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무노동·무임금 원칙, 이번에는 실현될까


매 국회 때마다 흐지부지…회의 무단 불참 제재 없어
국회 파행·의정활동 불능 시 세비 삭감·환수 필요성

22대 국회 초반부터 여야 간 대립 정치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사진은 지난 5일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을 선출하는 본회의에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모습. 국민의힘은 합의되지 않은 의사일정이라며 불참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22대 국회에서 국회의원의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적용될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국회법을 지키고 산적한 민생 현안을 마련하기 위해 조속히 상임위를 가동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속전속결로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했다. 국회의장단을 선출한 뒤 3일 이내 상임위원장을 뽑도록 규정하는 국회법을 준수하는 한편, 난항을 겪는 원 구성 협상이 장기화하면 그만큼 국회 파행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깔렸다. 22대 국회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하루빨리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국회 때마다 핵심 상임위원장을 차지하기 위한 여야 간 밥그릇 싸움으로 국회는 공전을 거듭했다. 원내교섭단체 협상으로 원 구성을 정했던 13대 국회도 진통을 겪었고, 원 구성 기한을 법 개정으로 신설했던 14대 국회 이후에도 '지각 국회'를 면한 적이 없다. 직전 21대 국회만 보더라도 원 구성까지 전반기 47일, 후반기 53일이나 걸렸다. 13대 국회부터 지난 국회까지 원 구성에는 평균 42.3일이 소요됐다. 그런데도 꼬박꼬박 세비가 지출됐다.

이번 국회는 조금 양상이 다르다. 여당이 불참한 반쪽짜리 일지라도 위원장이 선출된 11개 상임위가 가동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협상하지 않는다면 오는 13일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도 선출한다는 계획이다. 야당의 의회 폭거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여당이 향후 본회의나 상임위 회의에 참석할지 미지수다. 이미 여야 간 대립과 대결의 정치에 불이 붙었고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터라 앞으로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지도 불투명하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보좌직원 및 의원수당법, 국회법 개정안으로 구성된 '일하는 국회법'을 대표 발의했다. 합의되지 않은 의사 일정이라며 본회의를 보이콧한 여당을 정조준한 법안에 가깝지만, 의원수당법안에는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담겼다. 국회의원이 청가, 장관직 수행, 당대표 직무수행 등의 정당한 사유 없이 회의에 불출석할 경우 국회의원 세비(올해 국회의원 월 세비는 1307만 원)를 불참일수 1일당 10%씩 삭감하도록 했다.

국회의원이 청가서나 결석계를 제출하지 않고 무단으로 회의(본회의·상임위)에 불참한 사례는 적지 않다. 참여연대가 지난 3월 발표한 '21대 국회 본회의 출석부'(2020년 5월 30일~올해 2월 29일)에 따르면, 이 기간 전·현직 국회의원 총 323명의 평균 무단결석률은 4.6%였다. 본회의의 경우 본회의장에 들르기만 해도 출석으로 인정되는데 이마저도 안 한 것이다. 의원이 회의에 무단결석하더라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다. 3만 원 정도의 활동비를 못 받을 뿐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활동가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개혁 입법과제 전달 기자회견에서 22대 국회에 실질적 개혁과제 입법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더욱 황당한 점은 구속 등에 따른 의정활동이 불가능할 때도 세비가 지급된다는 점이다. 국회법상 형사재판이나 공직선거법 위반의 경우 의원직 상실의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의원의 신분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지난 국회에선 이상직, 정정순, 정찬민, 윤관석 전 의원이 구속된 상태에서도 세비를 받았다. 이미 2000년대서부터 국회 차원에서 의원이 구속돼 아무 일도 하지 못하면 세비 지급을 중단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늘 흐지부지 폐기됐다.

이번 국회에서도 세비와 관련한 법안의 발의됐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의원 또는 의원이었던 사람에 대해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재판이 확정된 날까지 지급된 수당 등을 환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회의원의 보좌직원과 수당 등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된 상태다. 의원이 재직 중 형사재판을 받아 유죄가 확정되면 도덕성에 흠결이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재판받는 동안 지급된 수당 등을 환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대표발의한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의 설명이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두고 여야 간 이견이 없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은 국회법이 정한 회의 일정에 불참한 의원에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의원이 금고 이상 선고를 받을 때 형사재판 기간의 세비를 반납하는 것을 공약했다. 이번 국회에서 여야가 논의해 구체적인 안을 낸다면 국회의 변화에 대한 긍정 평가가 예상된다. 여야 간 소모적인 정쟁으로 인한 개원 지연과 국회 공전을 방지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과제다.

서휘원 경실련 정치입법팀 팀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국회사무처에서 규정을 바꾸는 식의 세비 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국회법을 보면 회의 출석 의무가 없기 때문에 세비를 삭감보다는 회의 출석률과 연계한다면 무단 불참 등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세비 문제와 국회 정상화 요구는 늘 있었던 일이지만 현실화하지 못했다"며 "이번 국회에서도 (개선이) 안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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