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상규 "정치 초보 한동훈이 운영할 수 있는 곳 아냐"


'7전 8기' 자수성가형 사업가..."패배 이유 알고 싶었다" 백서특위 합류
"한동훈은 당권 부적격…총선백서 당장 발간해야"

이상규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 후보는 22대 총선에서 험지로 꼽히는 서울 성북을에서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패배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국민의힘은 조(兆) 단위의 조직이다. 정치 초보가 운영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고위원에 도전장을 낸 이상규 국민의힘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은 30년 가까이 외식업체를 운영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교수를 잠시 꿈꿨으나,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1998년 냉면집을 창업했다. 이후로 총 30번의 점포 개업, 6번 폐업을 거쳐 300억 대 매출을 올리는 업계 내 '큰 손'으로 우뚝 섰다. 이 후보의 7전 8기 성공기에는 실패 후 치열한 성찰로 패인 요인을 정확하게 짚는 데에 있었다고 한다. 이 후보는 지난 22대 총선을 두 달 앞두고, 청년 인재로 당에 영입된 후 험지로 꼽히는 서울 성북을에서 고배를 마셨다.

"아무 것도 모른 채로 선거를 시작했고, 선거 운동을 할 줄도 몰랐다. 패배 후에 너무 분했다." 이 후보는 본인이 소속된 국민의힘이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크게 참패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찾고 싶었다. 실패 요인을 분석한 국민의힘 재집권 전략을 비롯해 3개의 보고서를 작성해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중진 의원들에게 이를 돌렸다. 이후 총선백서특별위원장을 맡은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특위에 합류해 달라는 제안을 받고, 특위 내 6개 소위 회의를 빠짐없이 참관할 정도로 백서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 후보는 집필이 마무리된 총선백서를 당장 발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 전 위원장을 제외한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들 역시 백서 즉시 출간을 압박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 내에서는 전당대회 전 출간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 후보는 "백서에는 선거뿐 아니라, 당 조직과 관련된 혁신안이 담겼다"라며 "지금이라도 당장 발표해, 당대표 주자들이 이를 토대로 토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후보는 22대 총선을 진두지휘한 한 전 위원장을 칼리 피오리나에 비유하며 그를 총선 패배 주 원인으로 꼽았다. HP 역사상 최초로 영입된 여성 CEO인 피오리나는 1999년 세계 3대 PC 제조업체 '컴팩' 인수 합병이란 패착으로 인해 2005년 불명예 퇴진해야 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은 기업으로 치면 1조 규모의 조직으로, 정치를 해보지 않은 초보자가 이끌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며 "한 전 위원장과 0.5선인 장동혁 사무총장이 총선을 이끌었다. 특히 한 전 위원장의 '원맨쇼'로 총선을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이상규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는 당대표에 출마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부적격 평가를 내렸다. 그는 특히 총선백서를 지금이라도 당장 발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윤호 기자

나아가 이 후보는 총선 패배 원인으로 여의도연구원의 몰락을 꼽았다. 국민의힘은 총선을 앞두고 조선일보 홍영림 전 여론조사 전문기자를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임명했다. 여의도연구원은 연간 80억 대의 예산을 사용하는 당의 씽크탱크다. 이 후보는 "완장 찰 사람을 뽑는 기관으로 전락하면서, 우리 당은 여의도연구원을 잃어버렸다"고 꼬집었다. 또 이 후보는 "여의도연구원 측과 8시간 인터뷰 한 결과, 한 전 위원장의 선거 동선은 전략적으로 누군가와 논의한 게 아니라 원장과 한 전 위원장 둘이 논의한 것이었다"며 "선거 운동을 독점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한 전 위원장의 1강 구도 속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당대표 후보의 추격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를 두고 "대통령이 잘 되길 바라는 세력과 대통령이 잘 되지 않길 바라는 세력의 싸움"이라고 평가했다. 당헌당규에 따라 대통령을 도와야 하는 게 여당의 사명이자 의무인데, 한 전 위원장은 당대표로서 부적격이라는 평가다.

이 후보는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를 두고 작심 비판을 이어갔다. 22대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대통령실 갈등설, 한 전 위원장의 소통 부재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 후보는 한 전 위원장을 향한 '배신 정치' 비판을 두고 "본인이 그렇게 행동을 했고, 본인 역시도 총선 기간 내에 본인의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며 "총선 기간에 카니발 타고 다니면서 혼자만의 세계에 있었다. 한 전 위원장은 당대표를 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당 쇄신 핵심 요인을 원외 정당 국민의힘으로 진단했다. 그는 원외는 사실상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이자, 전부라고 강조했다. /남윤호 기자

한 전 위원장은 여당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간 국민의힘이 주장해 왔던 '수사 먼저' 공식을 깨면서 당권 주자들로부터 일제히 비판을 받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야당 추진 특검법의 독소조항을 문제 삼으면서도, 대법원장 등 제3자 추천 특검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이 후보는 "특검은 민주당이 원하는 단서를 찾기 위한 도구"라며 "정치 초보가 해선 안 될 굉장히 큰 실수를 한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전 위원장은 당의 중요한 자산인데, 더 공부하고 나오는 게 맞았다.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한 전 위원장의 파괴적 혁신은, 판을 깨서 이 파이(국민의힘)가 작아져도 갖겠다는 것인데, 자꾸 폐쇄적인 메시지로 골목대장을 하려고 한다"고 직격했다.

한 전 위원장의 '러닝메이트'로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이 청년최고위원으로 출마했다. 진 의원은 만 44세의 원내 인사다. 청년 최고위원 후보 출마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친한'(한동훈) 줄 세우기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 후보는 "당의 원외 청년들을 배려하기 위해 만든 제도인데, 진 의원의 출마로 20~30명의 원외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출마를 접었다"라며 "당내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폄훼한 심각한 해당행위"라고 밝혔다.

이 후보의 꿈은 원외 정당 국민의힘이다. 그가 생각하는 당 쇄신의 핵심이다.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모두 다 이뤘다는 이 후보는 "내가 아닌, 국민의힘과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에만 헌신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원내에 있는 분들이 당을 장악해 원외를 신경을 안 쓴다. 그런데 원외는 사실상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이자, 전부다. 민주당은 여러 희생의 역사로 원외 중심 정당을 이미 만들었지 않나. 원외 중심 정당으로 나아가야,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당으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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