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신임 당대표가 압도적 당심(黨心)을 등에 업고 선출됐다. 이번 지도부에는 친한(친한동훈)계 장동혁·진종오 의원이, 친윤(친윤석열)계로는 김재원·인요한 의원이 선출됐다. 한 대표는 2명 이상의 동지를 확보한 만큼, 안정적인 지도부 운영이 가능해졌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축출설'은 힘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전날(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62.84% 득표율로 압승했다. 경쟁 후보인 원희룡 후보(18.85%), 나경원 후보(14.58%), 윤상현 후보(3.73%)를 모두 합쳐도 한참 못 미치는 득표율이다. 특히 친윤계 의원들과 선거를 뛴 원 후보의 지지율이 20%에도 못 미치면서 '윤심(尹心)'이 작용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한 대표 60% 득표는 거의 다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당심과 민심을 앞으로 잘 보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지도부 5명 중 4인 이상이 사퇴하면 지도부가 해산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하지만 장동혁· 진종오 의원이 지도부에 입성하면서 비선출직 최고위원 3명(김재원·인요한·김민전)이 모두 사퇴하더라도, 비대위 전환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 친윤계의 지도부 해산 시도가 있더라도, 한 대표가 안정적으로 당대표 임기를 이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가에서는 한동훈 지도부가 친윤계로부터 제거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른바 '김옥균 프로젝트'다. 갑신정변이 3일 천하로 끝난 것처럼, 친윤계가 한동훈 지도부를 어떻게서든 물러나게 만들 것이란 관측이다. 과거 나경원 의원의 연판장 사건과 개혁신당 의원인 이준석 전 당대표 축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의원은 과거 국민의힘 대표 시절이던 2022년 7월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당 윤리위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같은 해 10월 윤 대통령을 향한 '양두구육' 발언 등으로 '당원권 정지 1년'의 추가 징계에 처해지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난 1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서 "대통령은 한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축하 난을 보내주고, 일주일 있다가 (축출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 역시 "축출하는 그 케이스를 저희는 옆에서 봤는데 그 힘이 만만치 않다"며 "어대한은 어차피 한 달짜리"라고 했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 축출과 같은 일은 재현되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심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선출된 데다, 권력 지형이 윤 대통령에서 한 대표로 이동했기 때문에 윤심이 작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준석 축출 당시에 대통령 파워가 강했지만, 현재 대통령은 코너에 몰려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동훈이라는 미래 권력 앞에서 윤 대통령의 영향력이 확실히 줄어들었다"라고 밝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이번 전당대회는 보수 파워 구도가 바뀌었다는 점"이라며 "여권 내에서는 권력 이동이 일어났고, 무게 중심이 대통령실보다 국민의힘으로 기울었다고 봐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엄 소장은 "이준석 케이스의 경우 새로운 세력이 부상해 전쟁이 불가피했던 경우고, 현재는 권력 이동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