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2006년, 세 살배기 딸아이의 손을 잡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유학생 신분의 동양인 여성이 미국 사회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육아와 학업을 병행한 그는 미국대학 교수 자리에 올랐다. 자신이 경험한 선진 복지 정책을 한국에서도 실현해 보겠다는 생각에 고국으로 돌아와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정치권의 숱한 러브콜을 받았을 것만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감동 넘치는 스토리만큼이나 정계 입문 역시 화려했을 것 같지만 강 의원의 데뷔는 순탄치 않았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홀로 더불어민주당 입당원서를 작성해 제출했고,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 순번 29번을 받아 낙선했다. '맨땅에 헤딩'에 가까웠다. 절치부심 끝에 4년 뒤 강서갑에 출마해 배지를 달았고, 재선에 성공한 그는 이제 최고위원 자리를 노린다. <더팩트>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 의원을 만나 전당대회 출마 배경과 각오를 물었다.
영입인재가 아닌 '온라인 당원' 출신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한 강 의원은 당원 주권 강화를 통해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또 오랜 시간 이재명 전 대표와 호흡을 맞춰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도 다짐했다. "제 마음속 대통령은 이재명 전 대표"라고 밝힌 강 의원은 "검찰이 수사가 아닌 정치를 하고 있다"며 당 차원에서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강 의원과의 일문일답.
-최고위원 출마 이유와 포부를 밝혀달라.
출마 이유의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정권 교체다. 정당의 가장 큰 의무는 정권 창출이다.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왜 열어야 하는지 잘 알릴 수 있는 인물이 최고위에 필요하다고 본다. 저는 대선 경선 때부터 이 전 대표를 위해 뛰었고, '이재명 1기' 체제에서 계속 대변인을 맡았다. 제 마음속 대통령이 이재명 전 대표인지는 오래됐다. 이재명의 입이자, 이재명의 복심이다. 이 전 대표의 생각을 국민께 가장 잘 전할 적임자가 바로 저라고 생각한다.
-이재명 전 대표의 연임이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최고위원 후보군이 '친명 일색'이라는 비판도 나오는데.
지금 민주당이 가장 원하는 사람이 이 전 대표다. 이 전 대표는 계속해서 혁신을 통해 생존해 온 사람이다. 기존의 정치인과는 다른 행보를 걸어왔다. 정부여당과 검찰 권력의 견제와 압박 속에서도 170석의 거대 야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총선 승리를 만들어 낸 이 전 대표의 리더십과 역량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인 이 전 대표를 통해 정권을 가져오겠다는 정치적 지향점이 같은 것이다. '민주당이 가장 원하는 사람'인 이 전 대표를 도와 정권교체를 이룰 최고위원이 필요하다는 당심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한 우려나 비판도 있다.
동의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가장 강력한 무기인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정권 심판'을 위해, 그리고 총선 승리로 뜻을 모아준 민심을 받들기 위해서다. 날카로운 검찰 세력과 무능한 용산 정부, 용산의 행동대장 역할을 하는 여당에 맞서 싸우고, 이들을 대신한 책임정치를 다하기 위해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이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강해진다는 우려가 있다. 당 차원에서 대표 개인의 사법문제를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지 않나.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지난 2년간 350번을 압수수색하고, 여러 차례 소환 조사를 하고, 5건을 기소하지 않았나. 국민들이 전혀 모르고 있던 것들이 새로 나온 게 아니지 않나. 법인카드 문제도 10만원으로 계속해서 괴롭히고, 망신 주기를 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렸다 싶으면 또다시 끄집어내지 않나.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고 정치를 하고 있다고 본다. 정치권력을 전혀 나누지 않고 독점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욕망 하에 야당을 죽이고 있다. 그래서 (사법 문제는) 이 전 대표 개인의 것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정치 집단인 민주당이 입을 다물고 있겠나. 할 수 있는 전쟁을 다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나.
-출마 선언문에서도 온라인 당원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민주당의 당헌·당규 개정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저는 영입인재도 아니었고, 유명 정치인에 의해 발탁된 것도 아니었다. 아무런 배경도 연고도 없이 스스로 민주당을 찾아 입당했다. 그냥 민주당이 좋았다. 제가 민주당을 좋아하는 마음을 당이 알아줬으면 하는 짝사랑의 심정으로 입당한 것이다. 누구보다 당원의 마음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투표하게 해달라', '권리를 더 많이 달라'라고 당원들이 말하는 건 당에 대한 애정을 더 갖게 해달라는 말과 같다고 본다. 당원의 권리가 많아지면 그만큼 책임감과 애정도 커지고, 당의 외연 확장까지 가능하다고 본다. 당원 1인 1표제 실현, 최고위원 상시 당원평가제 도입 등의 공약이 있다. 당원주권 강화로 민주당을 더욱 촘촘하고 튼튼하게 만들어 하루빨리 수권정당을 이뤄내겠다.
-"이재명 대통령의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최고위원이 된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정권교체의 사전 준비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같은 개혁 입법이 최우선이고, 채해병 특검법 등을 추진해 대통령의 거부권에 맞서겠다. 지역위원회별로 정권교체준비위원회를 설치해 국민 여론을 상시 수렴하도록 하고,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하는 열린 시스템 공천을 강화해 지방선거 승리의 초석도 다지겠다.
-차기 민주당 지도부는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나. 최고위원 후보로서의 자신의 강점이 있다면.
검찰개혁, 언론개혁 같은 개혁과제가 남아있지만 정권교체를 위해선 민생개혁이 필요하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있지 않나. 온라인 플랫폼을 직접 만들어 당원 설문조사를 했는데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다음으로 '미래 먹거리'나 '복지' 문제가 나오더라. 민주당의 민생개혁은 우리 사회 가장 낮은 곳부터 시작돼야 한다. 그걸 가장 잘할 사람이 바로 저 강선우라고 생각한다. 복지 전문가로 국민 곁에서 국민 목소리를 들으며 먹고사는 문제를 다뤄 온 사람이다. 저출생과 복지 문제를 해결하고 이 전 대표의 기본사회를 완성할 적임자가 필요하다. 당원들의 마음을 모아 단일대오 민주당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최고위에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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