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기 들어간 민주당...'상임위 독식' 제동


우원식 "상임위 배분, 민주당 11개, 국민의힘 7개가 합당"
국민의힘 협상 재개...여야, 이번주 협상 이어가기로

우원식(가운데) 국회의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22대 국회 원구성 관련 논의를 위해 추경호(왼쪽 두번째) 국민의힘, 박찬대(왼쪽 네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상임위원장 독식' 수순으로 가던 더불어민주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17일 사실상 이번 주를 협상 시한으로 제시하며 "상임위원장은 민주당이 11개, 국민의힘이 7개가 맞다"고 못 박았다. 민주당이 요구하던 본회의 개최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회동에 응하며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협상을 재개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의장 주재 회동에서 2시간 가까이 협상에 나섰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회동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기존의 입장과 논리를 서로 설명하고 확인하는 대화가 길어졌다"며 "결론적으로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내일부터 양당 원내수석들 간에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황을 보고 추가로 여야 회동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주인 6월10일 11개 상임위를 구성한 후 일주일이 지났다. 추가로 진전이 없는 데 대해 저희도 답답하다"며 "최대한 양자 간 입장을 이야기하며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논의하겠다"고 했다.

여야는 협상 지연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렸다. 회동에서 박 원내대표는 "합의되면 모양새가 제일 좋겠지만 한 달 넘게 안 된 합의가 급박하게 갑자기 뚝딱 될 가능성이 얼마나 있겠냐"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법정 시한이 열흘이나 지났는데 합의할 때까지 원 구성을 늦추자는 것은 국회가 일을 하지 말자거나 법을 무시하자는 말"이라며 "이제 와서 법사위를 내달라거나 11개 상임위를 새로 구성하자는 것은 시간을 좀 더 끌겠다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선이 안 되면 차선이라도 택해야 할 때"라며 "우 의장께서 내일이라도 본회의를 당장 열어주시고 국회의원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시라"고 요청했다.

추 원내대표는 "협상의 기본은 서로 얻을 건 얻고 양보할 건 하면서 맞춰 나가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진정한 협상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관례대로 1당인 민주당의 의장 맡았으니 2당이 법사위원장, 여당이 운영위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타협 안 되니 막판엔 민주당이 법사위 양보하면 운영위 과방위 포기하겠다 했다. 1:1 대국민 토론도 제안한 적 있다"면서 "과연 민주당은 하나라도 양보한 거 있냐"고 되물었다.

추 원내대표는 "마음대로 정한 상임위를 일방적으로 개회하고 거기 응하지 않으면 18개 다 가져가겠다는 으름장밖에 없었다"며 "이건 협상이 아닌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에서 아무런 제안이 없다면 협상의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국회의장도 협상다운 협상을 위해 리더십을 발휘해 주시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논리를 사실상 대변하면서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의사일정을 정하고 중재도 하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이 의장 주재 회동에 참여하는 건 의미 없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2대 국회 원 구성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우 의장은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회동에 앞서 우 의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오래 기다릴 수는 없다"며 여야의 조속한 협상을 촉구했다. 그는 "6월 임시국회를 국회법에 따라 운영하려면 남은 시간이 제한적"이라며 "국회법에 명시된 대로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질의를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질의가 다음 주에 예정된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이번 주를 협상의 데드라인으로 제시하며 국민의힘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 의장은 "상임위원장 배분은 민주당 11개, 국민의힘 7개가 합당하다"며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독식 움직임에도 제동을 걸었다. 그는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맡는 것은 지난 총선 국민의힘을 지지한 국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의석수에 따른 상임위원장 배분이 원칙에 부합하고 무엇보다 국민은 여야가 함께 국회를 운영하는 모습을 바람직하게 여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원점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그건 여야 간 협상해야 하는 문제"라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상임위원장 배분을 11대 7이라 언급하면서 '나머지 7개'라고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우 의장이 국민의힘 내에서 '7개 상임위라도 가져오자'는 의견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내일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끝나면 결론이 드러날 것"이라고 봤다.

양당 반응은 엇갈린다. 한 민주당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국회를 계속 보이콧한다면 남은 상임위원장을 모두 다 가져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 한 국민의힘 재선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이 꽃놀이패를 쥔 상황"이라고 봤다. 그는 "당이 협상 전략이 없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하다. 국정 운영의 책임은 결국 여당에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14~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0.4%) 결과 민주당의 18개 상임위 독식에 대해 '좋게 본다'는 응답자는 37%, '좋지 않게 본다'는 응답자가 49%로 집계됐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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