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수 기자] 통일부는 24일 북한이 살포한 오물풍선에서 기생충이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해당 기생충은 오물풍선 내 포함된 토양에서 발견됐으며 사람 유전자도 확인돼 기생충이 인분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통일부가 발표한 북한 오물 풍선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오물풍선에는 일반 쓰레기보다 일정한 크기의 폐종이, 비닐, 자투리천 등이 발견됐다. 쓰레기 살포를 위해 급조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다. 페트병의 경우 라벨이나 병뚜껑 등을 제거해 상품 정보 노출을 방지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오물풍선에 담겨 있던 생필품 쓰레기에서는 북한 주민의 심각한 생활난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몇 번씩 기워 신은 양말과 옷감을 덧대어 만든 장갑·마스크·티셔츠 등부터 구멍 난 유아용 바지와 양말이 확인됐다.
2000년부터 북한에 의류를 지원한 업체의 브랜드 천 조각도 풍선에 담겨 있었다. 특히 넥타이와 청재킷 등은 가위와 칼로 심하게 훼손돼 한국산 물품에 대한 반감과 적대감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의류품에는 해외 유명 상표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무단으로 도용한 흔적이 포착됐다. 미국 월트 디즈니사의 곰돌이 푸우, 미키 마우스와 일본 산리오사의 헬로 키티 등을 복제한 모조품이 다수 발견된 것이다. 청바지(스키니진) 등 북한 당국이 반사회주의 금지 물품으로 규정하고 있는 품목도 식별됐다.
눈에 띠는 점은 '김정일·김정은 우상화 문건 표지'가 그대로 방치되거나 폐기됐다는 것이다. 북한 형법 등에 따르면 '수령 교시 문건 훼손' 행위는 최대 사형까지 처할 수 있는 중죄다. 살포된 오물 가운데에는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대원수님 교시'라고 적힌 문건 표지와 김정일·김정은의 활동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로동당 총비서로 높이' 등이 적혀 있는 문건도 발견됐다.
오물 풍선에 담겨 있던 토양에서는 회충, 편충, 분선충 등 기생충이 다수 발견됐는데, 토양에 사람 유전자가 확인된 것을 미뤄보면 해당 기생충들이 인분에서 유래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토양매개성 기생충은 화학비료 대신 인분 비료를 사용하거나 비위생적인 생활 환경에 노출된 보건 환경 후진국에서 식별되곤 한다.
다만 이번에 살포된 문제의 토양은 소량이고, 군에서 수거해 관리한 만큼 이로 인한 토지 오염과 감염병 우려 등 위해요소는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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