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의과대학 증원이 사실상 확정되자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부처에 당부했다. 대통령실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등 강경 조치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내년도 의대 증원이 확정됐다고 밝히면서 윤 대통령의 부처별 지시사항을 전했다.
앞서 지난 2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4567명으로, 올해보다 1509명 늘린다는 2025학년도 의대 입시안을 결정했다. 의대 정원 확대는 1998년 이후 27년 만이다. 역대 정권에서도 의대 증원을 시도했지만 의료계의 강한 반발로 물러나야 했다. 이번 의대 증원 확정으로 윤석열표 의료개혁의 신호탄을 쏘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시작된 의료계와의 갈등은 여전하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 취소소송의 집행정지 가처분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 의대 증원 절차를 멈춰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늘어난 정원에 맞춰 건물과 시설·병원, 교원 등 의학교육을 제대로 제공할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교육부에 "증원이 이루어진 대학과 적극 협력해 대입 시행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원활한 교육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필수·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수련 환경을 혁신하는 전공의 처우 개선 방안 마련 △중증·희귀질환 치료에 집중하는 상급종합병원 구현 등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 개혁 정책들을 언급하고 "구체화되고 속도감 있게 실행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해 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재정 당국에는 "의료개혁을 탄탄히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재정을 집중 투입할 수 있도록 내년 예산 편성에도 힘써 달라"며 "필수의료 전공의 지원 체계, 지역의료 혁신 투자, 필수의료 기능 유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필수의료 R&D(연구개발) 확충 등 의료개혁 5대 재정 투자가 차질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꼼꼼히 챙겨 달라"고 강조했다.
성 실장은 "불편을 감내하며 의료개혁에 변함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시는 국민 여러분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헌신해 주고 계시는 현장의 의료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정부는 국민의 지지와 의료진의 헌신에 보답할 수 있도록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고 했다.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와 미복귀자들에 대한 처분은 난제다. 윤 대통령은 보건복지부에 "비상진료체계를 굳건히 유지하는 한편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으로 돌아와 환자의 곁에서 수련을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의대 증원 발표 초반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전공의 대상으로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하려 했으나, 유연한 처분을 하기로 입장을 선회했고 이를 유지 중이다. 의대 교수들이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해 면허정지 처분을 강행하면 사직하겠다고 경고하고 있어 행정처분은 쉽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집단행동 이후 지속적으로 전공의 분들의 복귀를 설득하고 있지만 현재 소통을 거부하고 있어서 안타깝다"며 "전공의들과의 대화를 위해 정부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노력할 계획이고, 전공의 분들에게도 대화의 문은 계속 열려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대화의 노력과 함께 전공의 분들의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한 지원도 추진 중이고, 특히 의료개혁특위를 통해서 추가적인 혁신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라며 "정부에서는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복귀해서 전공의들의 의견을 보다 잘 반영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련 정책을 함께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해서는 전공의 복귀 여부에 달려 있다고 생각된다"며 "구체적인 처분의 시기, 범위, 방법 등은 관계 부처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정부는 오는 28일까지 각 수련병원을 통해 전공의 복귀 의사 등을 확인한 뒤 처분 여부와 수위 등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다음 주부터 현행 36시간인 전공의 연속근무 시간을 24~30시간으로 단축하는 시범사업 실시 등 수련 환경 개선 사업 등도 마련했다.