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대정부질문 첫날 '채상병 특검' 격돌…막말·고성 후 파행


신원식 "수사 외압, 박정훈 일방 주장...본질은 항명"
박성재 "검사 탄핵, 검사에 대한 정치적 압박"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예정된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이 국민의힘 의원총회로 지연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2일 열린 22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에서 여야는 채상병 특검법과 검사 탄핵안 등을 두고 격돌했다. 야당이 여당과 합의 없이 채상병 특검법을 상정을 밀어붙이 국민의힘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맞대응하겠다고 밝히며 전운은 고조됐다. 막말과 고성이 오가던 중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며 대정부질문은 기약 없는 정회 끝에 파행됐다.

이날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은 여야 간 신경전 끝에 1시간 30분가량 지연된 끝에 가까스로 열렸다. 국민의힘이 "대정부질문을 위한 본회의에 안건을 상정한 전례가 없다"고 반발하면서다. 대정부질문에서 야당은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지적하며 맞섰다.

◆ 野 수사 외압 의혹·검사 탄핵으로 정부 압박...與 이재명 '사법리스크'로 맞대응

첫 질의에 나선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에게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신 장관은 "외압이라는 것은 박정훈 대령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답했다. 박 의원이 재차 "대통령의 직권남용 아니냐"고 묻자 신 장관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그건 박 대령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맞섰다. 신 장관은 "본질은 박 대령의 항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민주당이 검사 4인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한 질문에 "검사를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박 장관이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형사 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하자 박 의원은 "전임 법무부 장관으로서 그렇게 살지 말라, 공정성을 회복하라는 충고를 드리겠다"고 일갈했다.

박 의원은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과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비교하며 "이재명-이화영 케이스가 기소 감이라면, 윤석열 대통령의 흔적을 놓고 볼 때 (윤 대통령을) 충분히 기소하고도 남는 증거관계가 확보됐다"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박 의원에 이어 질의자로 나선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입장하며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에 대해서는 "인사는 존경심이 들어야 하는 것"이라며 외면했다. 통상 질의자가 국회의장에게 인사를 해왔다는 점에 비춰 민주당 출신 우 의장이 채상병 특검법을 본회의에 상정한 데 대한 항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본회의는 대정부질문을 위해 소집됐지만 우 의장은 법안도 함께 처리할 수 있다는 야당의 주장을 수용해 법안 상정을 결정했다.

김 의원은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게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사실을 거론하며 "불법 송금 자금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 등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의장을 규탄하는 피켓을 내걸고 있다. /남윤호 기자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도 꺼내 들었다.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운전자 역할을 했냐"고 묻자 한 총리는 "(문 전 대통령의) 중재자적 역할은 처음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게 하는 데는 효과를 발휘했다"면서도 "북한에 대한 억지력, 소위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하는 데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한 총리는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과는 하나도 없다"며 "(대화를 시도하는) 기간 중에도 북한은 계속 핵능력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했다"고 지적했다.

고성과 야유가 이어진 가운데 우 의장에 이어 의사봉을 넘겨받은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박수와 야유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주 부의장은 "아시다시피 본회의장에선 박수를 못 치게 돼 있다"며 "서로 박수를 치기 시작하면 본회의장 질서 유지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2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인데 이런 분위기로 잘못 만들면 (앞으로도) 계속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며 "서로 경청하고 자제하자"고 당부했다.

◆ 본회의 오른 채상병 특검법...與, 위헌성 부각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의 위헌성을 부각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채상병 특검법의 특검 임명 방식은 중립성 원칙 위배"라며 "특검을 야당이 임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야당의) 특검법은 대통령이 3일 안에 특검을 임명하지 않으면 (추천자 중) 연장자를 임명한다고 간주한다"며 "대통령의 특검 임명 권한을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 장관은 "그런 면에서 삼권분립을 침해한다"고 동의했다. 그는 "(특검법을) 법에 있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다수결의 원칙은 전체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다수의 의견이 조금 더 합리적이라는 전제를 따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다수의 의견도 중우정치로 빠질 수 있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의회민주주의는 소수에게도 토론의 기회를 충분히 보장한다"고 했다.

이어 박 의원이 채상병 특검법이 통과되면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이냐고 묻자 박 장관은 "(윤 대통령이) 지난번 재의요구한 법안과 비교해 보면 위헌 요소가 가중됐다"며 "법무부 장관으로서 제가 할 일을 다시 해야 할 것"이라고 거부권 건의 방침을 밝혔다.

