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개혁 국회'를 내건 더불어민주당 '박찬대호'가 최근 출범 50일을 맞이했다. 국민의힘을 상대로 22대 국회 초반부터 무난하게 기선제압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구성 협상에서도 법제사법위원장 등 11개의 알짜 상임위원장을 가져오는 대신 7개 자리를 국민의힘에 내주며 명분과 실리 모두 챙겼다. 다만 이재명 전 대표와 사실상 일체화된 모습을 보여 이 전 대표의 그늘에 가려진다는 비판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3일 당선인 총회를 열고 22대 국회를 이끌 첫 원내 사령탑으로 3선의 박찬대 의원을 선출했다. 몇몇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초선과 재선 당시만 해도 박 원내대표는 크게 주목을 받진 못했으나 지난 대통령 선거 무렵 이재명 후보를 적극 도우며 당내 핵심 세력으로 부상했다고 한다. 이재명 캠프에서 수석대변인을 지냈고, 이후 최고위원을 지낸 박 원내대표는 당내 교통정리에 따라 단독 입후보했다. 취임 일성에서 박 원내대표는 "국민 부름 앞에 신속하게 행동하고 행동하는 민주당이 돼야 한다. 실천하는 개혁국회, 행동하는 민주당에 박찬대가 앞장서겠다"라며 강도 높은 대여 공세를 예고했다.
예고대로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향한 강공을 펼쳤다.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앞둔 21대 국회 임기 종료 직전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찬성을 촉구하며 거대 의석을 바탕으로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특검법은 끝내 부결돼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으나 박 원내대표는 22대 개원과 동시에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당론 1호 법안으로 특검법을 채택해 즉시 접수했다.
또 윤 대통령의 약점으로 꼽히는 김건희 여사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들은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을 알고 싶어한다"며 22대에 김건희 종합 특검법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전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김 여사에 대한 수사 속도를 비교하면서 검찰의 편파 수사를 연일 지적하는 등 이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는 동시에 김 여사 이슈를 부각하기도 했다. 이후 민주당은 기존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명품백 수수 의혹까지 더해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는 특검법안을 당론 채택 후 속전속결로 발의했다.
두 특검법 외에도 방송3법과 간호법 등 21대에서 폐기된 법안을 재추진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계속된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는 동시에 신속히 입법을 추진하면서 속도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또 이 전 대표가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강력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민생 이슈를 종종 띄운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국민의힘과의 원구성 협상은 50여 일의 박 원내대표의 임기 중 가장 돋보이는 지점이다. 취임 당시에도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은 반드시 가지고 오겠다고 밝혔던 박 원내대표는 "국회법을 따르겠다"고 거듭 강조하며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
약속했듯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비롯해 운영위원장,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행정안전위원장 등 알짜배기 상임위 11곳의 위원장을 먼저 단독으로 선출한 뒤 국민의힘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였다. 나머지 7곳의 위원장 자리로 압박에 나서 결국 국민의힘이 뒤늦게 협상안을 받아들이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의 무기력한 모습이 계속 노출됐고, 결국 추경호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명하는 데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이 단독으로 추진한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 등도 긍정 평가가 많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의 전략을 무력화시켰다는 점에서 박 원내대표가 원내 전략을 잘 세웠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상병 평론가도 "원 구성을 포함해 특검법, 민생 관련 법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국민의힘에) 양보하지 않았다. 민주당원과 국민들의 뜻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강한 힘을 보였다"라고 강조했다.
◆ 옥에 티는 종부세 논란?…"이재명 2중대" 비판도
다만 박 원내대표가 이 전 대표의 '2중대'로서의 한계를 보였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 전 대표를 적극 엄호하거나 또 '당원권 강화'를 주장하며 이 전 대표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에도 힘을 실었던 모습이 대표적이다. 당대표와 원내대표는 서로 합을 맞추는 위치기도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사실상 이 전 대표와 일체화된 모습을 보여 아쉽다는 시선도 있다. 김상일 평론가는 "이 전 대표나 강성 지지자의 메신저 역할을 했지 정치적 철학이나 소신에 대한 것은 보이지 못했다"라고 비판했다.
국회의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후보 간 교통 정리를 위해 나섰던 것을 비롯해 당내에 종부세 논란을 촉발한 점은 박 원내대표의 실수로 꼽히기도 한다. 박 평론가는 "일반 의원은 괜찮지만 원내대표는 중요한 자리"라며 "종부세 논란은 당과 국민들에게 혼선을 가져온 돌출적 발언이었다"라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여당을 압박하는데 있어 당근과 채찍 등의 전략으로 조금 유연한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너무 강성으로 비쳐 나중에 부담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이재명 일극 체제라는 부담을 안은 상황에서 원내사령탑으로 조금 더 정치적 공간을 열어가는 것, 그리고 의원들 사이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보여주는 모습 등이 박 원내대표의 향후 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ejungki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