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탈북공학도 박충권 "민주, 국회를 최고인민회의로 만들어"


청년, 탈북자, 공학도…"정체성은 '미래', 과학계 미래 열겠다"
"北이 도발할 의지 꺾어버리는 게 진정한 안보"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22대 국회 개원 후 더불어민주당의 상임위 배분과 관련해 우리 의회를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최고인민회의 정도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탈북공학도 출신으로 지난 2009년 4월 10일 두만강을 건너 탈북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청년, 탈북민 공학도.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38)은 본인 정체성의 공통 분모를 '미래'라고 했다. 박 의원은 북한에서 국방종합대(현 김정은국방종합대)에서 화학재료공학을 공부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미사일 관련 연구에 참여했던 그야말로 엘리트다. 북한 정권의 부조리와 부패, 당국이 주민들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깨달으면서 2009년 4월 10일 '걸리면 즉시 자결한다'는 생각으로 칼 한 자루를 쥐고 두만강을 탈북했다.

새로운 땅에서 열린 인생 2막, 대한민국은 그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서울대학교 석·박사 과정을 수료한 후 현대제철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했고, 지난해 11월 국민의힘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 그는 정치 입성에 고민도 컸지만 "한국에서 제도적 혜택을 입고 성장했기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박 의원은 탈북한지 딱 15년이 되던 날인 지난 4월 10일 22대 국회 국민의힘 비례대표 2번으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박 의원은 지난 12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인 이공계를 이끄는 게 본인의 정치적 소명"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오물풍선 살포 등 최근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을 두고는 "진정한 안보는 적이 감히 도발할 수 없도록, 싸울 의지를 가질 수 없는 상태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과거를 돌아보더라도 결국에 북한이 우리를 위협할 때마다 도발할 의지를 꺾어버리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했다. 또 22대 국회 개원 후 민주당의 상임위 배분을 두고는 "민주당이 북한의 공산당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라며 "민주당은 우리 의회를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최고인민회의 정도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래는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지난 12일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탈북공학도라는 독특한 타이틀을 갖고 있다. 북한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는데 탈북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나.

대학 졸업 당시 북한 정권의 실상을 깨닫게 되면서다. 조선노동당이 돈으로 부패한 것을 확인했다. 대학 입학 당시에도 학생의 적성과 관계없이 정부가 전공을 배정했다. 북한은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묻는 사회가 아니라 무엇이 되라고 강요하는 그런 사회였다. 부조리와 악을 확인했음에도 내부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탈북을 결심하게 됐다.

-북한 정권의 실상을 깨닫게 된 사건이 있었나.

대학교 3학년 때 학생 간부를 하면서 북한 정권이 주민들을 통제하는 시스템의 원리를 알게 됐다. 보위부(공안기관) 담당자가 간부 1개월 차에 면담을 하자고 불렀다. 관리 중인 중대 인원이 80명 정도 됐을 때다. 한 사람씩 어떤 사람인가 묻더라. 사람들의 내밀한 생각까지도 다 들여다보고 통제하고 관리했다.

친했던 두 친구가 야외 훈련을 나갔을 당시에 술에 피를 타서 의형제를 맺었다는 사실을 보위부가 알고 있었다. 따로 의형제를 맺는 이유가 뭐냐,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 80명 중에 최소 8명이 스파이였다는 걸 알게 됐다. 전혀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순수하고 착하다고 생각한 동료들이었다. 학생 간부가 10여명이기 때문에 10~20% 이상은 보위부와 협력하고 있던 셈이다.

-탈북 과정은 어땠나.

날짜와 시간을 정확히 기억한다. 2009년 4월 10일 새벽 1시 두만강을 건너 13일 아침에 인천항으로 들어왔다. 탈북하다 잡혔을 경우 가족들까지 모두 다 피해를 볼 수 있어서 안전하면서도 빨리 갈 수 있는 루트로 가야 했다. 잡히면 자결한다는 생각으로 칼 하나를 쥐고 강을 건넜다. 탈북을 결심한 후 브로커를 찾고 탈북 루트를 정하는 데만 1년 8개월이 걸렸다.

-탈북 후 한국 정착기가 궁금하다.

탈북 후 1년 뒤인 2010년 9월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했다. 북한 체제를 변화시키고 싶었기에 한국에 와서 북한 사회와 통일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경영학 전공 변경을 위해 수능을 준비 중이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은사님인 지도 교수님과 인연이 됐다. 전공을 그대로 살리는 게 좋다고 하시더라. MB 정부의 이공계 지원 정책으로 대학원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었다. 당시에 공부하느라 아르바이트를 못해 돈이 없었는데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140만 원가량 월급을 받으면서 대학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박 의원은 22대 국회에서 탈북자 인권 문제를 비롯해 이공계 육성에 힘을 쓸 예정이다. /배정한 기자

-정치권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작년 11월 중순쯤 당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 한국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과 제도적 혜택을 입고 성장했기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다. 무연고인 저를 한국이 따뜻하게 맞아줘서 현재의 제가 있을 수 있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우리나라의 안보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사회주의화 돼가는 이 상황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었다.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겠다. 22대 국회에서 탈북자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준비 중인 법안이 있다면.

