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채 상병 특검법 찬성표 던진 안철수, 당내 골머리 끙끙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일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져 눈길을 끌었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된 채 상병 특검법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법안 통과를 저지하던 국민의힘은 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하자 표결에 참석하지 않고 전부 퇴장한 후 곧바로 규탄대회를 진행했지. 그런데 국민의힘 의원 중 유일하게 안 의원만 국회 본회의장에서 찬성표를 던진 거야. 본회장 밖에서 규탄대회를 진행하고 있던 의원들이 안 의원 찬성 표결 소식을 듣고 술렁이기 시작했어. 한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당론을 어긴 사람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계속 철수"라고 외쳤어. 안 의원은 투표 후 기자들과 만나 "꽃다운 나이에 본인의 목숨을 바친 채 상병에 대해 진상을 밝히고 합당한 예우를 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의무"라고 했어.
-국민의힘 의원들이 안 의원 '제명' 의견을 낼 만큼 분노하고 있다던데.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채 상병 특검법 반대 입장을 추진해 온 만큼, 당 차원의 징계가 필요하다는 거야. 한 중진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만든 채상병 특검법에는 독소 조항이 있는데, 혼자 법안에 찬성하는 게 맞느냐"라며 "애초에 덫을 만든 민주당이 잘못했지만, 안 의원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하더라. 당내에서는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안 의원 비판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모양이야. 재선인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개인 소신만 가지고 정치한다면 무소속이나 이준석의 개혁신당에 가야 한다"며 "밤새워 투쟁하고 우원식 (국회의장)과 민주당 독재에 분노하는 우리는 뭔가"라고 따지기도 했어.
-이번 표결로 안 의원이 징계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있을까.
-아직 원내 지도부는 신중한 입장이야. 안 의원은 지난 4월부터 채상병 특검법 표결 처리에 찬성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었지만, 지도부 측은 표 이탈을 막기 위해 설득하겠다는 입장만 내왔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다시 무기명 투표가 진행되기 때문에 내부 단속을 해야 하잖아. 여권에서 8표만 이탈하면 즉시 법안이 발효되는 만큼, 강경한 대응보다는 분열이 없도록 단일대오 노선을 지켜야 한다는 기류인 것 같아. 그리고 안 의원이 대권 주자란 점도 고려할 만하지. 한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지지율이 미미하지만 그래도 안 의원은 대권 주자인데 탈당하면 지지자들 이탈이 생긴다"라며 "계륵 같지만 참는 게 맞다"라고 하더라.
◆"왜 정청래처럼 못하나"…개딸 표적 된 박찬대?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민주당 강성 팬덤의 비판에 직면했다던데. 무슨 일이야?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때문이야. 운영위원장인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실 인사들이 출석한 가운데 회의를 진행했어. 정을호 민주당 의원 질의 중에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중간에 끼어들면서 회의장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박 원내대표에게 "진행을 수월하게 해달라"라고 요청했는데 박 원내대표가 "입 닫으시면 진행하겠다"라고 받아치면서 상황은 심각해졌어.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의원한테 입 닫으라는 거냐"라며 박 원내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했어. 박 원내대표는 "그러면 계속 입을 열라고 하나"라며 사과를 거부했고, 회의는 결국 잠시 정회에 들어갔지. 속개 이후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의 사과 요구가 계속되자 박 원내대표는 결국 "기분이 언짢았다면 유감을 표한다"라고 말했어. 또 의사 진행에 반발하는 국민의힘 의원에게 "퇴장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실제 퇴장은 안 시켰는데 이런 모습이 '개딸'(개혁의 딸)들을 자극한 것 같아.
-이재명 전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모인 '재명이네 마을'에는 "박찬대 의원 맘에 안 드네요", "박찬대 의원님, 정청래 의원님의 법사위 진행 안 보셨습니까. 답답하네요. 제발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세요", "박찬대 답답하네"라는 글이 올라왔지. 정청래 법사위원장처럼 화끈하게 하지 못한다는 이유야. 운영위원장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어.
-민주당 당원 게시판 '블루웨이브'에도 "박찬대 의원님 원내대표 능력이 없으면 내려오라"라는 제목의 글이 등장했지. 작성자는 "오늘 하시는 거 보니 정말 답답하다. 민주당 의원들 바보 만들려고 원내대표 나왔나. 정청래 의원의 반의반이라도 따라 하라"라고 했어. 또 다른 당원은 "운영위원회 하는 거 보면서 머리가 쪼개지는지 알았다. 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건가"라며 사퇴까지 요구하더라고.
-'친명' 중에서도 강성으로 꼽히는 박 원내대표까지 강성팬덤의 비판에 직면하게 될 줄은 몰랐네. 다만 재명이네 마을에는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잘하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정청래 위원장처럼 할 수는 없다"라며 박 원내대표를 독려하는 글도 올라왔어. 그래도 자신들의 입맛에 안 맞으면 '찐명'이더라도 바로 비판하는구나 싶어서 씁쓸한 마음도 들어.
◆"너무 피곤해서" 꿀잠 잔 與 김민전, 눈 뜨자마자 한 행동은?
-채 상병 특검법이 지난 3일 본회의에 상정되자 국민의힘은 표결을 저지하기 위해 무제한 토론에 나선 가운데 절대 보여선 안 되는 장면이 포착됐지?
-응. 첫 번째 주자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할 때였어.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입을 벌리며 잠든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잡혔어. 같은 당 구자근 의원이 보다못했는지 김 의원 자리로 찾아가 깨우기까지 했어. 잠에서 깬 김 의원이 주변을 살피더니 컴퓨터로 자기 이름을 검색하더라고. 보도 여부를 살피는 듯 보였어. 김 의원은 다음날 라디오에서 "그 전날도 밤늦게까지 국회에서 대기했다"며 "전당대회 비전 발표회도 있고 여러 일이 많아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고 해명했어.
-잠든 의원들이 더 있었다면서?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인 최수진 의원도 잠들었어. 김대식 의원이 깨우더라. 추경호 원내대표가 화를 냈다는 말도 들리더라고. 국회의원이 의정활동 중 잠든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선 안 되지. 최 의원도 "너무 피곤해서 졸았다"며 사과했어. 또 국회의장 대신 의사진행을 맡은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의장석에 등을 기댄 채 눈을 감기도 했어. "필리버스터가 아니라 필로우(베개) 버스터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더라고.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