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해병대원 특검법)을 1호 당론으로 재발의한 데 이어 1일 대규모 장외집회로 윤석열 대통령과 여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속속 재발의하면서 대여 강경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이 '김건희 종합 특검법'도 발의한 가운데 조국혁신당은 '한동훈 특검법'을 1호 당론으로 발의하면서 제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본격적인 특검 정국이 펼쳐질 전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2일 통화에서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이 윤석열 정권 심판인 이상 특검 정국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지난번만큼 쉽게 거부권을 행사하진 못할 것"이라며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압박을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법'을 당론으로 추진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는 채상병 특검법에 집중할 것"이라며 혁신당의 한동훈 특검법에 대해서는 "혁신당이 알아서 하겠지만 우리 당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장외투쟁에 나서며 공세 수위를 올렸다. 1일 서울역 앞에서 '윤석열 정권 규탄 및 해병대원 특검법 관철을 위한 범국민대회'를 열고 거부권 행사를 규탄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연설에서 "(국민이) 투표로 (윤 대통령을) 심판했음에도 승복하지 못하면 이제 국민의 힘으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그는 "이제 국회에서, 제도 내에서 싸우기는 힘들다. 안에서 밖에서 함께 싸우겠다"며 "왜 국회에서 일하지 않고 길바닥으로 나오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국회에서 일하려고 해도 모든 것을 대통령이 거부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되, 국민 여러분과 함께 길거리에서 밤낮없이 쉬지 않고 싸우겠다"며 장외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첫날인 지난달 30일 채상병 특검법을 22대 국회 첫 당론으로 발의했다. 이번에 발의한 채상병 특검법은 앞서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안을 강화한 것이다. 먼저 특검 수사 범위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수사 외압 의혹을 추가했다. 특검 추천권은 조국혁신당을 포함한 비교섭단체에 나눴다. 대통령이 특검 후보를 추천받은 지 3일 이내에 임명하지 않으면 후보 중 연장자가 자동으로 임명되도록 했다.
나아가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통화 사실이 알려진 만큼 윤 대통령도 수사선상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시에 윤 대통령이 재차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대통령이 일종의 피의자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본인의 비위를 가리거나 수사를 모면하기 위해 거부권을 계속 행사한다고 하면 이는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지도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2일 통화에서 "탄핵은 야당이 아닌 국민이 주도하는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당론 발의는 아니지만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김건희 종합 특검법'도 지난달 31일 발의한 상태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특검 도입이 무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외에 △명품 가방 수수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대통령 공관 리모델링·인테리어 공사 특혜 △민간인의 대통령 부부 해외 순방 동행 △허위경력 기재를 통한 사기 △뇌물성 전시회 후원 등 7가지 의혹을 대상으로 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반윤검사' 출신인 이성윤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해 17명이 공동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의원은 법안 제출 후 국회에서 "검찰정권하에서 살아있는 권력 수사는 어렵다. 특검밖에 답이 없다"면서 특검 필요 이유를 설명했다.
이 의원은 "특검법엔 김 여사와 관련된 7개 의혹에 더해 공무원의 무마·은폐 등 직무 유기·직권남용·불법행위 의혹도 포함했다"고 했다. 그는 "공무원들의 관여가 없었다면 성립될 수 없는 범죄들이 있다"며 "이에 더해 지금까지 미진했던 검찰 수사 자체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국민 62%가 김건희 특검법에 찬성하는데 대통령이 거부하는 건 전형적인 내로남불이자 국민 기만"이라며 "지도부와 논의해 당론으로 추진될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민생이 먼저"라고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2일 곽규택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민주당이 발의한 해병대원·김건희 특검법과 혁신당이 발의한 한동훈 특검법에 대해 "참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곽 수석대변인은 "21대 국회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로 부결된 법안을 민주당은 더욱 강력하게 자신들 입맛에 맞추어 22대 1호 법안으로 들고나왔다"며 "이제는 초점을 대통령에 맞추고 있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공수처의 수사에 대한 결과도 필요치 않다는 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도 "항간에 떠도는 내용들을 의혹이랍시고 모두 포함하고선 수사 인력만 100여 명을 투입하자고 한다"며 "영장전담 법관과 전담 재판부까지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사뿐만 아니라 재판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국혁신당에서 발의한 1호 법안 한동훈 특검법은 더 기가 찰 노릇"이라며 "불법, 불공정의 아이콘 조국 대표의 법치 무시 정당에서 가당치도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검공화국이 된 22대 국회 어디에도 민생은 없다"며 "무자비한 특검 공세를 멈추고 타협과 상생의 정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