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용산 리스크…당정 '단일대오' 유지될까  


대통령실 "尹-이종섭 통화, 채상병 건 아냐" 반박
野 "국민 분노, 與까지 향해" 압박
2일 고위당정협의회 열고 민생 현안 논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해당 사건을 둘러싸고 새로운 사실들이 보도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 이첩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3차례 통화했다는 사실이 파악되면서 야당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2일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임명장 수여식 모습.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용산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수사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사안들에 대해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수사가 무르익을수록 당정 간 '단일대오'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정관계 재설정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대통령실은 공수처의 채상병 사건 수사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여러 사실관계들을 예의주시하며 지켜보는 기류다.

공수처는 국방부 조사본부가 해병대 수사단 결론을 뒤집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6명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는 결론을 내린 데 대해 대통령실 등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중점으로 수사 중이다. 이 과정에서 최근 윤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일 이 전 장관과 세 차례에 걸쳐 약 18분간 통화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날은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하고, 수사단장이 보직 해임 통보를 받은 날이다. 이어 윤 대통령은 6일 후에도 이 전 장관과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교롭게도 이튿날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조사를 국방부 수사단이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또 이른바 'VIP격노설'이 나온 지난해 7월 31일 이후 열흘 동안 당시 대통령실 국방비서관과 이 전 장관의 군사보좌관은 25차례 통화한 사실도 파악했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해병대 방첩부대장과 통화하면서 '대통령 격노'를 언급하는 통화 녹음파일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지난해 8월 2일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과 통화할 당시 채 상병 사건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수사 중인 사안인 만큼 공식 입장은 내지 않았지만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최소한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 내에선 "국방부 국가안보실 또는 대통령 비서실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명쾌하게 명확하게 해명을 하고 끌고 왔다면 이렇게까지 논란이 되지 않을 사안(지난달 31일,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라며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공수처 수사 상황과 여론 추이에 따라 대통령실이 이 전 장관과의 당시 통화에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에 관해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분위기도 있다.

여당은 선수사, 필요시 후특검이라는 대통령실 입장과 보조를 같이 하고 있다. 공수처의 수사 진행 상황, 차기 당대표 등장에 따라 해당 사안에 대한 당정 간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표결이 진행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야당의 공세는 윤 대통령을 넘어 여당으로 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쯤 되면 수사 책임자를 해임하고 수사 결과를 바꿔버린 열흘 동안 윤 대통령이 모든 상황을 진두지휘 했다고 보는 것이 지극히 합리적이고 상식(31일 노종면 원내대변인 논평)"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거수기 노릇은 이제 족하다. 국민의 분노가 대통령을 넘어 국민의힘으로까지 향하고 있음을 명심하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수사 대상을 늘리며 더 강력해진 '채상병 특검법'을 1호 당론 법안으로 발의하며 맹공을 예고하고 있다.

여당은 '선수사, 필요시 후특검' 입장을 재확인하며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정황이 언론을 통해 쏟아지고 여론 악화하면 여당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2대 국회에서는 8명의 이탈표만 나와도 재의결 정족수를 충족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윤 대통령과 여당 의원들은 22대 국회 개원을 맞아 가진 워크숍에서 "한 몸이 되자"며 단일대오 의지를 다졌지만, 신임 여당 대표의 등장에 따라 당정 관계가 재설정되고 용산 리스크 대응도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높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당정 관계의 1차 변곡점이 될 계기는 전당대회"라며 "한동훈 전 위원장이 된다거나 비윤계 유승민 전 의원이 대표가 되면 당과 대통령실 관계가 바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 위원장이 (차기 당대표가) 될 것 같은 상황이 되면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과 화해하는 쪽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당정 간 '공동운명체' 기류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대통령실과 국민의힘과 정부는 다음 달 2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책과 군 안전사고의 재발 방지 대책, 의료개혁 추진계획, 물가안정 등을 논의한다. 민감한 정치 현안에서 물러나 민생 현안 전반을 점검하며 당정 밀착 관계를 부각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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