인간적 양심을 중시하는 의원들이 소수만 동참해도 희생자 유족의 한을 풀고 국민께 희망을 주고 윤석열 정권의 통치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