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쳐진 '채 상병 특검법'이 부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지 일주일만이다. 이에 따라 채 상병 특검법은 자동 폐기됐다.
여야는 28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의 건'을 상정해 무기명 방식으로 표결했다. 총 투표수 294명 중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가결 정족수(196명)에 미달, 안건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통령의 재의요구 법안이 다시 통과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이 찬성이 필요하다.
찬성표는 가결 정족수에 17표 모자랐는데, 야권에서 이탈표가 나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소속 의원 등을 포함한 범야권은 181석 중 무소속 이수진(동작을) 의원과 구속 수감 중인 윤관석 의원은 본회의에 불참했다. 여당 의석수는 여권 성향의 자유통일당 황보승희 의원과 무소속 하영제 의원을 포함하면 115석이다. 공개적으로 특검법 통과에 찬성 의사를 밝힌 여당 의원 5명(김근태·김웅·안철수·유의동·최재형)을 고려하면 야당에서 반대표나 무효표가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아예 무효표 4표를 제외하면 찬성 의사를 밝힌 여당 의원 5명 중 1명은 마음을 바꿨다고 추측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확실하다. 여당은 일종의 '방어'에 성공한 셈이다. 추 원내대표는 본회의 정회 중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으로 평가하지 않겠지만, 의원들이 당론으로 정했던 사안에 대해 어긋남 없이 단일 대오에 함께했다"면서 "앞으로 (故) 채 상병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수사기관에서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 결과를 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부결 직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 대회를 진행했다. 이재명 대표는 "참으로 이해되지 않고 안타깝다"며 "국민의 간절한 의지를 국민의힘 의원들께서 꺾어버렸는데 참으로 옳지 않은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또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장병의 진상을 규명하자, 또 수사 과정 외압이나 사건 조작의 의혹이 있으니 그걸 규명하자는 것에 대해 왜 그렇게 격렬하게 반대하는지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라고도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실은 특검법이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됐고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에 독점적으로 부여해 헌법상 '삼권분립'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정부·여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에서 채 해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만큼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특검 도입 여부를 검토하자고 주장해 왔다.
다음 국회에서도 채 상병 특검법을 둘러싼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22대 국회에서도 채 상병 특검법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규탄 대회에서 "부당한 지시를 내린 책임자가 누구인지 밝히기 위해 민주당은 제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해병대원 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