이날 민주당 등 야당은 본회의가 열리자 검사 4인에 대한 탄핵안을 보고한 뒤 표결을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했다. 국회법상 탄핵소추 사건 조사는 국정조사와 동일하게 진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탄핵 대상 검사들을 증인으로 채택해 탄핵의 명분을 쌓을 것으로 보인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발언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막말'로 파행된 22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

이날 열린 대정부질문은 막말과 고성이 오가며 결국 파행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이 한 총리에게 '한미일 군사협력이 한일 군사동맹으로 전환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하던 중 "여기 웃고 계시는 정신 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했다"고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단체 항의를 하면서다.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질문하는 의원께서 용어 선택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동시에 "국민의힘에서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대정부 질문이 끝난 뒤 해달라"고 했다. 주 부의장은 회의를 계속 이어가려고 했으나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의장석까지 나와 항의하는 등 국민의힘은 강경하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주 부의장이 김 의원에게 "제가 볼 때도 조금 심한 발언인 것 같다. 사과하고 진행하자"며 "제가 사과를 강요하지 않지만 원만한 회의 진행을 위해 과한 말씀은 정리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사과할 게 있냐"며 "정신 나갔으니 그런 단어를 쓴 것"이라고 사과를 거부했다. 국민의힘의 사과 요구에 김 의원이 강경하게 나서면서 대정부질문은 오후 5시50분께 정회했다. 김 의원의 사과 여부를 두고 여야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9시께 산회했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추 원내대표는 정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거칠고 함부로 막말을 해대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며 "김 의원을 막말 등을 이유로 윤리위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의 막말 행진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며 "제발 품격 있는 질문과 언행을 통해 국민들께서 이제 국회를 더 이상 걱정하지 않도록 민주당 의원들은 정신 차려주길 바란다"고 했다.

대정부질문이 파행된 뒤 민주당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김병주 의원은 "파행시킨 국민의힘과 주 부의장께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파행된 이유는 국민의힘에서 주장했던 한미일 동맹이라는 용어 때문"이라며 "여기에는 한국과 일본의 동맹도 포함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을 강하화되 한일 간에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그간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해온 것인데, 한일 동맹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이 지금 무분별하게 한미일 동맹, 한일동맹이란 말을 쓰는지 묻고 싶어 이 부분을 지적했다. 일본과의 동맹은 저는 개인적으로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용어를 빌미 삼아 대정부질문을 파행한 국민의힘께 대단히 유감"이라고 했다. 그는 "그런데 저보고 사과해야 국회를 다시 열어 대정부질문을 하겠다는 게 말이 되냐"며 "주 부의장은 되려 저보고 사과하라면서 사과 안하면 정회한다고 엄포를 놨다. 이것은 명백한 국회선진화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국민의힘이 오랜만에 국회에 들어와서 처음 한 말은 채일병 특검법 상정을 반대한다는 것이고 그것을 가지고 파행을 유도했다"며 "(오늘) 대정부질문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지만 내일 다시 이뤄지는 정기국회에서 새롭게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법때로 따박따박 일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 전례 없는 '본회의 중 상임위 개최'에 더 깊어진 여야 갈등의 골

민주당이 대정부질문 진행 중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소집한 데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국회법을 무시했다"고 맹비난했다. 국회법 제56조에 따르면 상임위는 본회의 의결이 있거나 국회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회의 중에 개회할 수 없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회의에서 "본회의에서 토론하는 것이 국정 현안의 중심인데 오늘 본회의 중 위원회를 강행했다"며 비판했다. 그는 "뭐가 그리 급해 국회법 제56조 예외 사항에 하나도 해당하지 않는 (과방위 전체회의를) 하고 있냐"며 "원내 지도부에 확인했지만, 이런 협의를 받은 사실조차 없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박민) KBS 사장 불출석 건으로 고발할 때도 안건조정위원회 취지를 말살하고 90초 만에 해치우더니, 이렇게 상시로 국회법을 어겨서 되겠냐"고 반문했다.

반면 야당 간사인 김현 민주당 의원은 "과방위 소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오늘 회의에서 의결하는 걸로 여당과 논의했다"며 "이날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과방위 회의가 소집됐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위원장이 국회의장의 허락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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