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이 자폭하자는 건가"…댓글팀 의혹에 MB·朴 악몽 떠오른 與


전당대회 과열 "韓-元 댓글팀 의혹 두고 공세"
元 "댓글팀, 드루킹 떠올라", 韓 "사실 아냐"...당내서 "다 죽는다" 우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벌어진 후보 간 갈등 격화로 당내에서는 자폭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원희룡(오른쪽),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5일 오후 충남 천안시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여러 의혹으로 인해 선거 이후 갈등 봉합이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한동훈 당대표 후보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댓글팀' 의혹을 두고 야권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당이 사법리스크를 안게 됐다. 당내 경선에서 시작된 '내전'이 야당에 정권 공격 빌미를 제공한 꼴이 됐다.

댓글팀 의혹은 지난 1월 23일 김건희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전문(全文)을 공개한 것이 발단이 됐다. TV조선이 지난 7일 공개한 문자에 따르면, 김 여사는 한 후보에게 "제가 댓글팀을 활용해 위원장님과 주변에 대한 비방을 시킨다는 얘기를 들었다. 너무도 놀랍고 참담했다"며 "모든 걸 걸고 말씀드리는데, 결코 그런 일은 없었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문자 공개 후 여권 내에서는 한 후보의 법무부 장관 시절 댓글팀 의혹이 더해지면서 해당 논란에 불을 지폈다. 친윤(친윤석열)계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에서 "법무부 장관의 업무수행 범위를 넘어서는, 커뮤니티나 유튜브에 여론을 조성하는 팀이 있다더라"라며 "들은 것이 아니라 그 팀이 직접 저에게 많은 요청을 하고 제가 동반적으로 수행을 해줬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폭로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역시 같은날 CBS 라디오에서 "(지난 대선 과정에서) 몇 군데 의심 가는 정황들이 있긴 했다"고 했다.

한 후보와 경쟁 관계인 원 후보는 이 같은 댓글팀 의혹을 두고 '드루킹 사건'에 비유하며 맹공에 나섰다. 원 후보는 지난 15일 천안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최근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우호적 여론을 만들기 위한 여론조성팀이 있었고, 심지어 댓글팀까지 있었다는 폭로와 보도가 있었다"며 "실제 존재한다면 중대 범죄 행위다. 드루킹 사건을 떠올리면 된다"고 했다.

드루킹 사건은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당선 시키기 위해 최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주도로 이뤄진 여론 조작 사건을 말한다. 드루킹(김동원) 일당이 문 후보에 유리하도록 포털사이트 댓글과 검색어 등을 조작했고, 이로 인해 김 전 지사는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원희룡(왼쪽),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오른쪽)가 12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인사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전대 과열로 인한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뉴시스

당장 야당에선 특검 수사를 요구하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박찬대 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여사도 댓글팀을 운영했고, 한 후보도 법무부 장관 시절 댓글팀을 운영했다는 증언과 증거가 나오고 있다"며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은 "한 후보의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댓글팀 의심 계정 24개가 확인됐고 이 24개 의심계정이 6만여 건의 댓글을 단 것으로 확인됐다"며 "검경에 수사를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한 후보는 16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선 "법무부의 자원을 이용했다거나 돈을 줬다고 주장하는 거라면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 대한 고소를 예고했다. 앞서 한 후보는 해당 의혹을 두고 "돈을 주고 고용하거나 팀을 운영한 적이 전혀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여권에서는 전대 과열로 인한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당내 경선에서 제기된 의혹이 야당에 공격거리를 제공해 정권을 송두리째 흔들면서다. 2007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박근혜 경선 후보의 공방에서 불거진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제기된 이 전 대통령의 다스 및 도곡동 땅 의혹은 MB 정권 내내 발목을 잡았다.

이 전 대통령은 해당 의혹으로 퇴임 이후인 2020년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 등 사생활 논란 역시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및 유죄 판결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 한 국민의힘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대로면 전대 이후로도 봉합이 쉽지 않다. 대체 어쩌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다 같이 자폭하자고 달려드는 꼴 아닌가"라고 말했다.


snow@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