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오는 23일 치러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열린 첫 TV 토론회에서 당권 주자들이 한동훈 당대표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한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사과 의중이 없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고, 원희룡·나경원·윤상현 당권 후보들은 결과적으로 김 여사의 사과를 이끌어내지 못한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총선 패배 책임론을 제기했다.
9일 오후 TV조선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1차 방송토론회에서 당권 후보들은 한 후보를 향해 김 여사의 문자를 보고도 답장하지 않은 이유를 집중해 추궁하면서 사과를 촉구했다.
윤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전당대회가 문자 논란으로 자꾸 궤도이탈을 하지 않느냐"라며 "전당대회 본연의 트랙으로 가기 위해서 후보님께서 '잘못했다, 그 당시에 어리석었다' 딱 한마디 하고 가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느냐"고 했다. 이에 한 후보는 "당시 여러 가지 경로로 여사께서 실제로 사과할 의사가 없었다는 것을 전달 받고 있던 상황"이라며 "그 상황에서 제가 사적인 연락에 응했다면 더 문제가 될 것이고, 답변했던 내용이 공개됐다고 생각해보라. 더 심각한 악몽같은 상황이 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이에 윤 후보는 "그 당시에 가장 중요한 현안 문제"라며 "총선에서 이겨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으로, 당연히 공적으로 협의를 하면서 그걸 사적으로 풀었어야 된다. 대통령 부인에게 문제가 있으면 대통령과 통화해서 신뢰 관계 속에서 (소통)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 후보 역시 "한 후보가 생각을 바꾸어서 정치적 판단이 미숙했다고 말씀을 하시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정치는 비공개의 예술이다. 국회에서 합의가 제일 많이 이뤄지는 공간이 남자 목욕탕이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라고 질타했다. 한 후보가 김 여사가 문자를 보낼 당시 대통령실 공식 채널과 소통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김 여사와 메시지를 주고받지 않은 것은 정치적으로 미숙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공략한 것이다.
이에 한 후보는 "대통령과 논의한 내용을 상세히 알려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충분한 방식으로 대통령실과 소통했다"며 "대통령님 입장은 사과가 필요없다고 하셨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는 "여사님께서는 사과할 의사가 없으셨고, 그걸 제가 정확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사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정치는 공사구분을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날 정치 현안 OX 코너에서 '김 여사가 대국민 사과를 했다면 총선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질문에 네 후보 모두 '그렇다'(O)고 답했다. 한 후보는 "민심의 심판은 여러 사안에서 저희가 민심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 뭉쳐져서 나온 사안"이라며 "그중에 하나가 이 사안이었다. 제가 그걸 바로잡기 위해서 사과 요구를 하고, 그리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한 후보의 총선 패배 책임론에 대한 공격도 이어졌다. 윤 후보는 "당의 변화라는 것은 한 후보 말고 많은 분들이 새로운 전략을 가지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좀 가만히 계셨으면 하는 여론도 높았다"고 했다. 이에 한 후보는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에 그 경험을 가지고 변화를 이끌어 내라는 시민들의 마음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총선 패배는 100% 제 책임"이라고 밝혔다.
한 후보는 이날 작심한 듯 자신에게 사적 공천 논의 의혹을 제기한 원 후보를 공격했다. 한 후보는 원 후보에게 "7월 7일 JTBC 인터뷰에서 한 후보가 가장 가까운 가족, 인척과 공천 논의를 했다고 육성 인터뷰를 했다"며 "누군지 말씀을 못하고, 근거가 없으면 그냥 여기서 사과를 하라"고 압박했다. 원 후보는 "어제 선관위에서 당원들과 국민들이 전당대회 다툼을 이제라도 일단 중단하고 정책과 비전 경쟁을 시작해 달라고 했기 때문에 일단 거기에 대해 집중하고 언급을 중단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