2019년 문재인 정부 당시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 대해 조사를 촉구하는 법안을 낼 계획이다. 탈북민들은 우리 헌법상에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규정돼 있다. 위헌적이고 반인권적인 행위로, 우리나라에서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행위다. 철저히 조사해 책임자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을 생각이다.

제3국 출생 자녀들의 지원도 중요하다. 북한에서 출생한 이들만 북한 이탈 주민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인신매매로 팔려갔다가 제3국에서 자녀를 얻어서 들어온 이들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상태다. 정체성에 큰 혼란을 겪는 데다 교육 지원도 못 받고 있다. 이외에도 무연고자 탈북민 사망자들의 장례를 지원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최근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 의도를 묻자 관심 끌기와 국내 사회 혼란 조성이다. 웬만한 미사일 도발로는 우리 국민과 세계가 관심을 가져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그들의 의도에 놀아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정한 기자

-최근 계속되는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도발의 의도가 무엇이라 보나.

관심 끌기와 국내 사회 혼란 조성이다. 웬만한 미사일 도발로는 우리 국민과 세계가 관심을 가져주지 않기 때문이다. 한 국가가 행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도발 카드를 꺼내든 거다. 과거 연평해전 도발, 천안함 피격 도발 모두 우리 국민이 북한 도발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 때 일어났던 일들이다. 주기적으로 계획한 도발 전략으로, 우리 사회의 혼란을 조성해 갈등을 유발하고자 하는 것인데, 우리가 그들의 의도에 놀아나지 말아야 한다. 최근에는 또 북한 3대 해킹조직인 안다리엘의 공격이 있지 않았나. 북한 정권은 도발의 형태만 다를뿐, 24시간 우리나라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오물풍선 살포 대응의 일환인 정부의 대북 확성기 재개로 인한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접경 지역 주민들의 불안에 깊이 공감한다. 하지만 대북 확성기는 우리가 가진 강력한 심리전술 중에 하나다. 우리가 북한을 컨트롤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자, 북한 정권의 아킬레스건으로도 볼 수 있다. 과거를 돌아보더라도 결국에 북한이 우리를 위협할 때마다 도발할 의지를 꺾어버리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북한의 도발을 원천 차단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싸워서 이기는 게 중요하지만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더 유능한 안보"라고 주장했다.

불법 대북송금 관련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판결에 이 대표가 연루돼 있다고 본다. 싸워서 이기지 않기 위해 김정은 정권에게 불법 대북 송금으로 군자금을 상납했는지 묻고 싶다. 이 대표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군 통수권자가 됐을 때 과연 올바른 남북관계 정책과 안보 정책을 실현할 수 있을까. 진정한 안보는 적이 감히 도발할 수 없도록, 싸울 의지를 가질 수 없는 상태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 대표가 자유민주주의 체제, 민주정당의 대표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여당 내에서 상임위 7개라도 챙겨야 한다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데.

민주당이 주는 7개 상임위를 받았을 때 정상 운영이 될까. 민주당이 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가. 개딸(개혁의딸)이 주도하는 팬덤 정치, 숫자로 밀어붙이는 정치다. 끝내 민주당은 국정 운영을 방해할 것이다. 민주당이 북한의 공산당과 무슨 차이가 있나. 민주당은 우리 의회를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최고인민회의 정도로 만들고 있다. 민주당을 저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대통령 재의요구권이라고 본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박 의원은 본인의 정치적 소명을 대한민국 미래를 대비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배정한 기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희망하고 있다. 민주당 강경파로 꼽히는 최민희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방송 3법 통과로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뿐이다. 전 세계가 과학기술 패권 경쟁을 통해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하는데 방송 지배 구조, 공영방송 이사진 개편 이슈에만 집중하는 건 정말 개탄스러운 현실이다. 이공계 인재 양성 사업, RND 기술 지원 사업, 우주 항공청 사업 등은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아주 중요한 사업들이다. 최 위원장께서 이를 좀 인지하고 정신 차려야 한다.

-내달 전당대회가 열린다.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 보나.

집권 여당으로서 쇄신하느냐, 이대로 무력하게 주저앉느냐의 기로에 선 상황이다. 전당대회 흥행보다는 당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우리 보수를 확장하고 당을 단합시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당대표가 필요하다. 대담하게 싸우고 한마음으로 이겨내는 그런 장이 되는 전당대회가 되기를 바란다.

- 22대 국회에서 정치인으로서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청년 공학도이자 탈북민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 이 정체성의 공통 분모는 미래다. 제게 주어진 정치적 소명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대비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과학기술은 우리의 미래다.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이공계지원 특별법안를 발의한 이유다. 이공계인들이 자부심으로 살아갈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고 싶다. 미래 세대가 희망을 회복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에너지를 쏟겠다. 대한민국 번영과 평화에 최선을 다해 기여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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