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역대 최악의 국회라고 평가받는 21대 국회가 문을 닫았다. 22대 국회의원 300명이 지난달 30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여야의 대치 정국은 새 국회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야권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재표결에서 부결돼 폐기된 '채 상병 특검법' 등을 재추진하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도 언급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야권의 횡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원 구성 협상도 남아 있어 여야 간 대치는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의 정황이 점점 짙어지자, 대통령실이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대놓고 드러내는 야당 의원들도 있다. 조국혁신당 등 일부 의원은 윤 대통령이 보낸 축하난(蘭)을 버린 것을 인증하고 있다. 마치 '챌린지'로 번지는 듯한 모습이다. 아직 의원실 교체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곳도 있다. 여러모로 무언가 자꾸 틀어지는 정치권이다.
◆대통령-국방부 장관 '전화 3통'...대통령실, 尹 '야단' 인정
-22대 국회에서도 '채상병 특검' 정국이 이어질 것 같은데, 최근 대통령실의 수사 개입 정황이 짙어진 모습이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8월 2일 윤 대통령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낮 12시께 각각 4분 5초, 13분 43초, 52초간 3차례에 걸쳐 직접 전화를 건 것으로 파악됐어. 윤 대통령이 전화하기에 앞서 같은 날 오전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상태였어.
-그래서 야당은 두 사람이 이와 관련한 대화를 나눴을 것이라고 추측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어.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이 첫 통화를 마친 이후 공교롭게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보직 해임을 통보한 걸로 알려졌어. 윤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 내용을 보고 받고 화를 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에도 힘이 실리고 있어.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세 차례 통화' 사실에 대해 어떤 입장이야?
-대통령실은 해당 보도가 나오고 초반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어. 그런데 지난달 31일 대통령실 고위 공직자가 MBC와의 통화에서 별도로 입장을 밝혔어. 해당 보도에 따르면 채 상병 사망 사건 혐의자로 8명을 지목한 해병대 수사단 조사에 대해 참모들이 문제 있다고 보고했고, 대통령이 바로 잡으라고 지시했다는 거야. 또 윤 대통령이 '수사권 없는 해병대 수사단이 혐의자를 많이 만들었다', '군 부대 사망사고를 경찰이 수사하도록 개정된 군사법원법에도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도 말했다고 해.
-사실상 'VIP 격노설'을 인정한 셈이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지시는 "모두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졌다"며 위법은 아니라고 일축했어. 또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의 세 차례 통화에서 채상병 사건은 논의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야.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대통령실이 이렇게 입장을 내놓은 건 사태가 커지기 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 여권 내에서도 "국방부 국가안보실 또는 대통령 비서실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명쾌하게 명확하게 해명을 하고 끌고 왔다면 이렇게까지 논란이 되지 않을 사안(지난달 31일,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어.
-이제부터는 'VIP 격노설' 여부가 아니라 '대통령 지시의 위법'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게 됐어. 위법이 아니라면 대통령실은 왜 그동안 명확한 해명 요구에 침묵했는지 의문이야. 대통령실의 뒷북 인정으로 야당 공세는 더 거세질 것 같아.
-대통령실이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리스크 관리 대응을 해야 할 것 같아. 대변인 대면 브리핑은 지난 13일 이후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어. 윤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과 만찬을 겸한 기자간담회에서 "여러분 조언과 비판도 많이 듣고 국정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한 약속을 잘 새겨주면 좋겠어.
◆尹, 4개 연이은 거부권에 야권 '황당'…탄핵 언급도 솔솔?
-윤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지 하루 만에 전세사기특별법, 민주유공자법, 한우산업지원법, 농어업회의소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어. 윤 대통령의 14번째 거부권이야. 21대 임기가 종료되면서 법안은 자동 폐기됐지. 야당의 반발이 거세. 거친 말도 나왔다면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21대 국회 임기 마지막 날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재의결 투표도 할 수 없었다"라며 "정말 비겁하고 쪼잔한 정권이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 아닌가"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지. 그는 "100번째, 200번째 거부권도 행사할 것인가. 본회의 표결에 불참하고 무조건 거부권을 건의하는 여당, 법안 통과하자마자 거부권을 건의하는 장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통령. 이게 제 정신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어. 조국혁신당도 "윤석열 정부의 독선, 오만, 아집에 국민 분노는 식을 새가 없다"라고 말했지.
-이번 거부권을 기점으로 야당에선 '탄핵'이라는 말도 나와.
-맞아.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실은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법안에 거부권 행사를 원칙으로 한다는 입장인데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며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다"라고 말했지. 다만 지도부 차원에서 논의된 것은 아니고 진 정책위의장의 개인 발언이라고 해.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도 채상병 특검법 부결 직후 열린 규탄대회에서 "윤석열 정권은 마침내 탄핵 열차의 연료를 가득 채우고 시동을 걸고 말았다"라고 말하기도 했지. 탄핵에 대한 생각은 늘 있는 거 같았지만, 일반 국민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민주당이나 야권은 그간 직접적 언급을 자제해왔거든. 22대 국회는 앞으로 대치가 더욱 거세질 것 같은데 야당과 정부여당 사이에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네.
◆교체된 국회, 아직도 방 안 뺀 세입자가 있다?
-지난달 30일 제22대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시작됐는데, 아직 의원실을 못 꾸린 의원들이 있다면서?
-응. 21대 국회가 끝나면서 함께 임기가 끝난 의원들이 방을 빼면, 그 자리에 새로 입성한 의원들이 들어가는데, 임기가 끝났는데도 아직 정리가 안된 의원실이 꽤 있다고 해.
-개원 첫날인 지난달 30일에 회관을 돌아보니 여전히 짐 정리 중인 의원실이 있더라고.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있었고 말이야. 아직 의원실을 마련하지 못한 한 22대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아직 국회에 자리가 없다. 3일 이후에나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답답하다"고 토로했어.
-5일이나 늦는 거네. 방이 비워진 후에도 집기를 마련하고 물품도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텐데 말이야. 그만큼 의정활동을 늦게 시작하는 셈이네. 원래 새 국회 개원 때마다 이랬어?
-국회에 오래 있었던 보좌직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 몇몇 그런 곳이 있긴 했지만 이번에는 좀 심하다고 하더라. 20여 년 가까이 국회에 있었던 한 보좌관은 통화에서 "16년, 20년을 쓴 사무실도 임기 종료에 맞춰 짐을 다 뺐다"고 말했어.
-이번에는 왜 그런 거야?
-글쎄. 그 보좌직원 말로는 '갈 곳을 잃은 몇몇 보좌직원 때문인 것 같다'는 거야. 모시던 의원이 낙선해서 일자리를 잃었으니, 새 의원실에 재취업해야 하는데 아직 못해서라고. 즉 자기 짐을 옮길 곳을 못 찾아서 그런 것 같다는 거야. 과거엔 여당 의원실에 있던 보좌직원이 야당 의원실에 재취업 하기도 했었다는데. 이젠 정쟁이 심해져서 그런 일도 없어졌으니.
-여당 의석수는 더 줄었고 원내 제3당이었던 녹색정의당이 원외 정당으로, 그리고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 등 새로운 제3당의 등장까지. 혼란스러운 국회와 더 극단으로 치달은 국회의 모습이 이번 '세입자 사태'에 드러난 것 같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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