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헌·당규 개정 돌입...'이재명 일극체제' 우려도


25조 '당권·대권 분리'에 예외 조항 생기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임기가 두달 남짓 남은 가운데 이 대표의 연임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왼쪽부터)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규탄 및 해병대원 특검법 관철을 위한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연임이 거의 확실시되는 가운데 3일 본격적인 당헌·당규 개정 작업에 돌입했다. 이 대표에 대한 지지가 높은 권리당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한편 대선 출마와 관련한 당대표 임기 제한 규정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사실상 이 대표 연임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개정 대상 규정이 당내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십수 년에 걸쳐 만들어온 규정이란 점에서 일각에서는 당내 민주주의 후퇴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당헌 제25조는 당대표 및 최고위원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고자 할 때 대통령선거일 전 1년까지 사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신설된 조항으로 당권과 대권을 분리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당권과 대권이 일체화하면 당이 1인 지배 체제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경선 직전까지 총재직을 유지하자 경선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민주당 당무위원회는 현행 25조에 '상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당대표 사퇴 시점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붙이는 내용의 개정안을 조만한 의결할 예정이다. 당 주류인 친명계 강경파를 중심으로 이 대표 연임론이 커지고 있는데, 이 대표가 연임할 경우 대선에 출마하려면 1년 전인 2026년 3월까지 당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 친명계는 같은 해 6월 지방선거를 당대표 없이 치를 수는 없기 때문에 당헌·당규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헌 제80조에 대해서는 폐지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부정부패 범죄에 연루돼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자동으로 정지하는 규정으로, 2015년 문재인 당시 대표가 추진한 혁신 성과 중 하나다. 민주당은 지난 2022년 이 대표가 출마하는 전당대회에 앞서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대장동 의혹으로 기소된 이 대표는 이 조항에 따라 전당대회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다선의원 및 당 원로들은 제25조 개정 움직임에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한 다선의원은 통화에서 "이낙연 전 대표도 이 규정에 따라 지난 대선 경선 1년 전에 사퇴했다"면서 "2026년 3월에 사퇴해서 같은 해 6월에 치르는 지방선거에 차질이 우려된다면 3월 이전에 사퇴하면 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당권·대권 분리를 위한 규정은 민주당만이 아니라 국민의힘에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 원로는 통화에서 "최소한의 공정성에 대한 명분은 지켜야 한다"면서 "절대 개정해선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 경선 직전까지 총재로 있으면서 경선 공정성에 대한 비판이 생기자 오랜 논의 끝에 만들어진 규정"이라며 "당대표는 경선 룰을 정하고 경선 일정, 조직 임명, 공천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 1년 전에는 사퇴해 공정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규탄 및 해병대원 특검법 관철을 위한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한 지지자에게 손등 키스를 받고 있다. /배정한 기자

민주당 지도부가 친명계라는 점에서 현재 논의되는 당헌·당규 개정안은 그대로 수용될 가능성이 크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BBS <아침저널>에서 "저는 이재명 대표가 당대표로서 연임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한 사람"이라며 "대선 과정에서 1년 전에 사퇴를 해야 되는데 1년 전에 사퇴했을 경우에 총선이나 지방선거가 있을 경우에, 큰 흐름에 있어서의 이런 선거가 있을 경우에 그러면 당대표가 사퇴하는 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예를 들면 1년 전이면 (2026년) 3월에 사퇴를 해야 되고 6월에 지방선거를 해야 되는 것"이라며 "2026년에 당대표가 사퇴를 하고 거기에서 다시 당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 지방선거를 준비를 해야 되느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랬을 경우에 규정을 새롭게 보고 좀 더 폭넓게 생각해서 선거를 승리하기 위한 차원에서 어떻게 해야 되느냐. 그 차원에서의 지금 당헌·당규 개정도 하나의 논의가 되는 자리"라며 "그것은 크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당원권 강화 방안으로 국회의장 후보와 원내대표 선출에서 당원투표 20% 반영하는 내용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5선 의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오찬에서는 당원권 강화에 대해서만 논의했고 당헌 제25조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5선 의원들은 당원권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규백 의원은 "인공지능(AI)이나 챗GPT를 보면 시대에 맞게 당원들의 요구에 대한 변화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다"면서도 "원내대표와 의장 선거와 관련해선 주권에 대한 의식 참여도 중요한 포인트고 흐름이 있어야 하는 건 맞지만, 제도의 도입상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의견을 듣고 결정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윤호중 의원도 당원권 강화 방안에 대해 "대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얘기하고 또 당내의 여러 의견을 모아서 결정해야 될 사안이라는 얘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선 경선 1년 전 당대표를 사퇴해야 한다는 당헌 제25조와 관련해서도 "오해가 좀 있는 것 같다"며 "갑작스러운 사태에 대한 개정 사항인데, 1년 전 사퇴(규정)는 개정하는 게 아니다. 그대로 있다"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날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 구성과 관련해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와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 설치·구성에 관한 기존 당무위원회에서 최고위원회에 위임하기로 했다. 전준위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마련해 최고위에 보고하는 기구다. 민주당 당규 제108조에 따르면 전당대회 재적 대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당헌 개정이 가능하다. 앞서 당헌 80조 개정 당시 중앙위에서 곧바로 당헌을 개정했다는 점에서 전당대회 이전에 당헌·당규 개정 작업이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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