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채원 기자] 조국혁신당은 10일 '사회권 선진국' 구상 첫 번째로 주거권을 선언했다. '한동훈 특검법'과 '윤석열 특검법' 등을 추진하며 대여 강경 드라이브를 거는 데 이어 민생 정책에서도 주도권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은 주거권 정책 실현에서 '거주 안정성'에 방점을 둔다. 구체적으로는 '임대 무기계약' 또는 '무제한 갱신'을 언급했다. 서왕진 정책위의장은 지난 9일 기자들에게 정책 실현 방향에 대해 "임차인(세입자)이 별다른 귀책 사유가 없다면 필요한 만큼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 더불어민주당과 차별화한다"고 밝혔다.
◆ 혁신당, 주거 불안정 해결 위한 '국가 책무' 강조
사회권은 최저 생계 유지를 넘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로 주거권, 교육권, 교육권, 건강권, 문화권 등이 해당한다. 혁신당은 주거권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교육권, 노동권, 문화권, 돌봄권, 건강권, 환경권, 주거권, 디지털권 등 8개 사회권 항목의 구체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조국 의원은 이날 '사회권 선진국을 위한 조국혁신당 1차 선언 주거권 포럼' 축사에서 "국가는 사회권을 보장해야 될 책임과 의무가, 국민은 요구할 권리가 있다"며 "혁신당은 법과 제도로 이를 탄탄하게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서 위의장은 "고소득층 가구가 더 많은 자가를 소유하고 안정적인 거주환경을 누리는 동안 저소득층 가계는 주거 불안정으로 더욱 내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했다"며 "국가가 나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개인의 노력으로 실현해야 할 과제들로 인식돼 있는 게 우리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주거권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임을 인식하고 국가가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다양한 접근 방법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발제를 맡은 '어쩌면 사회주택' 저자 최경호 주거중립성 연구소장은 이날 '주거권 실현을 위한 방향과 정책 제언'에서 한국 사회에 적용할 주거권의 중대한 3요소로 △안정적 점유 △적정 주거비 지출 △ 양호한 주거환경 세 가지로 꼽았다. '안정적 점유'를 위한 정책수단 중 하나가 바로 '계약의 무한정 갱신'이다. 기존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에게 부여되는 권리 정당한 사유(예: 집주인의 실거주)가 아니면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세입자에게 첫 계약 2년에 계약갱신 2년, 4년 간 주거할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이다.
최 소장은 "네덜란드·오스트리아·덴마크는 물론 프랑스·독일·영국·일본 모두 무기계약이 가능하다"며 "원하지 않는 이사는 안 해도 된다는 안정감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세입자들이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계속 주거권을 충분히 누리게 되면 내집마련 경쟁이 덜 치열해지고, 결과적으로 내집마련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기계약'을 위한 임대차보호법 개정 방안에 대해선 "계약위반이나 불법행위 등 세입자가 문제를 일으킬 경우 임대인(집주인)에게 정당하게 계약해지권을 부여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 '무기 계약' 독일·일본에선 일반적…차이는 '정당사유제'
대부분 선진국에서 주택의 무기계약 성립은 '정당사유제'에 기반한다. 정당사유제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임대차계약관계를 존속시키는 것을 말한다. 국회미래연구원이 2022년 12월 발간한 보고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및 임대차시장 중장기전략'은 "정당사유제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민법 또는 주택관련법에 규정돼 있다"며 "세입자의 주거권을 사회적 필요에 대한 판단을 통해 보장하고자 하는 관점이 녹아있다"고 언급했다. 정당사유제 하에서 세입자는 재계약 시마다 계약갱신을 청구할 수 있고 재계약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법원에 사건을 청구할 수 있다.
보고서는 '무기 계약'이 일반화한 나라로 독일과 일본을 꼽았다. 독일에선 '기간의 정함이 있는 임대차'와 '기한의 정함이 없는 임대차'가 있는데 전자를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후자를 장려하고 있다. 독일에서 무기 계약의 경우 체결 1년 후 집주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해지를 인정한다. 정당사유에는 세입자의 상당한 의무 위반, 집주인이나 그 가족의 자기사용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 7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된 후 조정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조정에 응하는 과정이나 합의 모두 임의조정으로 강제성이 없어 분쟁해소 실효성이 매우 낮은 편이다. 소송이 진행되면 지나치게 긴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실질적 효과가 떨어진다. 정당사유제처럼 주거권을 보장하는 취지를 담되 임대인의 재산권이 임차인의 주거권과 다툼이 있는 경우 법원이나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적극 조정 가능하도록 제도 재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은 주거권을 실현할 가시적 정책 마련을 위해 하반기 '주거권 혁신정책기획단'을 구성할 방침이다. 서 위의장은 "민주당의 '기본사회' 등 각 정당에 사회 정책에 대한 비전들이 있지 않느냐"며 "정책수단 검토나 각계각층 의견 수렴을 통해 비교해보고 적극적으로 경쟁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