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출범 3년차에 접어든 가운데,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 정책자문단 출신 중 절반이 현 정부의 정부 기관 등에서 직을 맡았거나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21년 8월 10일 윤석열 대선 캠프인 '국민캠프'는 분야별 정책자문단 42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들 중 핵심 인물은 정책자문단에서 총괄 관사를 맡았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다. 윤 대통령은 그를 후보 시절 '1호 인사'로 공식 영입했고, 당선 직후 특별고문으로 임명하며 신뢰를 보였다. 정부 출범 이후 초대 경제부총리 후보군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6개월간 직을 맡지 않다가 지난해 1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했다. 임명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 관치금융 논란 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회장은 30여 년간 예산·재정 당국에서 나라살림을 맡아온 '경제통'이다. 윤 대통령의 대학 1년 선배로 오랜 친분을 바탕으로 조력자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정책 분과 간사로 활동하며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밑그림을 그렸던 김소영 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출범 직후 차관급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돼 현 정부의 금융 정책을 이끌고 있다. 가계 부채 관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등 리스크 대응과 함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해 금융시장 안정 기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외에 지난해 4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임명된 한두봉 원장도 윤 캠프 정책자문단 출신이다. 한 원장은 대선 캠프에서 농어업 정책 수립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운중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와 이상규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자산관리공사 비상임이사로 활동 중이다.
외교·안보·통일정책 분과 전문가 출신 18명 중에서는 9명이 현 정부에서 직을 맡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용현 대통령실 경호처장이다. 2021년 8월 대선 캠프에 합류했고 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국방정책분과위원장을 맡아 국방 관련 정책을 설계하는 일을 맡은 후 정부 출범 직후부터 경호처장으로 윤 대통령 옆을 지키고 있다. 윤 대통령과는 충암고 1년 선후배 사이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 처장은 해병대 수사단이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결과를 경찰로 이첩한 직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도 캠프 정책자문단 출신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김 1차관은 2021년 8월 윤석열 캠프 외교통일안보 자문단에 합류했고, 윤 정부 출범 후 주독일대사에 임명됐다가 외교부 1차관으로 승진했다. 현 정부의 이도훈 주러시아 특명전권대사, 이상덕 주인도네시아대사, 홍규덕 주헝가리대사, 박철희 외교부 국립외교원장, 김천식 통일연구원장도 정책자문단으로 일찌감치 캠프에 합류한 인물들이다.
사퇴 후 민간 기업에 영입된 경우도 있다.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제2차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직에 올랐지만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해 3월 돌연 사퇴했다. 1년 후인 지난 3월 HD한국조선해양 사외이사(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또 다른 캠프 안보 자문가 출신인 우정엽 전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 연구위원은 중장기 외교정책과 전략을 수립하는 국장급 직위인 외교전략기획관에 임명됐다가 물러났고 지난 2월 현대자동차그룹 전무로 자리를 옮겨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캠프에서 사회정책 분과 간사, 20대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사회복지문화분과 인수위원을 맡았던 안상훈 전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 초대 사회수석을 거쳐 22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했다. 안 의원은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지내며 지속 가능한 한국형 복지국가 정책 틀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 현 정부의 연금개혁과 복지 정책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외에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총장, 황옥경 육아정책연구소 소장도 국민캠프 정책자문단으로 활동한 바 있다.
교육정책 분과에서 활동했던 나승일 전 교육부 차관, 김희규 신라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박영근 중부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 교수, 오세목 전 중동고등학교 교장, 이승 대림대학교 자동화시스템과 교수, 장현진 서울교육대학교 생활과학교육과 교수 등 6명은 현 정부에서 특정 직을 맡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책자문단 가운데 각종 논란을 안고 불명예 퇴진한 인물도 있다.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다. 육군사관학교 40기 출신인 그는 합동참모본부 차장을 마지막으로 전역했다. 이후 국민캠프에 합류했고, '중장 출신'으로 현 정부 첫 국방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당시에도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있었다. 장관 시절 육군사관학교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를 꺼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채상병 사망 사고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끝내 지난해 10월 국방부 장관에서 물러났다. 채 상병 사망 사고 수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이었지만 윤 대통령이 그를 주호주대사에 임명하면서 다시 한번 언론 재조명을 받았고 여권에서도 압박하면서 임명 25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캠프의 사회정책 분과에서 활동했던 김영미 전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해 2월 장관급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 올랐지만 임명 1년 만에 교체됐다.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하고 교체되면서 경질성 인사라는 평가가 안팎에서 나왔다. 신인호 전 육군교육사령부 전투발전부장은 윤석열 정부 초대 국가안보실 2차장에 임명됐으나 일신상의 이유로 2개월 만에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