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2024년은 거침없다. 7년 만의 복당에 이어 화려한 여의도 복귀까지 성공한 그는 이제 당 지도부 입성을 노린다. 미소 가득한 얼굴엔 옅게 긴장이 깔려 있고,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단단한 결기가 녹아있다. 3선 중진이라는 무게감, 그리고 다시 찾은 친정에서의 '새로운 도전'이라는 부담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의원은 "정치가 검찰에 농락당하고 있다"며 이재명 전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개인 문제의 범주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당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또 국민의힘의 유력 당권주자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선 "자신의 언어로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평가하면서 "한동훈 정도는 제가 상대하겠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에쓰오일 상무를 지낸 쟁쟁한 이력의 여성 변호사는 19대 총선을 앞둔 2012년 민주통합당에 영입됐다. 시장·장관 출신의 거물을 꺾으며 정치 인생의 첫발을 내디뎠다. 재선까지 성공하며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지만 2017년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뒤바꿀 선택을 감행했다. 민주당 내 '친문재인' 패권을 비판하던 그는 국민의당에 합류했고, 바른미래당을 거쳐 이후 국민의힘에 둥지를 틀게 됐다.
이 의원의 날카로운 쓴소리는 국민의힘에서도 여전했다. 당을 향한 신랄한 비판은 결국 징계로 돌아왔다. 지난 1월 국민의힘을 떠나게 된 그는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의 문을 다시 두드리게 됐다. 이재명 전 대표의 제안 때문이었다. 복당 당시 그는 7년이라는 세월을 '방황'의 시간으로 표현했다.
"(탈당 당시) 많은 당원들이 밤늦게까지 저를 말렸고, 어떤 동료 의원님은 저를 붙잡고 밤새 설득하셨습니다. 광야에서 힘들 때마다 그분들이 생각났습니다. 업보려니 하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차마 미안하단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방황하다 돌아온 지금, 이젠 용기를 내 말할 수 있습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성숙한 정치인으로서 성장해 갈 테니 믿고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 "'그럴 거면 왜 복당했냐' 당원들 요청에 출마 결심"
5개월이 지난 지금, 이 의원은 그때의 약속을 지키려 한다. 누군가는 최고위원 출마가 너무 이르지 않냐고도 한다. 그러나 이 의원은 "스스로 많이 고민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조금 쉬고 싶기도 했고, 지역구 관리도 최선을 다해야 하니까. 그런데 당원들이 '이언주, 그럴 거면 왜 복귀했냐. 배지 달려고 다시 온 거 아니지 않냐'고 연락을 많이 하셨다"라며 "민주당이 다가오는 지선과 대선에서 승리하는데 기초를 닦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와의 깊은 대화 역시 출마 결심의 배경 중 하나다. 이 의원은 "(이 전 대표와) 민주당의 집권, 그리고 집권해서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데 있어서 우리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공감대가 형성됐다"라고 했다. 또 보수정당까지 경험한 넓은 정치적 스펙트럼, 영남에도 정치적 기반을 둔 점 역시 스스로의 강점으로 판단했다. 당의 외연 확장에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제가 영남이 고향이기도 하고, 정치적 기반도 있죠. 국민의힘에서 정치한 경험이 있다는 것도 큰 강점이죠. 과거에 민주당에서 또 조직본부장을 해서 전국 조직을 다 경험해 봤습니다. 영남의 민주당 조직 현황도 잘 알아요. 사실 민주당에게 영남이 약한 부분인데 국민의힘은 영남 중심으로 조직이 돼 있어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조직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어떤 갈등을 겪었는지, 그리고 검찰에 의해 무너졌으니까 그런 정서적 아픔 같은 것도 잘 알죠. 윤석열 검찰이 예전에는 보수를 괴멸했지만 이제 다시 살아나 민주당을 상처 입히거든요. 저는 정치가 검찰에 의해 농락당하는 것을 다 본 것이죠."
