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서 '독자 핵무장론' 솔솔…尹 대통령은 '확장억제' 강조 


尹 대통령, 美 항공모함서 "한미동맹 무적"
'워싱턴 선언' 후 대통령실 '신중론'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후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정박 중인 미국 시어도어 루즈벨트 항공모함을 방문, 루즈벨트함 비행갑판에서 장비를 시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루즈벨트함에 대해 미국의 철통같은 방위공약을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여권에서 당권주자 중심으로 '자체 핵무장론'이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확고한 한미 동맹 체제 하에서의 확장 억제를 통한 안보 위기 대응을 강조했다. 대통령실도 '자체 핵무장 검토'에 선을 그은 정부와 같은 입장인 것으로 파악된다.

윤 대통령은 6·25전쟁 발발 74주년인 이날 오후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정박한 미국 시어도어 루즈벨트 항공모함에 승함했다. 루즈벨트함은 10만t급의 미 해군 핵 추진 항공모함으로, 90여 대의 항공기를 탑재하고 있다. 핵추진잠수함 등을 이용해 수백 km 권역을 감시하는 능력이 있다. 오는 26일 한미일 3국의 해상·공중·사이버 등 다영역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Freedom Edge)'에 처음 참가하기 위해 지난 22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현직 대통령으로는 세 번째로 미 항공모함에 올라타,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특히 300여 명의 한미 장병들 앞에서 루즈벨트함의 방한에 대해 "강력한 확장억제를 포함한 미국의 철통같은 방위공약을 상징한다"며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우리의 동맹은 그 어떠한 적도 물리쳐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조약 체결을 통해 군사적 협력을 강화한 것을 기점으로 한반도 안보 불안은 고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미 확장 억제의 지속적 강화, 전술핵 재배치 및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 공유, 자체 핵무장 또는 잠재적 핵 능력 구비 등을 포함해 다양한 대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토 및 전략적 공론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북러 조약을 통해 러시아가 북한의 핵무장을 사실상 용인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미국에만 의지하기보다 독자 핵무장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취지다.

여권 내에서 독자 핵무장론이 다시 흘러나오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한미동맹을 통한 확장억제에 여전히 방점을 두고 있다. 지난 24일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윤상현 의원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왼쪽부터)이 국민의힘 초선 공부 모임에 참석한 모습. /이새롬 기자

여권 내에서도 이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다시 하나둘 나오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한미 핵공유 적극 추진'을 주장했다. 당권주자들도 저마다 입장을 밝혔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이제는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나 의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북러 관계 말착과 향후 미국 대선 등을 고려해 "이제는 우리가 핵무장에 대해서 논의하고, 핵무장을 할 때"라고 설명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국제 정세는 늘 변할 수 있어서 일본처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잠재적 역량을 갖추는 데까지는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윤석열 정부에서 한미 동맹으로 핵 확장억제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정부 입장을 지지한다고 했다. 반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북 핵억제력을 강화할 때"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상현 의원도 "지금 당장 핵무장을 하는 것은 국제적·경제적·외교적 고립을 일으킬 뿐"이라며 "한반도 영해 밖에 핵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을 상시 배치하고, 한미 간 핵 공유협정을 맺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굳건한 한미동맹에 기반한 미국의 방위 공약'을 역설한 것은 '강력한 확장억제'에 의한 안보 대응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2022년 10월 여권 중심으로 미국 전술핵 재배치, 핵 공유, 자체 핵무장론 등 의견이 나오자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 꼼꼼하게 따져보고 있다"고 했고, 지난해 1월에는 정부 업무보고를 받고 북한 도발 심화를 가정하면서 "더 문제가 심각해져서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발언해 파장이 일었다. 그러나 이후에는 독자 핵무장론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핵 동맹 수준의 관계 구축을 통해 미국의 '철통같은 방위' 약속을 얻어 '핵우산 강화' 성과를 냈다고 보고, 확장억제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국방부도 지난 24일 일각의 '독자 핵무장 추진' 주장에 대해 "국방부가 검토 중인 것은 없다"며 "한미가 확고한 동맹 체제를 유지하면서 확장 억제를 통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에 대응해 가고 있다. 현재 그러한 것으로서 충분히 기능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에 "용산이 따로 입장 표명할 필요가 없다"며 정부 입장과 같다는 뜻을 내비쳤다.


unon89@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