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대통령실은 27일 정부가 내년도 R&D(연구개발) 예산안을 24.8조 원 규모로 편성하기로 했다며 "과기혁신본부 편성시점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내용 면에서 '환골탈태'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적했던 이른바 '나눠먹기식 사업' 등을 약 10% 구조조정하고 핵심 분야에 대폭 예산을 배정했다는 것이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비서관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제9회 심의회의'를 개최하고 2025년도 주요R&D 예산을 약 24.8조 원 규모로 편성한다는 내용을 심의·의결했다. 이는 올해(2024년도) 예산 21.9조 원 대비 증액된 규모다.
박 수석은 "내년도 정부 총 예산 증가율이 4% 선으로 예측되는 것을 감안하면 재정 여력이 정말 없는데도 최선을 다해 큰 폭으로 증액한 것"이라며 "기획재정부에서 편성할 일반 R&D 예산 등이 추가되면 '25년도 정부 R&D 총 규모는 이전까지 최대였던 '23년도의 29조 3000억 원을 넘어 30조 원에 육박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예산안은 8월 말 확정될 예정이다.
박 수석은 "정부는 그간 진행해 온 R&D다운 R&D로의 지원방식 개편을 통해 정부 R&D 예산이 적시에 신속하게 지원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이와 관련된 개혁 작업들이 완결되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우나, 기술패권경쟁이 나날이 심화되고, 과학기술이 산업경쟁력을 넘어 국가안보와 직결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부 R&D 예산의 대폭 증액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R&D 예산 증액에 따른 내실 있는 사업집행 준비와 R&D다운 R&D 개혁작업을 계속해서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5년도 주요 R&D 투자에서 선도형 R&D를 위한 투자 포트폴리오 재편에 중점을 뒀다. 최초·최고에 도전하는 혁신도전형R&D, 국가의 혁신을 견인할 게임체인저 기술, 글로벌 최고 수준의 공동연구 등 선도형R&D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적극 확대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2025년도 주요 R&D 중점투자 분야는 국가 혁신을 이끌 3대 게임체인저 분야('AI(인공지능)-반도체', '첨단바이오', '양자 기술'에 약 3.5조 원을 집중 투입한다. 실패 위험이 있더라도 혁신을 창출할 수 있는 '혁신·도전형 R&D'에 약 1조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초연구'에는 역대 최대규모인 약 2.94조 원을 지원한다. 아울러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반도체, 차세대통신 등 첨단기술 분야에는 초격차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약 2.4조 원을 배분했다. 내년도에는 우주 분야에 1조 원을 투입해 지난 5월 개청한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우주탐사, 차세대 발사체 핵심역량 확보에 투자를 확대한다. 이와 함께 미래 원전산업을 선도하고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차세대원자로, 무탄소 에너지 등에 2023년도 대비 2배 이상 늘려서 편성했다. 또 국방분야에 약 3.1조 원, 재난안전 R&D에 약 2조 원을 각각 편성하기로 했다.
이번 R&D 예산 확대 규모는 지난해 "나눠먹기식 사업을 타파하겠다"며 예산을 삭감하기 전인 2023년도(24.7조 원)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역대 최대 확대' 방침과 달리 사실상 '복원'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 수석은 "오늘 발표된 주요 R&D 예산은 2023년도보다는 조금 큰 수준이지만, 내용상으로는 환골탈태에 가깝게 달라져 '복원'이나 '회복'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올해 내년도 예산을 이렇게 증액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올해 예산이 구조조정된 그 성과의 토대 위에서 증액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라며 "나눠먹기식, 뿌려주기식 R&D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략 전체적으로 봤을 때 10% 정도 되는 규모의 구조조정이 이미 올해 이루어졌다"며 "거기에 추가로 내년도에 주요 R&D 기준으로 13.2% 증액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