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노란봉투법과 전세사기특별법 등 7개 법안을 당론으로 추가 채택했다. 22대 국회 임기 시작부터 민주당은 45건의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는데 당내에서도 당론 입법을 남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11일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민생·개혁 분야의 7개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비롯해 전세사기특별법, 구하라법(민법 개정안), 감사원법 개정안, 범죄피해자보호법, 가맹사업법 개정안, 화물자동차법 개정안 등이다. 당선인 워크숍에서 발표됐던 입법과제를 바탕으로 정책위원회에서 추진한 법안이다.
1호 법안으로 추진한 채상병 특검법과 민생회복지원금을 시작으로 이번 7개 법안까지 모두 45건이 당론으로 발의됐는데 개원 후부터 하루에 하나꼴로 입법이 추진된 셈이다. '일하는 국회'를 내세운 만큼 여당과의 입법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건수를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노란봉투법과 전세사기특별법은 21대에서도 추진됐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에 최종 폐기됐던 법안이다. 감사원법은 감사위원회 의결 사항을 공개하고 감사과정에서 준수해야 하는 절차와 사무처리 원칙을 법률로 규정하는 법안으로 감사원의 감사권 남용을 제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21대에서도 당론 발의가 추진됐으나 국민의힘과 감사원의 반대해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다시 추진되더라도 7개 법안 중 상당수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가로막힐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론 채택한 7개 법안 중 노란봉투법이 담겼다. 노사 갈등을 심화시키고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을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잘 알아서 절대다수 의석으로도 강행 처리를 포기했던 법안"이라며 "어차피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할 것을 알기 때문에 거부권 수만 늘리기 위해 막무가내로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내에서도 과도한 당론 법안 추진에 우려가 흘러나온다. 의원들이 모인 단체 SNS 대화방에서도 일부 의원들은 무더기 당론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고 한다. 최근 곽상언 의원이 당론으로 채택된 검사 탄핵안 4건 중 한 건에 기권해 원내부대표직을 사퇴한 것과 맞물려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더팩트>에 "법안이 많기는 하다. 의욕은 좋지만 잘 한다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일부가 지나치게 (의정활동에) 몰입한 것 같기도 하다"라고 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11일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여러 가지 입법활동을 광범위하게 여러 분야에 걸쳐 열심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거기에 부합하는 국회 운영의 전략을 채택해 입법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과유불급'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법안을 남발하다 보니까 당의 신뢰성과 이재명 전 대표를 향한 피로도는 늘어난다. 원내대표라도 입법에는 진중해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보면서 추진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초선들도 지지자들 눈에 들기 위해 오버페이스를 하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거부권이 계속되고, 정권에 맞서기 위해선 입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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