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특검법은 다시 국회로 되돌아왔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무리한 정치 폭거에 맞선 것이라며 방어선을 펼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의회 권력을 장악한 야권은 대국민 전면전을 선포한 것으로 간주하고 대통령을 겨냥한 압력 행사에 나선 데다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윤 대통령이 해병대원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회는 재표결을 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의결 정족수(200석)를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108명의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야당이 특검법을 밀어붙이는 데 대해 거부감이 큰 만큼 현실적으로 무더기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채 상병 특검법 표결에서 소속 의원 중 유일하게 찬성표를 행사한 안철수 의원을 징계해야 한다는 당내 요구도 큰 상황이다.
민주당은 재표결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현실적으로 (특검법이) 통과되려면 국민의힘에서 8표 이상이 넘어와야 하는데 지금 그것을 기대하기는 좀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회가 돌아가는 거나 국민의힘 전당대회 등을 감안하면서 치밀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국민의힘은 특검법 재표결보다는 당장 민주당의 대정부 압박에 대한 저지가 급선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6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여론전에 나섰다. 게다가 전날 순직 해병대원 사건에 대해 수사해온 경찰이 여단장과 대대장 등 현장지휘관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선 직권남용이나 업무상과실치사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송치하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야당은 더 강하게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청원에 대한 심도 있는 심사를 위해 오는 19일과 26일 두 차례 관련 청문회를 열기로 의결했다. 야당은 여당의 반발 속에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 등 39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해병대원 순직 사건과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품가방 수수 논란 관련 핵심 증인들이 청문회에 참여할지는 미지수이지만 민주당은 대대적인 여론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탄핵론에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윤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윤 대통령이 기어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국민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면서 "국민과의 전면전을 선택한 윤 대통령, 대통령의 해병대원 특검법 거부권 행사는 정권 몰락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순직 해병의 죽음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역공을 가하면서도 특검 도입에는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수처가 조속히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 이 사건의 진상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정쟁보다는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며 "공수처는 소위 외압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한 점 의혹 없이 진상을 규명해 조속히 수사 결과를 발표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민주당 등 야권의 독주를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한동훈 당대표 후보와 김건희 여사의 '문자 공방' 논란을 두고 계파 갈등이 분출하는 등 당내 균열이 생기고 있다. 당 지도부가 나서 당무 개입설을 일축하는 등 진화에 나서는데도 후보 간 난타전이 지속되면서 당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대표 후보들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말하면서도 굳이 안 해도 될 말까지 하는 것 같다"라고 지적하면서도 "전당대회와 국회에서의 여당 역할에 혼동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당내 갈등이 야당에 맞서기 위한 당의 단일대오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