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철영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들의 막판 난타전이 뜨겁다. 패스트트랙 기소를 놓고 나경원·원희룡 후보의 협공에 한동훈 후보는 "당시 검찰총장이 (윤석열)대통령이었던 건 알고 있냐"고 맞받아치면서다.
18일 KBS 주관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5차 방송토론회에서는 17일 한 후보가 CBS 주관 4차 방송토론회에서 나 후보를 향해 "(법무부 장관 재임 당시) 제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해달라고 부탁한 적 있지 않느냐"며 "거기에 대해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라고 언급을 두고 언쟁을 벌였다.
나 후보는 "패스트트랙을 이걸 거치면서 (스스로)용기가 있다고 느꼈다. 공소 취소 부탁했다고 해서 제가 마치 사적 청탁한 것 말해 놀랐다. 의원과 당직자 27명이나 기소돼서 아직도 재판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무도에 저항하는 사건이었다"며 기소하는 게 맞는지를 한 후보에게 따졌다.
한 후보는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라 사과했다. 그 기소를 했을 당시 검찰총장이 대통령인건 아시죠. 법에 따라 기소한 것"이라며 "상세한건 모르지만, 당을 위해 희생한 분들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나 후보의 비판이 결국은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현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방어로 읽힌다.
나 후보가 이어 "오늘 하루 종일 의원 카톡방이 난리가 났다. 공소 취소를 당론으로 법무부 장관께 하자는 유사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여기에 찬성하나"라고 묻자 한 후보는 "법무부 장관이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윤상현, 원희룡 후보는 "찬성한다"고 답했다.
나 후보가 한 후보에게 "여전히 생각이 바뀌지 않으셨나"라고 다시 물었지만 한 후보는 "법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나 후보는 "아직도 검사이신 것 같다. 공소 취소를 법무부 장관이 할 수 없다, 그렇다. 담당 검사가 한다"며 "저는 아직도 (한 후보가) 지금 검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싶다"고 지적했다.
나 후보는 이어 "그러면 우리가 공소 취소를 해당 검사에게 요청하는 게 맞겠나. 법무부 장관은 일반적인 사건의 수사지휘권이 있고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검찰총장을 통해서 수사지휘권 있다"면서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성과를 보자. 문재인 정부의 검사로서는 엄청난 활약을 하셨다. 양승태(전 대법원장) 기소하셨나"라고 물었다.
한 후보는 "기소했다. (윤)대통령(당시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았다"라며 나 후보의 주장에 대해선 "민주당에 잘못 이용당할 수 있을 것 같다. 오해받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 후보의 이런 태도에 원희룡 후보도 가세했다. 그는 "공소 취소 요청 어떻게 생각했나"라고 한 후보에게 다시 묻자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다. 장관이 당의 동지로서 업무를 당당할 수 없다"면서 "사과한 것은 말을 꺼낸 게 부적절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 후보는 "윤석열정부 탄생은 민주당 음모에 맞서는 투쟁의 밑거름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장관은 공무원일 뿐 아니라 정무적인 내용까지도 노력해야 한다"라며 "여당이 됐으면 바로잡는 조치가 있었어야 한 것"이라며 한 후보를 향해 "동지가 맞나"라고 직격했다. 한 후보는 "장관 입장에서 당과 동지적 관계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나·원 후보는 한 후보의 이같은 답변에 '우리' '동지' 등을 언급하며 함께하기 어려운 인물로 공격을 전환했다. 한 후보가 개인적 욕심을 위해 당을 이용하려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원 후보는 "당원 동지들이 과연 우리 한동훈 후보가 우리라는 생각이 과연 있는 것인가 (생각할 것)"이라며 "당에 대한 애정이 없고 윤석열 정부와 국정의 목표와 정무적인 상황을 풀어나가기 위한 애정과 책임감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 후보에게 한 후보의 사과문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나 후보는 "상당히 인식이 다르다 생각했다. 동지들이 법에 따라서...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라는 인식이 없다"며 "정권이 바뀌면 야당탄압용 기소에 대해서는 정리해 주는 게 맞다. 공소 취소는 직권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잘못된 기소에 대해 수수방관했던 것을 마치 제 개인적 청탁으로 알리는 자세를 가진 분이 당대표는커녕 당원 자격이 있을까 생각했다"고 한 후보를 직격했다.
원 후보는 "동지를 언제든 자신을 위한 도구처럼 쓰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우리 당의 정치인과 수많은 대화를 했을 텐데 나중에 불리해지면 캐비닛에서 파일을 꺼내서 또 공격의 재료로 쓰겠느냐"고 한 후보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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