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보수 텃밭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TK(대구·경북) 지역 유력 정치인들과 회동이 줄줄이 취소되면서다. 경쟁자인 나경원·원희룡 후보를 따뜻하게 맞았던 상황과도 대조된다. 정치권 안팎에선 당장 한 후보 '1강' 구도가 흔들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 한 후보는 보수 텃밭으로 꼽히는 TK를 찾아 보수 결집에 나섰다.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한 지 4일 만으로 지역 순회 첫 일정이다. 한 후보는 이날 대구 서구 당원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TK를 비롯한 전통적 지지층을 바탕으로 정치해야 한다"며 "TK는 대한민국이 어려울 때 여러 차례 지켜낸 것에 대단히 감사한 마음이고, 그 마음으로 정치한다"고 했다.
다만 대구 지역 유력 정치인들과의 만남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한 후보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한 후보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 면담을 추진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지난 26일 한 후보 캠프는 "이 지사와 한 후보의 면담은 조율 과정에서 일정 상의 변수가 생겨 추후 다시 면담 일정을 조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 후보는 홍 시장에게 두 번이나 회동을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시장은 "만약 (한 후보를 당대표로) 뽑아준다면 이 당 해체해야 한다"며 수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두 정치인 모두 한 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 메시지를 낸 데에는 영남 민심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지사는 한 후보를 향해 "더불어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법을 정쟁, 정치 공격용으로 추진하는 것을 모르고, (특검을) 덜렁 받는다고 하는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다"라며 "한 후보는 조금 더 공부하고 와야 한다"며 비판했다. 앞서 한 후보는 지난 23일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어드릴 만한 여러 번의 기회를 아쉽게도 실기했다"며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국민의힘이 특검을 반대할 수 없다"며 여당 주도로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조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TK는 국민의힘 당원 80만 명 중 40%가 몰려 있는 그야말로 보수의 심장이다. 홍 시장과 이 지사의 퇴짜에는 한 후보의 중도 확장 움직임에 거부감을 보이는 TK 민심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동훈 좌파설'로 인한 전통 보수 지지층 표의 이탈 움직임 시동이 걸렸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후보를 향한 전통 보수 지지세가 견고한 듯 보였지만, 이탈이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홍 시장이나 이 지사는 오랫동안 당을 지켜온 분들이기 때문에 보수 노선을 의심받지 않는 지역 대표 정치인인데, 이들이 한 후보를 만나주지 않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한 후보 측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 지사와는 다시 일정을 조율하기로 했고, 홍 시장과의 면담은 아직 잘 모르겠다"라며 "(이 지사 발언 관련해) 후보께서 포용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했지 않느냐. 생각이 달라도 이런 정책적 사안에 대해서 좀 다를 수 있지만, 포용하고 찾아 뵙고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후보의 정치적 메시지에 물음표가 남는다 지적도 나온다. 또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후보의 정치적 메시지가 자가당착에 빠져 있는 게 문제"라며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정부여당을 지킬 수 있는 정치'를 할 수가 있겠느냐"라며 "어대한 움직임이 흔들리고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