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산업계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과 탄소중립 실현을 뒷받침할 '기후금융'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7일 <저탄소 경제사회를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금융특별법 입법토론회>에서 "녹색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녹색금융과 함께 갈색 경제활동의 저탄소전환을 지원하는 전환금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갈색경제'는 환경 파괴적인 활동, 특히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이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제조업 의존도가 높고, 산업 에너지의 60% 이상을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Net-zero) 전환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한 재원조성, 정책지원, 민간투자 활성화 그리고 관련 정보 공시제도 강화 및 탄소시장 거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날 토론회는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금융지원의 필요성을 진단하고 바람직한 입법 방안을 논희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전환금융의 중요성과 법적 근거 마련의 필요성, 그린워싱 방지를 위한 대책 및 인증 전담 기관의 필요성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정부의 지원제도와 마중물 금융을 통해 저탄소 조선업을 지원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는 그러한 지원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기후금융은 기후위기의 원인인 온실가스를 저감하고 기후위기 결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금융제도다. 온실가스 배출의 감축·회피·흡수·저장부터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충격과 완화를 위한 복원을 목적으로 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기구는 2050년까지 연간 2~5조 달러의 추가 기후금융 수요를 전망했다. 우리나라 기후금융 수요도 2050년까지 누적 1722~2471조 원, 연간 57~82조 원으로 추정되어 기후금융 확대가 절실한 실정이다.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제58조에서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 녹색성장의 추진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의 촉진에 관한 법률을 별도로 제정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아직 관련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개회사에서 "미국·중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정책과 기후금융을 같이 가져가면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만들고 있다"면서 "그래서 국내에서 철강,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등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을 저탄소로 바꾸는 금융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가 지켜야 할 경쟁력 있는 5대 산업을 고탄소에서 저탄소로 전환하기 위해서 금융이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후금융 특별법을 준비하고 있다"며 "오늘 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들을 반영하여 조속히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기후에너지 전문가로 지난 22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 영입됐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도 인사말을 통해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이 많이 있는데, 금융과 아직 연결이 잘 안되어 있다"면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는 공적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소중립 녹색성장은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제일 먼저 시작했으며, 이제 실력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축사에서 "탄소중립은 곧 산업의 문제다. 대비가 늦으면 우리나라 산업 자체에 큰 문제가 생긴다"며 "이 문제에 관해서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고, 이런 문제로 장애가 생기지 않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금융 및 철강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토론자로는 권유이 금융위원회 산업금융과장, 김윤진 은행연합회 미래혁신부장, 유인식 IBK기업은행 ESG경영부장, 김성우 김앤장 환경에너지연구소장, 박형건 Capture6 부사장, 박경순 기술보증기금 녹색콘텐츠금융부장, 정현호 신용보증기금 신용보증부장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