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중앙아시아 3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카슴-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핵심광물 공급망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카자흐스탄의 핵심 광물을 탐사부터 개발, 상용화까지 우리 기업이 우선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동 전쟁, 미중 갈등으로 핵심 광물 공급망 불안정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공급망 길을 모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국은 이날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먼저 양측은 핵심광물 분야에서 포괄적 협력과 공급망 구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핵심 광물 개발 협력을 위한 3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양국은 카자흐스탄의 풍부한 광물자원과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을 결합해 핵심광물 공급망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파트너쉽 MOU'는 양국이 카자흐스탄 주요 광물의 공동탐사부터 개발, 정·제련, 가공까지 전 주기에 걸쳐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대상 광물로는 2차전지의 주재료인 리튬을 비롯해 크롬, 망간, 희토류, 코발트, 텅스텐, 구리 등이 포함됐다. 카자흐스탄은 전 세계 우라늄의 43%, 크롬 15%, 티타늄 15%를 공급하고 있는 광물 부국이다. 양국은 경제성이 확인되는 광물에 대해 우리 기업들의 우선적인 개발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카자흐스탄이 보유한 광물 자원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카자흐스탄은 채굴·제련 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는 호혜적 협력 모델을 마련한 것이다.
'리튬 광산 탐사, 개발 협력 MOU'와 관련해 카자흐스탄 정부는 내년 시추조사를 통해 매장량을 확인하고 경제성 평가를 거쳐 2026년부터 리튬 개발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양국 정부 및 연구기관이 탐사를 거쳐 경제성을 판단한 후 민간 기업이 리튬 생산, 정·제련에 필요한 플랜트 건설에 참여하는 구조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배터리 핵심소재인 리튬 공급망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가시적인 협력 성과를 내기 위해 양국은 '한-카자흐스탄 핵심광물 공급망 대화'를 개설해 긴밀히 논의하기로 했다. 광물 공급망을 다각화해 광물을 미래 산업에 필요한 자원을 안정적으로 수급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측은 카자흐스탄 산(産) 우라늄을 우리나라에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한편, 향후 공급량 증대 가능성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관련, 카자흐스탄 국영원자력회사(KazAtomProm)가 천연 우라늄 공급을 위해 우리 정부의 공개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 외에 양 정상은 에너지·인프라 사업 협력 확대에도 공감했다. 이번 정상회담 계기에 기존의 '알마티 순환도로'와 '쉼켄트 복합화력발전소'와 같은 새로운 인프라 사업 수주 계약은 없었다. 다만 양국은 전력산업 협력 관련 2건의 MOU를 맺어 카자흐스탄 화력발전소 현대화 기술을 제공하는 한편, 우리 기업의 현지 전략 분야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전대금융 협력 MOU', '금융 지원 협력 MOU'를 맺고 현지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의 수출판로 개척, 수주 활동을 정책금융으로 뒷받침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가스 처리 플랜트와 같이 카자흐스탄이 추진하는 주요 국책 사업에 우리 기업들이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도록 토카예프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을 부탁드렸다"고 밝혔다.
양국 간 인적 교류도 확대될 전망이다. 코로나로 2020년부터 중단했던 양국 수도(인천~이스타나) 간 직항 노선을 재개하고,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양국 간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현 정부의 중앙아시아 특화 지역 전략인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에 대한 카자흐스탄의 지지도 확인했다.
한편 이날 개최된 한-카자흐스탄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양국의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양국의 기업·기관 간 총 24건의 협력 문서가 체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