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지금 시기의 국민의힘 당대표는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죽기 딱 좋은 위험하기만 한 자리라고들 하지만, 저는 용기 내어 당에 헌신하기로 결심했다"며 출사표를 냈다.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선언은 지난 4월 10일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지 75일 만에 이뤄졌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두 달간 복기와 성찰의 시간을 보내면서 이러한 국민의 준엄한 요구를 생각했다. 고심 끝에 저는, 오랫동안 정치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바꿨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두 달은 반성과 혁신의 몸부림을 보여드렸어야 할 골든타임이었는데, 우리는 국민의 요구에 묵묵부답, 오히려 퇴보하는 모습만을 보여드렸다"라며 "국민들께서는 심판받은 사람들이 맞느냐, 심지어 이긴 사람들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말씀까지 한다. '너희 국민의힘은 더 혼나봐야 한다'는 국민의 심판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전 위원장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라는 명령에 우리는 응해야 한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절박한 상황을 희망으로 바꾸어야 한다"며 "패배의 경험을 변화와 승리, 정권재창출의 토양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대통령실과의 관계 정립과 관련해서 그는 "당이 정부와 충실히 협력하지만, 꼭 필요할 땐 합리적인 견제와 비판, 수정 제안을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라며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실용적으로 쇄신하겠다. 기준은 오로지 '민심'과 '국민의 눈높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전 위원장은 "당이 정부의 정책 방향 혹은 정무적인 결정에 대해 합리적인 비판이나 수정 제안을 해야 할 때, 그럴 엄두조차 못내는 상황들이 반복됐고, 국민들과 당원들께서 실망하셨다"라며 "지금 우리가 눈치 봐야 할 대상은 오로지 국민이고, 의석수가 부족한 국민의힘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국민의 마음을 얻는 길"이라고 했다.
이어 한 전 위원장은 대권 출마와 관련된 질문에 "우리 지지층과 당원들은 이길 수 있는 대선후보를 갖는 걸 열망하고 있다"며 "누가 되든 간에 그 시점에, 그 사람이 가장 강력하게 우리를, 우리 지지자들을 대변해서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저는 누구라도 대선후보로서 자격을 갖추기 위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한 전 위원장은 "누군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상대당을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정도로 국민의 신망을 받는다면, 그 분은 대선에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이 2027년 3월에 치러질 대선에 도전할 경우,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지방선거(2026년 6월) 1년 6개월 전인 2025년 9월 사퇴해야 한다.
이외에도 한 전 위원장은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다른 당권주자들과 달리 국민의힘 주도로 특검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한 전 위원장은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어드릴 만한 여러 번의 기회를 아쉽게도 실기했다"며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국민의힘이 특검을 반대할 수 없다. 진실규명을 위한 특검을 우리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한 전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특검법에 대해서는 "도이치모터스 사안은 이미 항소심 판결이 임박한 상황이고 가방 사안의 경우 사실관계가 대부분 드러나고 법리 판단만 남은 문제여서 지금 단계에서 특검을 도입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검찰 수사를 보고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 한 전 위원장은 당대표가 될 경우 특별감찰관 추천과 제2부속실 설치를 요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