◆ "이재명 사법리스크, 개인 문제로 단순 치부 안 돼"
이 의원은 검찰에 의한 '정치의 실종'을 현재의 가장 큰 문제로 본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선 "정치검찰이 어떻게 정치를 실종시키고, 파괴하는가 우리가 눈을 똑똑히 뜨고 봐야 하고, 절대로 용서하지 않고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진영을 넘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그때도 (보수진영에서) 이야기 했고, 지금도 이야기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 전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는 더이상 이 전 대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며 당 차원에서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석열 정권은 둑에 구멍이 나서 균열이 생기고, 부풀어 오르는 상태라고 봐요. 언제 어떤 방식으로 무너질지 모르겠다는 것이죠. 정상적인 방식으로 정권을 지키기 어렵다, 정상적으로 야당을 이기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전 대표 사건을 지나치게 활용하고 있거든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에게 흠집을 내고, 끌어내려서 어떤 권력 투쟁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포착되고 있지 않습니까. 상대방이 전략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우리도 법적이 아닌 전략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대선 전략하고도 연계돼 있다고 생각하는데 당이 할 수 있는 역할은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재명 일극 체제'라는 일각의 비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 때 대체제로서의 새로운 리더가 이 전 대표 외에는 없었던 부분도 있었고, 또 이 전 대표가 독보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압도적 지지로 압도적 리더가 형성된 결과"라며 "그런 걸 갖고 (일극 체제라며) 이 전 대표를 비판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본다. 이 전 대표도 혼자 모든 화살을 다 받아야 하는 것이니까 스스로도 이런 상황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전 대표도 당에서 다른 리더가 크기를 바랄 텐데 이 전 대표가 키워준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알아서 커야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동훈 정도는 내가 상대한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의 유력 당권주자인 한 전 위원장을 자신이 확실히 상대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한 전 위원장은 제대로 된 자신의 언어와 철학으로 갖고 정치를 한 적이 없다. 그조차도 누군가의 후광으로 하고 있다. 그러면 지금은 윤 대통령에 맞서서 제대로 정치를 하느냐, 그것도 아니다"라며 "채상병 사건 제3자 특검법을 이야기했으면 지지하는 의원들을 내세워 확실하게 특검법안을 발의하던가. 당대표가 되고 싶으니 전당대회용으로 말만 하는 것 아니겠는가. 정치는 자기가 한번 말하면 책임지고 국민 앞에서 하는 것이지 장난치듯 딜하듯 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대선주자급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 정도로밖에 정치적 액션을 못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 전 대표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검찰 수사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면서 최근 민주당이 발의한 검사 탄핵안은 국회의 권한을 활용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법인카드 사건, 10만 원이라는데. 대단한 거면 공개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이 전 대표 부부를 공개 소환하는 건 망신주기 아닙니까. 이런 식의 수사를 계속한단 말이죠. 법의 형식이 중요하다지만 일반인의 상식에도 부합해야 하는 거예요. 영부인의 명품백, 주가조작은 소환도 안 하잖아요. 국민들은 의문을 갖죠. 법의 잣대가 일관되지 않는다, 검찰이 윤 대통령 부부를 위한 사설 기관으로 전락했다 생각할 겁니다. 그런 맥락에서 개개인 검사에 대해 국회가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에 과민반응 하지 마시라는 것이고요. 할 이야기가 있으면 헌법재판소에다가 하면 됩니다. 국회가 조사를 하니까 검찰에서 충분히 소명하면 되는 건데 자기들은 조사받으면 안 되나요?"
또 곽상언 의원이 근거 불충분을 이유로 4건의 탄핵안 중 1건에 대해 기권표를 던진 것에는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의원은 "갑의 입장에서 전횡을 해온 검찰을 개혁하고자 대치 국면에 있는 것이다. 이 구도는 역사적으로 굉장히 심각하게 형성된 것인데 (곽 의원께서) 덜 심각하게 보신 것 아닌가 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 의원은 지도부에 진입해 중도층 공략은 물론 2030세대까지 당의 외연을 넓히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그간 민주당은 세대 안의 불평등에는 집중해왔지만 세대 간 격차에는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나이가 청년들보다 많더라도 정치인이 그들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하면 되는 것이다. 2030세대의 문제 의식을 진정성을 갖고 이들의 아젠다에 관심을 갖겠다. 경제인 출신으로 먹거리 문제와 미래 문제까지 다뤄보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