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끝낸 北, '천리마 정신'으로 '식량 배급제 한계' 극복?


수확기 전 '새시대 천리마 정신' 강조
"흐뭇한 작황"...지난해 대대적 선전
UN 보고서 "北 주민, 식량 접근 저하"

최근 모내기를 끝낸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새시대 천리마 정신을 강조하며 다수확을 강조했지만 배급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뉴시스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최근 모내기를 마무리한 북한이 '새시대 천리마 정신'을 강조하며 농업 부문 다수확을 주문했다. 북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대대적인 풍작을 선전할 전망이다. 다만 '배급제의 한계'에 직면한 북한으로서는 전체 작물의 양이 늘어났다 하더라도, 북한 주민의 체감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식량과 관련된 세부 정보를 국제 사회에 철저히 공개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모내기를 순수 자체의 힘으로 끝낸 것도 성과지만 농업근로자들의 생산 의욕이 눈에 띄게 고조된 것이 보다 큰 성과"라고 지난 13일 소개했다. 그러면서 '새시대 천리마 정신'이 용기와 자신감을 늘려 농업 성과를 이뤘다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은 대부분 지역에서 모내기를 마무리했다며 평안남도, 평안북도 등 각 행정구역에서 예정대로 5월을 넘기지 않았다고 전한 바 있다.

새시대 천리마 정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처음 언급한 북한의 대중운동 구호다. 1950년대 후반 김일성 주석 시대의 대표적인 대중운동인 '천리마 운동'을 계승해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확산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천리마 운동이 과거 6·25 전쟁 이후 국가 재건이라는 명분으로 주민들을 총동원했던 점을 미뤄보면, 북한이 다가오는 수확기에 이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북한의 최근 5년간 식량작물 생산량은 매년 평균 461만톤으로 파악됐다. 가장 생산량이 좋았던 지난해에는 482만톤을 기록했지만, 통상 북한의 연간 곡물 수요량인 550만톤에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지난해 수확기 당시 "예년에 보기 드문 흐뭇한 작황이 펼쳐졌다"며 "최근 볼 수 없었던 높은 수확고를 내다보고 있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들여다본 북한의 실상은 이와 크게 달랐다.

지난 3월 7일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UN)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최근 몇 년간 인권상황이 악화하고 있고, 식량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하다"고 지적돼 있다.

지난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북한 내 상황에 대한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사무총장 보고서에는 "본 보고서가 다루는 기간에 북한 고위 지도층은 적어도 네 차례 식량 위기와 농업 문제를 논의했다"며 "이는 식량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자국 식량과 관련된 정보를 수년간 비공개한 배경에는 배급제의 실체를 숨기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뉴시스

또 "식량, 비료, 농업기기 및 인도적 지원 물자의 국내 반입과 유통은 2020년 1월 말을 기점으로 상당히 제한됐다"며 "이는 식량 생산 및 국민의 식량 접근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결국 북한의 주장대로 식량 작황의 총량은 증가했다 하더라도 북한 주민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몫까지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초 이와 같은 배급제의 한계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지난 1월 김 위원장은 "지방 인민들에게 기초식품과 초보적 생필품조차 원만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건 당과 정부에 있어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심각한 정치적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전반적인 지방경제가 초보적 조건도 갖추지 못한 매우 한심한 상태"라고도 했다.

북한이 자국 식량과 관련된 정보를 철저히 숨기는 이유도 이같은 실체를 은폐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식량계획(WFP)의 '식량위기글로벌보고서(GRFC) 2024'는 "그간 북한이 모든 식량위기글로벌보고서에 포함됐지만 지난 7년간 심각한 식량 상황과 관련해 정보가 부족했다"며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북한은 2023년 식량 생산 목표를 103% 달성했다고 한다"면서도 "공공 배급 시스템, 식량 가격, 비료, 개량종자, 농업 장비와 관련해 검증된 자료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올해 북한의 모내기를 보통 수준으로 평가하면서도 북한 주민 개개인에 대한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단 올해 북한 모내기는 예년 수준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기존에 밝혔던 대로 지난해 북한의 식량 작황은 양호한 기상 여건, 비료 수입 증가 등으로 예년보다 개선됐다"고 답했다. 이어 "다만 북한 주민이 체감하는 식량 상황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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