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해병대원 순직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특별검사법안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1대에 이어 또다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전망돼 국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5일 예정됐던 국회 개원식이 무산된데 이어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도 보류됐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채상병의 순직 1주기에 맞춰 재표결을 진행할 것으로 보여 정국은 더욱 냉랭해질 것으로 보인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이 통과됐다. 3일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24시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강제 종료된 뒤 곧바로 표결에 부쳐졌고, 찬성 189표와 반대 1표가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으로는 안철수 의원이 홀로 찬성표를 던졌다.
앞서 21대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발의됐으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재표결 끝에 최종 폐기됐다. 이후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1호 당론 법안으로 특검법을 재발의 후 속전속결로 추진했다. 기존 특검법은 사망 사건 수사 과정에서의 외압 의혹으로 한정됐는데 새로 추진된 법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외압 의혹까지 들여다볼 범위를 넓혔다.
특별검사 추천 권한을 비교섭단체에도 부여해 혁신당 등이 특검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추천 과정 없이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각각 1인씩 추천하며 추천을 받은 뒤 대통령이 3일 이내 임명하지 않는다면 두 명의 후보 중 연장자가 자동으로 임명되도록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법안은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실도 "반헌법적 특검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안이 정부에 이송되면 대통령은 15일 이내 공포 또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민주당은 채상병 순직 1주기인 오는 19일과 맞물려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정권을 향한 부정적 여론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 재의결을 거쳐 통과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회의장을 제외하고, 개혁신당까지 포함한 범야권의 의석수가 191임을 고려하면 여당에서 9표가 이탈하면 재의결이 가능하다. 재표결 시점은 내달 초로 예상되는데 국민의힘이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이탈표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보수층 전체를 봐도 채상병 특검법을 언젠가는 받아야 한다는 여론도 있긴 있다. 다만 민주당의 법안에 독소 조항이 있다고 보고 있어 부결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본다"며 "다만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에는 (제3자 추천 등) 여야 합의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지만, 지금의 법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북경찰청이 8일 채상병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해 이에 따라 여당의 표심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재의요구권 행사와 재표결 등의 기간 사이에 수사 결과 발표나 국민의힘 전당대회 등 여러 일정이 있다. 부결될 것이라고 전망하기엔 변수가 꽤 있다"라고 말했다.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 수위는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대치의 여파로 5일 열릴 예정이었던 개원식은 무기한 연기됐다. 국민의힘은 우원식 의장의 의사일정 진행에 강력 반발했고, 윤 대통령에게도 개원식 불참을 요청했다. 개원식이 연기되며 8~9일 이틀간 열리기로 합의된 원내대표의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도 잠정 보류돼 정국은 급속도로 냉각되는 모습이다.
엄 소장은 "야당은 채상병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또 이재명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도 현실화되고 있어 치킨게임 내지는 제로섬게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 탄핵 청원도 그렇고 당분간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 여야 협상을 거쳐 특검 수정안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제3자가 특검을 추천하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4일 기자들과 만나 "제3의 방안이 있다면 논의해 볼 수 있다"라고 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도 비교섭단체 몫인 특검 추천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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