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 계기에 방한한 리창(李强) 중국 총리와의 회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정상 회담을 연쇄적으로 갖고 양자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리 총리와는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협상 개시 등 한중 간 투자 협력을 강화하고 외교 안보 채널을 가동하기로 했다. 기시다 총리와는 경제 협력과, 한미일 공조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라인 사태' 등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먼저 오후 3시 5분부터 4시 10분까지 약 1시간가량 리 총리와 회담을 통해 한중관계, 지역 및 글로벌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윤 대통령과 리 총리는 '양국 관계가 흔들림 없이 발전해 나가려면 어떠한 대내외 환경에서도 긴밀한 소통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여러 고위급 대화 채널을 신설, 또는 재개하기로 했다. 외교부와 국방부 당국간 2+2협의체인 '한중 외교안보대화'는 다음 달 중순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아울러 2021년 12월 중단했던 외교차관 전략대화 등을 재가동하기로 했다.
경제 협력 분야에선 양국이 더 활발히 교류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리 총리에게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보다 활발히 투자하고 이미 가 있는 기업들이 보다 안심하고 기업활동 펼 수 있도록 글로벌 기준, 스탠다드에 맞는 경제, 투자 지원정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리 총리는 "법치에 기반한 시장화를 계속 추진하겠다. 국제화를 더욱더 높여나가겠다"고 화답했다.
양국 간 교역·투자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경제·통상 관련 협력 채널을 재개하기로 했다. 먼저 2011년부터 중단된 '한중 투자협력위원회'를 13년 만에 재개하기로 했다. 우리 측 산업통상자원부와 중국 상무부 간 장관급 협의체다. 또 올해 하반기에는 '제2차 한중 경제협력교류회'를 개최해 양국 기업인들과 중앙, 지방 정부 관계자 간의 교류와 협력도 촉진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 간 소통도 강화한다. 올해 하반기 '한중 공급망 협력‧조정 협의체'를 열고 '한중 공급망 핫라인'을 수시로 가동하는 등 기존 소통채널을 적극 가동하기로 했다. 또 '한중 수출통제 대화체' 출범 등을 통해 원자재와 핵심광물의 수급 등 안정적 공급망 관리를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양국간 무역, 양국간 투자 활성화에 기대를 걸어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김 1차장은 "그동안 추진해온 상품 교역 분야의 시장개방을 넘어서서 앞으로는 서비스 분야, 특히 문화와 관광, 법률 분야에 이르기까지 양국의 교류와 개방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FTA 수석대표회의를 6월 초 개최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게임 등 일부 분야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이 있어서 양국 간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인적 교류도 늘린다. 윤 대통령은 "한중 간 항공편과 인적 교류 규모가 회복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양국 간 인적 교류를 더욱 활성화해 나가자"고 했다. 이와 관련, 양측은 마약·불법도박·사기 등 초국경 범죄 대응을 위해 경찰 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한중 인문 교류 촉진위원회를 재가동하고, 코로나19로 중단되었던 양국 청년 교류 사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한중 회담이 끝나고 25분 뒤 곧바로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은 약 50분간 진행됐다.
특히 이날 회담에는 일본 정부의 네이버 라인야후 '지분구조 변경' 요구 건이 의제로 올랐다. 윤 대통령은 먼저 이 문제를 거론하며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가 국내 기업인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려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정부는 이 현안을 한일 외교관계와 별개의 사안으로 인식을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양국 간에 불필요한 현안이 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이미 발생한 중대한 보안 유출 사건에 대해서 어디까지나 보안 거버넌스를 재검토 해보라는 요구 사항"이라면서 "한일 양 정부 간에 초기 단계부터 이 문제를 잘 소통하면서 협력을 해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 긴밀히 소통해 나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라인 이용자 정보 유출 사건이 터지자, 일본 총무성은 두 차례의 행정지도를 통해 '자본 관계 재검토' 등 보안대책을 라인야후 측에 요청한 바 있다. 이에 야권 중심으로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의 최대 주주인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강요해 라인야후 경영권에서 배제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했었다.
양 정상은 또한 한일관계 개선에 힘입어 경제협력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경제안보, 중소기업·스타트업, ICT·첨단기술 등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계속 협력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공급망 분야 협력과 관련해선 양국 부처 간에 다음 달 '한일 수소협력대화', '한일 자원협력대화'를 각각 신설해 수소 에너지와 핵심광물 공급망 위기 대응 협력을 모색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양국 정상이 미국 스탠포드대학 좌담회 계기로 논의한 첨단 기술분야 협력 사업의 후속조치다.
아울러 양측은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유학, 인턴십, 취업 등 청년층 교류 확대 방안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도약시킬 수 있도록 외교당국 간 소통 하에 다양한 사업들을 준비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관련, 기시다 총리는 회담에서 "양국관계를 더 도약시키기 위해 윤 대통령과 제가 각각 정부에 지시를 내려 준비를 추진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외교 안보 분야에서 양 정상은 북한이 핵무력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는 데 우려를 공유하고, 한일·한미일 간 공조를 지속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다양한 지역·글로벌 현안에 대해서도 긴밀히 소통하면서, 안보리 등 국제무대에서의 양국 간 공조를 한층 긴밀히 하자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