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수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막바지를 향하는 가운데 '어대한' 기조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는 '결선투표'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했지만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청탁' 폭로에 따라 당내에서 적지 않은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 룰이 당원 80%인 점을 미뤄보면 한 후보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전당대회에 비해 투표율이 저조하다는 점도 변수로 부상했다. 다만 한 후보는 투표를 독려하며 '누가 뭐라든 내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다.
21일 전당대회 이틀을 앞둔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은 반(反) 한동훈 전선을 더욱 공고히 했다. 나경원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미 총선 과정에서 대통령과 한동훈 후보 간 신뢰는 바닥을 드러냈다"며 "패스트트랙을 폄훼하고 동지의 헌신을 외면해 우리 당원과 지지층의 신뢰도 붕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희룡 후보 역시 같은 날 "거짓말로 나 후보를 비난한 건 인신공격이 아니냐"며 "동지의식조차 없는 사람이 꿈꾸는 미래는 자기만의 미래"라고 비꼬았다.
나 후보와 원 후보가 일제히 한 후보를 공략한 배경에는 '결선투표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초 한 후보의 독주가 예상됐지만 그의 패스트트랙 청탁 폭로에 따라 '과반 이상 득표 실패' 가능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특히 전당대회를 당원 투표(80%)가 좌우한다는 점은 이들의 기대를 키우는 데 충분했다. 나 후보를 포함해 전·현직 의원, 당협위원장, 보좌진 등 20여 명이 5년 가까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 위원장의 '청탁' 발언은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이유에서다.
한 후보의 청탁 폭로 이후 심상치 않는 당내 분위기 역시 '반(反) 한동훈 전선'의 형성 배경으로 꼽힌다. "당 전체의 아픔을 당내 선거에서 후벼 파서야 되겠느냐"(권성동), "부당한 공소제기는 취소되는 것이 정의에 부합한다"(이철규), "우리 동지들의 고통에 공감하지는 못할망정 2차 가해를 해서는 안 될 것"(김기현), "반헌법적 행태에 대한 정당한 항거,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조치를 요청하는 것이 부당한 청탁이냐"(강승규) 등 한 후보를 향한 친윤계와 대통령실 출신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도 "패스트트랙 사건은 문재인 정권이 저지른 전형적인 정치 사건이고 정권이 바뀌었으면 법무부 장관은 당연히 검찰총장에게 공소 취소 지시를 해야 했지만, 이를 방기하고 이제 와서 당대표가 되면 법률지원을 강화 하겠다고 하는 건 전형적인 소시오패스의 사고방식"(홍준표 대구시장), "본인의 법무부 장관 시절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는 폭로에 경망스러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김태흠 충남지사) 등 비판 행렬에 동참했다.
이번 전당대회가 당원 투표 80%에 따라 좌우되는 만큼 현역 의원 및 지자체장들의 직간접적 영향력은 여느 때보다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만큼 한 후보가 예상외로 힘을 쓰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 후보가 과반에 실패해 결선투표로 진행될 경우 '나경원-원희룡' 연대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높지 않은 투표율도 간과하기 어렵다. 21일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3일차 당원 누적 투표율은 45.98%로 지난해 3·8전당대회(53.13%)보다 7.15%포인트(P) 하락했다. 낮은 투표율이 미칠 결과는 미지수지만 변수로 부상했다는 것은 자명하다.
한 후보는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다. 한 후보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대가 인신공격에 집중할 때 저는 여러분과 함께 미래로 가겠다"며 "그리고 화합하겠다. 투표해달라"고 짧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